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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

22. 집 근처 공원 탐방 - 타츠다 자연공원

2025 새해맞이 여행 - [4부] 유유자적 구마모토

by zzoos



가고시마에 다녀온 다음 날. 여독을 풀겠다는 의지로 12시가 넘어서, 느지막이 일어났습니다. 어제 일찍 자려고 노력했으니까 12시간도 넘게 푸욱~~ 잤습니다. 이번 여행 내내 왠지 모르게 따라다니던 어깨와 상박의 결림도 싹 나았네요.


미리미리 사다 두었던 빵과 계란, 우유와 버터로 프렌치토스트를 만들어 점심으로 먹었습니다. 침대 시트가 더러워진 것 같아서 세탁을 했는데, 세탁조가 더러운지 오히려 먼지가 더 많이 묻은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침대 시트 세탁은 안 하는 게 나을 모양입니다.


빨래도 널고, 청소도 하고 집안을 한 번 싹~ 정리했더니 이래저래 오후 2시가 넘었네요. 일단 장 볼 것이 있긴 하니까, 옷을 챙겨 입고 집 밖으로 나왔습니다. 음. 어딘가 산책을 해보자는 생각입니다.





구글맵을 보고 정한 오늘의 목적지는 구마모토 대학 북쪽의 ‘타츠다 자연공원’입니다. 타이쇼지 절터도 있고 호소카와 가문의 무덤(?)들도 있는 곳입니다.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지도만 보고는 잘 모르겠네요.


가는 길에 묘한 자판기가 있습니다. 돼지의 족발이라고 한자가 쓰여있고, 숯으로 구웠다는 설명도 있네요? 숯불직화족발? 뭘까요! ㅋㅋ





도중에 작은 절이 하나 있었는데, 그 안에 고양이 한 마리가 햇볕을 쬐면서 앉아 있는 게 보였습니다. 음?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자세히 보니, 아, 이거 인형이네요. ㅎㅎ





날씨가 좋기도 했고, 공원까지 가는 골목골목의 느낌도 좋았습니다. 중간에 커다란 공동묘지도 있었어요.





별생각 없이 나선 산책이었는데, 골목골목의 느낌이 좋아서 점점 기분이 좋아졌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이번 여행에 대한 포스팅을 할 때 자주 하게 될 말이긴 한데요. 구마모토에는 정말 나무가 많습니다. 나쓰메 소세키가 구마모토에 처음 도착했을 때 “구마모토는 숲의 수도다.”라고 말을 했을 정도니까요.





입장료 200엔을 내고 공원 안으로 입장합니다. 간단한 팸플릿 같은 걸 주시더군요. 아, 그리고 입장객에 대한 정보를 조사하고 있나 봐요.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더라고요? 한국에서 왔다고 얘기하니 조금 놀라는 표정입니다. 좀처럼 외국인이 오는 관광지는 아니니까요.





공원 안은 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져서 전반적으로 서늘한 그늘입니다. 사진 찍기에도 좋은 환경은 아니죠.





전혀 모르겠지만, 아마도 호소카와 가문의 무덤들인가 봅니다. 비슷하게 생긴 것들이 주르륵~ 놓여 있어요. 참고로 잠깐 호소카와 가문을 검색해 보니 유명한 일본의 쇼군들을 섬긴 구마모토 지역의 다이묘인가 봅니다. 대략 200여 년 동안 구마모토 번을 다스렸다고 하네요. 일본의 총리도 배출한 가문이라고 합니다.





정말이지 1도 모르지만, 무덤 주인의 계급이나 권력에 따라 모양, 크기 등이 달라지는... 뭐 그런 거겠죠?





어쨌든 나무가 많은 공원이었어요. 오후의 늘어지는 햇살이 기분 좋게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시간이었고요.





일본의 옛날식 초가집 같은 건가 봅니다. 워낙 산 속이라서 그런지 멧돼지도 나오나 봐요. 조심해야겠네요.





돌아오는 길에는 집 앞의 슈퍼마켓에 들러 이것저것 장을 봤습니다. 아키타산 쌀을 사용한 즉석밥, 타는 쓰레기용 쓰레기봉투, 비타민과 당 보충을 위한 과일, 세제, 집에서 한 잔씩 홀짝 거리기 위해 위스키와 맥주 그리고 안주. 뭐 그런 것들을 샀네요.


아마도 나중에 ‘구마모토에서 생활하며 장 본 것들’을 모아서 포스팅해봐도 재밌겠네요.





그다지 술이 땡기진 않았는데 다시 ICOCA를 찾았습니다. 원래 가고 싶었던 곳은 바로 옆의 타케나가(たけなが)라는 이자카야였어요. 전갱이 이케즈쿠리와 생맥주 1잔을 세트로 묶어서 980엔 밖에 안 한다는, 맛 좋고 가성비 뛰어난 이자카야라고 소개받았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인기가 많더라고요. 저녁 먹으러 내려왔더니 타케나가는 만석이길래 그냥 바로 옆의 ICOCA에 가서 히카리 군의 오무카레(오므라이스+카레)를 먹었습니다. 물론 가볍게 므기소다(보리쇼츄+소다수)도 몇 잔 마셨죠.


헌데 오늘은 영~ 흥이 안 올라오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혹시 집에 가면 술이 땡기려나? 싶어서 편의점 가서 오뎅이랑 생햄, 소세지 등을 사 왔는데, 집에 와서도 별로 안 땡겨서 유튜브랑 넷플릭스 보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AREA QUEST 라는 간판을 봤는데, 폰트나 모양새가 너무너무 DRAGON QUEST라서 사진을 한 장 찍어놨어요.


집에서 청소하고 빨래하고, 밥 해 먹고, 산책 나갔다가 장을 봐서 들어오는, 그런 식의 유유자적한 구마모토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내일은 또 어디로 산책을 나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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