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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

20. 가고시마 여행의 끝, 구마모토 생활의 시작

2025 새해맞이 여행 - [4부] 유유자적 구마모토

by zzoos





가고시마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 사쿠라지마가 보이는 온천에 몸을 한 번 담그고 조식을 먹으러 내려옵니다. 쌀밥과 된장국. 가벼운 반찬들과 카레 그리고 오믈렛입니다. 화려한 음식보다도 그냥 편안한 조식을 먹고 싶었어요. 마지막으로 시로야마 호텔의 맛있는 잼을 먹기 위해 빵도 조금 먹습니다.





마지막 날의 사쿠라지마. 다음엔 언제 가고시마에 올 수 있을까요. 유난히 아쉬움이 짙습니다. 쇼츄가 그리울 것 같습니다.





유난히 경치가 좋았던 작은 방. 짐 싸기 전에 마지막 풍경을 찍어 둡니다.





가고시마 츄오역에서 구마모토 역까지는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습니다. 동생에게 부탁받은 게 있어서 가고시마 역의 아뮤 플라자에 들렀는데, 거기에선 목적 달성에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좀 더 큰 도시인 구마모토의 아뮤 플라자에도 방문. 하지만 여기서도 실패했습니다.





가고시마와 구마모토는 쇼핑몰의 규모 자체가 다르더군요. 우리가 느끼기엔 다 거기서 거기인 작은 도시들이지만 제가 다니면서 체감한 느낌은, 가고시마는 정말 시골 도시고 구마모토는 그래도 꽤나 큰 도시의 느낌입니다. 뭐, 그래봐야 대전이냐 군산이냐 하는 정도...려나요?





숙소 앞 골목에 들어서니 이젠 여기가 집 같이 느껴 집.... 어라? 이게 뭐죠. 이 소음!!


아, 그러고 보니 집 앞에 공사 천막이 쳐져 있다는 걸 진즉에 알고는 있었는데 새해 연휴라서 공사를 안 하고 있었던 거군요! 그러니 공사장이 바로 앞에 있다고 실감을 못하고 살았던 거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연휴는 모두 끝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으니 공사도 재개된 거네요. 아, 그럼 앞으로 아침부터 공사 소음이 들리겠군요. 하하하하...하...ㅎ..ㅎ


뭐 어쩝니까, 이제 와서 숙소를 바꿀 수도 없고. 그냥 견뎌야죠. 샤워하고 나서 구마모토 역에서 사 온 반찬으로 저녁을 차려 먹습니다.





오랜만에 - 겨우 3박 4일이긴 하지만 - 집에 돌아오니 할 일이 쌓여 있습니다. 일단 밀린 빨래를 돌리고 빨래를 널어 둡니다. 겨울에는 온풍기로 버텨야 하기 때문에 집 안이 건조해지기 쉬우니 빨래는 될 수 있으면 조금씩 자주 해서 습도를 보충해 줍니다.


자 다음은 작년 28일부터 집에 쌓인 쓰레기가 문제입니다. 집주인한테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물어보니, 분리수거 기준에 맞춰서 수거 장소에 내놓으라고 하네요. 타는 쓰레기는 편의점에서 봉투를 사다가 내놓아야 한답니다. 그래서 구마모토의 쓰레기 내놓는 날은 공부합니다.


라인 메신저에 구마모토 시를 친구로 추가하니까 분리수거 일정 달력을 다운로드할 수 있더군요. 기본적으로 월/목요일에 타는 쓰레기, 수요일은 종이 쓰레기, 금요일은 플라스틱입니다. 특이하게도 페트병은 격주 토요일에 수거하네요. 플라스틱과의 차이가 뭘까요.


여튼 오늘은 목요일이라서 타는 쓰레기를 버릴 수는 없었고. 내일이 금요일이니 플라스틱을 내놓을 수 있겠네요. 오전 8:30 전까지 내놔야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설마 아침 일찍 일어나서 내놔야 하나? 하다가 설마 밤에 내놓는 거겠지 싶어서 슬쩍 쓰레기 수거하는 곳에 나가보니, 역시나 벌써 플라스틱들을 내놓았더군요.





그래서 저도 그동안 쌓인 각종 플라스틱 용기들을 잘 모아서 밖에 내놓았습니다.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파란 그물망 같은 걸로 덮어 두어야 하더군요. 내놓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내놓은 플라스틱들을 좀 들여다보니, 어라? 이 사람들 스티커를 안 떼고 버렸네요? 나는 스티커 떼느라 고생했는데! 그렇다면 다음부터 저도 안 떼고 버려야겠습니다. ㅎㅎ


이걸 계기로 산책하러 돌아다니면서 쓰레기 분리수거장을 유심히 보게 됐습니다. 역시 여행과 생활은 들여다보게 되는 것 자체가 다르네요.


맥주 한 캔을 마시며, 유튜브를 봅니다. 이젠 약 15일간 구마모토에서의 느릿느릿한 생활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그동안의 빡빡한 일정의 여행과는 조금 다른 모양새가 되겠죠. 아마 여기저기 부지런히 돌아다니지 않을 겁니다. 지금 이 포스팅을 하는 것처럼 사진을 정리하고 포스팅을 하고, 동네 산책이나 하다가 가성비 좋아 보이는 식당을 찾아서 점심을 사 먹는다거나, 슈퍼에서 할인하는 반찬들을 사다가 집에서 저녁을 차려먹겠죠.


그러다가 필 받는 어느 날엔 시내에 나가서 멋진 저녁을 먹고 2차, 3차, ... 달리게 될지도 모릅니다만, 그게 매일매일은 아닐 거예요.


아, 가고시마에 다녀와서 만나기로 한 사람들도 있군요. 바에서 만난 셰프의 가게에도 들러야 할 거구요. 저녁과 술을 거하게 사주셨던 미조마타 상과도 만나야 합니다. 오, 약속이 있으니까 뭔가 정말 이곳에서 살고 있는 느낌이 납니다.


아... 그나저나 캔은 언제 버려야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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