brunch
매거진 여행

2. 오늘도 술술술, 후쿠오카의 둘째 밤

2025 새해맞이 여행 - [1부] 후쿠오카와 구마모토의 밤

by zzoos



어제는 말 그대로 아침까지 마셨습니다. 6시 30분 즈음 호텔에 돌아온 것 같아요. 당연히? 오늘의 기상 시간은 오후 늦은 시간이었습니다. 뭔가 해장이 필요하긴 했는데 씻고 나가는 게 너무 귀찮고 힘든 거예요. 그래서 우버 이츠로 라멘을 두 그릇 주문했습니다. 일단 주소는 호텔의 주소를 적으면 되고요, 결제가 문제인데 신용카드를 등록했더니 뭔가 문제가 생겨서 제대로 안 됐는데 애플페이를 선택할 수 있길래 그걸로 했더니 문제없이 주문과 결제가 됐습니다. 배민처럼 가게 위치, 픽업 기사 위치, 배달 중 위치 등 모든 정보를 앱에서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배달받을 때 우버 이츠 앱에 있는 세 자리의 확인 코드를 배달 기사님의 핸드폰에 입력해줘야 합니다.


주문한 라멘은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캐널시티 라멘 스타디움에서 먹어본 적이 있는 히데짱(初代 秀ちゃん) 라멘이었습니다. 계란을 하나씩 추가했고요. 국물은 따로 봉지에 들어 있어서 그걸 그릇에 부은 다음 잘 섞어서 먹으면 되는 식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라멘은 배달시켜서 먹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국물의 온도가 낮아서 그런지 가게에서 먹는 맛과 전혀 다르더라고요. 배달이라는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너무 차이가 나서, 그냥 배달로 라멘은 먹지 않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라멘을 먹고 침대에 누워 오징어 게임을 봤습니다. 어차피 후쿠오카의 관광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오늘도 해가 진 다음, 오후 일곱 시 정도에 호텔을 나섭니다. 하루요시 뒷골목에 있는 쿠모레비(雲レ日)라는 니혼슈 바에 가려고 있는데 이미 만석이더군요. 예에에에에전에는 좀 한적한 곳이었는데 요즘에는 인기가 아주 하늘을 찌르는 곳입니다. 언제나 만석. 그래서 길 건너편 모퉁이에 있는 후쿠라(福蔵)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이곳은 후쿠오카의 지자케(地酒)를 취급하는 곳입니다. 후쿠오카 현에서 나오는 니혼슈만 가지고 있어요.





일단은 맥주 한 모금 마시고 싶어서 병맥주를 하나 주문했습니다. 이것 또한 후쿠오카의 지비루(地ビル)입니다. 저녁을 아직 먹지 않고 술부터 마시고 있어서 그런지 안주가 좀 필요해서 감자 사라다를 주문했고, 니혼슈 마실 때 안주하려고 쯔께모노 모둠을 주문했습니다. 감자 사라다는 아주 맛있었는데, 쯔께모노는 대실망이었습니다. 이 정도 수준보다는 좀 더 좋은 걸 쓸 줄 알았는데 ㅠㅜ





맥주를 마신 다음 니혼슈를 두 종류 추천받아서 마셨습니다. 둘 다 이름은 모르겠어요. 흘려 쓴 한자들이라 ㅠㅜ 한쪽은 다이긴조 겐슈. ‘다이긴조(大吟醸)’는 정미율을 볼 수 있는 등급(?) 이름 같은 것이고, ‘겐슈(原酒)’는 가수 즉, 물을 섞지 않은 원액 그대로의 사케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일반 니혼슈보다 도수가 좀 높아요. 이건 약 17도 정도 됐습니다. 쨍! 하게 맑은 사케였습니다. 약간 오일리한 질감을 가지고 있었는데도 알콜 도수 때문인지 쨍한 느낌이 납니다. ‘향’이 좋은 사케를 추천해달라고 해서 받은 술이었어요. 첫 모금에서는 조금 안 좋은 향이 있었지만 잔에서 잠깐 안정시켜주니까 나쁜 향은 날아갔습니다. 전반적으로 좋은 느낌의 술이었어요.


두 번째 술은 니고리(にごり酒)였습니다. 우리의 막걸리처럼 맑게 걸러내지 않은 술이에요. 이건 어쩔 수 없이 나마슈(生酒) 일 수밖에 없습니다. 요거는 서로 다른 잔에 따라 주시면서 잔의 모양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걸 느껴보라고 하시더군요. 왼쪽의 예쁘장한 잔에 따른 술은 훨씬 알콜 뉘앙스가 강하고 깔끔한 느낌이었다며 오른쪽의 동그란 잔에 마신 술은 단맛이 더 느껴지고 술 자체의 향이 더 느껴졌습니다.





아무래도 뭔가 요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얘기했더니 다음으로 친구가 데려간 곳은 SOFT라는 카페입니다. 낮에는 카페, 밤에는 바가 되는 곳인데요. 하루요시에서 번화하지 않은 남쪽으로 끝까지 내려가면 있는 곳입니다.





