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새해맞이 여행 - [2부] 구마모토와 친해지기
번화가에서 저녁을 먹고 숙소 쪽으로 돌아오다가 후지사키 하치만궁(藤崎八旛宮) 방향으로 슬쩍 돌아서 와 봤습니다. 오늘 밤에 야타이들이 영업을 할 모양입니다. 그 얘기는 오늘 밤 이곳에 사람들이 모인다는 얘기겠죠? 그 얘기인즉슨, 여기서도 분명히 카운트다운이 있을 거란 얘기일 겁니다. 오호라!
저녁 먹을 때 탄수화물이 좀 부족했으니까 오코노미야끼를 하나 사가지고 탄수화물을 보충하기로 합니다. 히로시마풍 오코노미야끼라고 쓰여 있는데, 그냥 오코노미야끼 같던데요? 뭐 여하튼 작은 것이 700엔이었으니 가성비가 좋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지금 많이 먹을 수 있지는 않았습니다. 집에 들고 와서 하쿠타케에 우롱차를 섞어 ‘코메우롱’ 또는 ‘우롱하이’를 만들어 함께 먹었습니다. 그러면서 카운트다운 시간까지 따뜻하게 기다렸죠.
카운트다운은 12시 정각이니까, 11:30 정도에 나가보면 되겠지? 하고 슬금슬금 기어 나왔더니... 아니 이게 뭔가요!! 하치만구 앞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습니다. 신사 바로 앞부터 야타이가 늘어선 꽤나 긴 거리를 지나 골목으로 꺾어서 까지 줄을 서 있더군요. 맨 뒤에 이곳이 줄의 마지막이라는 걸 알려주는 간판까지 서 있었습니다. 이게 뭔 일인가? 생각해 보니, 12:00 정각이 지나면 1월 1일이 되잖아요? 카운트다운도 카운트다운인데 그것보다도 12:00 정각이 지난 다음 바로 ‘새해 첫 참배’를 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입니다.
구마모토는 패션의 도시라더니 정말 잘 차려입은 젊은이들이 모조리 이곳에 모인 느낌입니다. 신기하리만치 아저씨, 아줌마,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젊은이들만이 잔뜩 모여 있습니다. 아, 아저씨 한 명 있었네요. 저요;;;;
저는 신사에 들어가지는 않아도 되니까 신사 바로 앞쪽에서 카운트다운을 대기했습니다. 여기엔 올리지 않겠지만 2025년을 맞이하는 약 2분여의 시간을 촬영한 동영상도 있긴 하네요. 어쨌든 바로 이 장소에서 2025년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약 10초 전부터 다 같이 큰 소리로 카운트다운을 했죠. 서울에 있었다면 종각에 나가지 않았을 텐데, 멀리 다른 곳에 와 있으니까 이런 것도 경험하게 되네요. 어쨌든 뭔가 색다른 2025년입니다.
작년 한 해 이래저래 머리 아픈 일들이 많았고, 그걸 털어내고 다시 시작하기 위한 여행을 계획했던 것이거든요. 이렇게 맞이한 2025년은 저에게 새로운 한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어제 자정이 넘은 다음 집으로 돌아와 가볍게 한 잔 더 하고 금방 잠들었습니다. 계속된 음주 때문인지 요즘 컨디션이 좀 안 좋거든요. 새해 첫날,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다시 하치만구 앞으로 나가봅니다.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할까 싶은 마음입니다.
약 11시 즈음된 시간이었던 것 같은데요. 새해 첫 참배를 위한 행렬은 아침 일찍부터 계속 됐을 것 같습니다. 아침에도 줄이 길게 늘어서 있더라고요. 어젯밤만큼은 아니지만. 그리고 어젯밤과의 차이점은 확실히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정리해 보면 12월 31일 자정에 카운트다운하고서 바로 참배하고 술 마시러 가는 젊은이들도 있고, 1월 1일의 아침에는 가족 단위로 참배하러 오는 모양이네요.
아, 저는 점심을 해결하러 나왔죠. 그래서 뭘 먹을까 여기저기 둘러보던 중 눈길을 끄는 음식은 두 가지. 하나는 야끼소바, 다른 하나는 이까야끼(오징어 구이)입니다. 하지만 이까야끼는 간식이지 점심이 될 순 없을 것 같아서 야끼소바를 하나 샀습니다.
자연광을 맞아 마치 AI가 그려준 것 같은 분위기를 보여주는 야끼소바 한 그릇을 점심으로 먹으면서 1월 1일, 2025년의 새해 첫날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서울이 아니라 구마모토라는 낯선 곳에 와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