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구마모토 대학 주변 산책
2025 새해맞이 여행 - [2부] 구마모토와 친해지기
지난 크리스마스 다음 날 후쿠오카에서 시작해 구마모토까지 4일 동안 말도 안 되는 강도로 미친 듯이 술을 마셨고, 이후 며칠은 신년 맞이하면서 한 달 살이 준비하느라 이래저래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랬나? 아니면 긴장이 풀어진 건가? 어제는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집에 완전히 앓아누워서 하루 종일 뒹굴 거렸습니다. 점심과 저녁도 그동안 집에 사다둔 것들로 대충 차려 먹으면서 하루를 보냈죠. 그나마 저녁 즈음 뜨거운 물을 받아서 욕탕에 몸을 좀 담갔더니 피로가 좀 풀린 느낌입니다.
계속 이렇게 뒹굴거리며 유튜브만 보다가는 오히려 몸이 더 안 좋아지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은 다시 산책을 나가 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아무래도 글보다는 사진이 많을 예정입니다. 구마모토 대학 주변으로 쭉~ 산책하고 돌아왔어요. 1월에 대학 입학시험이 있나 봅니다. 주변이 막힐 수 있다고 미리 양해를 구하는 안내문이 있더라고요.
새해 연휴 기간이라 당연히 문을 안 열었겠지만 혹시라도 영업을 한다면 점심을 먹어 볼까? 했던 구마모토 대학 옆의 마마키친 카오리(ママキッチン KAROI)입니다. 역시나 문을 닫아서 그냥 사진만 찍어 왔어요. 언젠가 한 번 가볼 것 같습니다.
처음엔 뭔가 잘 모르겠고, 어색해서 대학 교정으로 들어가진 않았는데요. 외곽으로 돌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가라고 하면 그때 나가면 되잖아? 그래서 그냥 구마모토 대학 교내로 산책을 이어갔습니다.
역시 교내로 들어오니까 분위기가 조금은 달라지더라고요. 도서관 건물은 ‘히고은행’에서 협찬해줬나 봅니다. 히고 미래 도서관. 이라고 적혀 있네요.
교정에는 나무가 많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에게 구마모토의 이미지는 커다란 나무가 많은 도시라는 이미지입니다. 그리고 구마모토는 제주도보다 남쪽에 있는 도시이다 보니 동남아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나무들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어요.
고카이 기념관입니다. 영어로 Memorial Museum of the Fifth High School 이라고 되어 있어요. 다섯 번째 고등학교라는 건 무슨 뜻일까 싶어 잠깐 검색을 해봤습니다. 정말로 그냥 ‘다섯 번째’ 고등학교인가 봅니다. 일본에서 현대적인 고등학교로 다섯 번째인 것 같네요. 2차 대전 패전 이후 구마모토 대학에 편입되어 강의실 등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전시관으로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앗! 학생 식당 발견. 집에서 그리 멀지 않군요. 그렇다면 산책 겸 저렴한 식사를 하러 와도 되는 걸까요? 아, 지금은 1월이니까 아마도 방학 중이겠죠. 그럼 학생 식당은 영업 안 하나?
별생각 없이 걷다가 눈에 띄는 건물이 있어 사진을 찍고 보니, 공중 화장실이네요. ㅎㅎㅎ
산책을 거의 마치고 다시 집 앞의 코카이 상점가입니다. 슬슬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상점가에 있는 식당 중 떠오르는 것은 파스타집, 반미집, 라멘집 정도네요. 뭘 먹을까? 고민하면서 천천히 걷는데 라멘 집 앞에서 호객 행위를 하고 있는 고양이를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린키 라멘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반숙 달걀 100엔을 포함해 900엔입니다. 국물은 아주 깔끔하게 맑습니다. 면은 마치 홍콩식 에그누들처럼 꼬불하면서 탱글하더군요. 좋아하는 라멘 스타일과는 거리가 좀 있는 라멘이었지만 맛있게 먹었습니다. 먹으면서 메뉴판을 다시 보니 라멘 종류가 두 가지더군요. 하나는 제가 먹은 하얀 그릇의 깔끔한 라멘이고 다른 하나는 생선 뼈까지 푹 고아서 만든 육수를 쓰는 빨간 그릇의 농후한 라멘이더라고요. 다음엔 빨간 그릇으로 한 번 먹어봐야겠습니다.
코카이 상점가는 아직 연말연시 연휴로 쉬는 가게들이 많습니다. 아마 가고시마 여행을 다녀오면 이곳의 일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겠죠.
집이 있는 아, 아니 숙소가 있는 골목입니다. 그리고 숙소 건물이고요.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작은 아파트예요. 흠... 아직 까지는 몰랐습니다. 집 바로 옆이 공사장이라는 것을... 아니 공사장이라는 것은 알았죠. 하지만, 지금은 새해 연휴니까 공사를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요.... ㅠ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