여성 마스터 혼자서 운영하는 곳이라서 주문에 대응하는 속도가 좀 느릴 수 있습니다만, 메뉴에 없는 것도 잘만 얘기하면 만들어 주신다고 하네요. 오늘의 주문은 이런 식이었습니다. ‘먼가 요기할 것 좀 만들어 주세요.’ ‘밥? 빵? 면?’ ‘빵!’ ‘알겠어요. 조금만 기다려 줘요’


그렇게 나온 것은 직접 구우셨다는 빵 위에 양파와 마늘 그리고 버터 등을 이용해 짭짤 고소한 고명을 올린 것입니다. 므기 쇼츄 한 잔과 따뜻한 커피(직접 드립해 주십니다) 한 잔을 함께 마셨어요. 내부의 분위기가 어딘가 산장에 찾아온 것처럼 따뜻합니다. 마스터가 부드럽고 따뜻한 분이라서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걸지도요. 느낌이 좋은 곳이에요.





요기를 한 다음 친구가 이번엔 좀 멀리 간다면서 택시를 잡아 탔습니다. 차를 타고 약 15분 정도, 근처에 지하철 역도 없는 말 그대로 한적한 동네에 차를 세웁니다. 전에 알던 친구가 이 동네에 가게를 오픈했다면서 인사하러 가야 된다네요.





가게 이름은 BIG BOOTY. 외진 동네에 있는 동네 바라고나 할까요. 내부는 많이 여유로운 편이고 성격 좋은 오너와 재밌는 손님들이 있는 곳입니다. 이날 여기서 아주 많이 마셨고, 아주 많이 즐거웠습니다. 오토시로 내주신 음식들도 너무 맛있어서 친구 것까지 싹싹 긁어먹었어요. 친구 말에 의하면 가격도 착한 편이라고 하는데, 문제는 택시를 타고 왕복 30분... 일본의 무서운 택시 가격을 생각한다면 결국 비용은... ㅎㅎㅎ





빅 부티에서 한창 마시고 있는데 친구에게 전화가 옵니다. 같이 마시자는 연락이네요. 다시 하루요시로 돌아왔습니다. 친구와 친구의 친구, 합이 세 명이 되었습니다. 제가 배고프다고 떼를 썼습니다. 이 시간(새벽 2시)은 ‘라멘의 시간’이거든요. 술을 마시다가 이 정도 시간이면 라멘 한 그릇을 먹어줘야 합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라멘 가게에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하루요시 입구에 있는 라멘 가게에 갔더니 만석이라 길 건너의 이치류(一竜)로 왔습니다. 여기도 만석이지만 자리가 금방 날 것 같아서 기다렸습니다. 어차피 이곳은 후쿠오카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하카타식 라멘이 원류인 곳이잖아요. 어딜 가도 맛있는 라멘이겠죠! (개인적으로 별로 안 좋아하는 이치란만 빼고요;;;;)





각자 카타멘으로 라멘을 한 그릇씩 주문하고 히토구치교자( 一口餃子, 한 입 만두)도 한 접시 주문했습니다. 맥주가 필요하다는 친구의 친구는 생맥주도 한 잔. 아, 그래요. 라멘은 이 맛입니다. 점심에 배달 라멘을 먹었다고 했더니 친구의 친구(일본인)가 라멘은 절대 배달로 시켜 먹으면 안 된다고 하더군요. 뭐, 어때요. 이렇게 경험하면서 하나씩 알게 되는 거죠. 어쨌든, 이 날의 라멘은 맛있었습니다. 술 마시는 중간 새벽 시간에 먹는 찐한 돈코츠 라멘!!





그리고 오늘도 다시 돌아왔습니다. 친구에게는 제 2의 집과 같은 단골 가게. 하루요시 입구에 있는 건물의 3층. BAR BONDS.920입니다.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같은 층에도 다른 바가 여러 개 있습니다. 일본의 유흥가에 가면 이런 건물들이 잔뜩 있다는 거죠. 일단 위로 올라가 보고, 문을 열어봐야 각각의 가게 분위기를 알 수 있습니다. 마치 탐험하는 것 같은... 느낌?





오늘도 노미호다이로 마십니다. 단골들이 계속해서 들이닥치고, 반갑게 인사하고, 노래를 부릅니다. 누군가가 아이스크림을 사 왔네요. 가리가리군을 하나 얻어먹습니다. 오래전 어릴 때 먹던 야구왕바 맛입니다. (왼쪽 사진에 재밌는 오타가 있습니다. 2024년을 오타쳐서 2042년이 되어버렸어요 ㅋㅋㅋ)





친구에게 오늘은 좀 피곤해서 아침까지 마시지는 못하겠다고 이제 그만 들어가자고 얘기했습니다. 역시 나이는 못 속여요. 이틀 연속으로 마시니까 몸이 좀 힘듭니다. 헌데, 이 시간도 ... 새벽 5시입니다. ㅠㅜ





호텔로 돌아가는 길, 어제 아침까지 함께 마시던 친구가 알바를 하고 있나 봅니다. 2층에서 창문을 열고 친구를 부릅니다. ㅎㅎㅎ 그래도 우리는 꿋꿋이 호텔로 향합니다. 들어가기 전에 편의점에서 푸딩을 하나 사가지고 들어갔던 것 같기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 술 냄새 가득한 후쿠오카의 첫날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