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새해맞이 여행 - [1부] 후쿠오카와 구마모토의 밤
오늘은 [1부]의 마지막 날입니다. 같이 온 친구가 내일 후쿠오카로 돌아갑니다. 내일부터는 혼자만의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죠. 오늘도 여지없이 느지막이 일어났습니다. 친구는 구마모토에 처음 온 것이라서 다른 건 몰라도 구마모토 성은 보고 가야 하지 않겠느냐! 는 이유로 해가 지기 전에 숙소에서 나섰습니다. 숙소에서 구마모토 성까지는 걸어갈만한 거리예요. 큰길로 걸어가다가 재미없다는 이유로 골목 안으로 들어갔는데 초등학교가 하나 나옵니다. 어딘지 모르게 낡고 오래된 느낌의 초등학교. 구마모토가 좀 작은 도시이긴 하잖아요.
구마모토 현립 미술관 앞 길이자 두어 번 묵었던 KKR 호텔 앞 길에 들어서자 공사 중인 구마모토 성이 보입니다. 2016년의 큰 지진에 성이 무너진 이후 최근에 복원 됐다고 들었는데 그건 아니고 아마 ’천수각‘만 복원 됐나 봅니다. 걷다 보니 공사 현장 너머로 천수각이 보입니다.
겨울의 일본은 해가 일찍 집니다. 일단 체감적으로 한국보다는 30분 정도 빠르다고 할까요(편의상 같은 시간 존을 쓰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대략 30분 차이가 나는 걸로 알고 있어요). 다섯 시 즈음이면 해가 지기 시작합니다.
성벽에서 무너져 내린 돌들을 아래쪽에 모두 분류해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성벽에는 더 이상 무너지지 않도록 콘크리트로 커버를 씌워둔 것 같아요. 설마 이걸, 각각의 돌을 원래의 자리에 끼워 넣으려고 하는 걸까? 라며 친구와 웃었어요. 헌데 나중에 구마모토 성 박물관(?) 같은 곳에 갔더니 진짜로 저 돌들을 원래의 자리를 찾아서 복원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더라고요. 퍼즐놀이 하듯이 말이죠.
오늘은 마침 천수각 쪽으로 들어갈 수 없는 날이라서 천수각이 잘 보이는 자리를 찾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단체 관광객들도 사진을 찍고 있더군요. 정말이지 딱! 요 자리 하나입니다. 다른 곳에서는 잘 안 보였어요. ㅎㅎ 마침 석양이 떨어지는 시간이라 햇볕이 예쁘게 비추고 있네요.
여기저기 걷다 보니 복원 계획을 보여주는 안내판이 있더군요. 전체 복원은 2052년까지 진행하나 봐요. 엄청난 대공사네요. 역시 가장 먼저 복원한 것은 천수각인가 봐요.
사실 구마모토의 관광 자원은 구마모토 성이 거의 유일하다시피 합니다. 굳이 하나를 더 꼽아본다면 스이젠지(水前寺) 정도일 거예요. 헌데 바로 그 가장 중요한 관광 자원이 사실상 온통 공사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사 현황을 잘 보여준다거나, 어떤 식으로 복원하는지를 알려준다거나, 공사장인데도 불구하고 깔끔하게 유지한다거나 하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구마모토에 몇 번이나 방문한 이유는 사실 아소산 쪽으로 드라이브하거나 타카치호(高千穂)에 가보기 위해서였어요. 구마모토는 관광으로 유명한 곳이 아니라서 좋은 숙소가 저렴하다는 이미지가 있거든요. 뭐 어쨌든, 다시 원래의 얘기로 돌아가죠.
뒤쪽에서 올라갔으니 앞쪽으로 내려옵니다. 사쿠라노바바 조사이엔(桜の馬場城彩苑) 쪽이죠. 여기저기 공사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만한 것들이 아예 없진 않습니다.
구마모토 최고의 관광지인 구마모토 성, 그 앞의 사쿠라노바바 조사이엔이라는 관광지 상점가(?)입니다. 식당과 카페 같은 것들도 있고 기념품점도 있고 길거리 음식도 있습니다. 구마모토 성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박물관 같은 것도 있고요.
점심을 안 먹었더니 배가 고파서 뭔가 요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쿠마몬빵을 파네요. 하나에 330엔. 와우 비쌉니다. 빵 안에는 다양한 소를 넣어서 파는데 하필 앙꼬는 다 떨어졌어요. 그래서 저는 커스터드를 친구는 애플을 골랐습니다. 애플이 훨씬 맛있었어요. 커스터드는 그냥 델리만쥬 맛이에요. 가성비가 매우 떨어지는 음식이지만, 뭐 관광지가 다 그런 거겠죠.
다리를 건너면 바로 긴자도리(銀座通り)입니다. 마침 오늘 예약해 둔(어제 걸어 다니다가 직접 찾아가서 예약한) 가게가 바로 여기입니다만, 아직 예약 시간까지 한 시간 정도가 남아서;;; 조금 더 동네 구경을 해보기로 합니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사진이에요. 해가 지고 있는 시간대의 묘한 색감에 노면 전차라는 익숙하지 않은 소재, 거기에 패닝으로 달리는 전차에 초점을 맞춘... 뭐 이런 설명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그냥 제 맘에 듭니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 구마모토에서도 바로 이 A 코스 전차를 사진 찍고, 그림으로 그려서 Take the A Train이라고 제목을 붙였던 적이 있네요.
최근 새로 오픈한 구마모토 최대의 쇼핑몰, 사쿠라마치입니다. 오늘은 그냥 구경삼아 들렀지만 앞으로 구마모토의 생활에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지하에 아주 큰 슈퍼마켓도 있고, 유명한 쯔께모노 가게도 있습니다. 도시락 가게도 구성이 좋더라고요. 숙소에서 왕복 5킬로 정도니까 이래저래 산책 겸 쇼핑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후 저녁을 먹고,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술 마시는 얘기는 길어질 것 같으니 다음 포스팅으로 넘기죠. 또 마시냐고요? 흠흠. 오늘이 [1부]의 마지막이라니까요~ (1부는 계속 마시는 얘기만 있다니까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