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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

31. 새로운 번화가를 찾아 겐군 신사로

2025 새해맞이 여행 - [4부] 유유자적 구마모토

by zzoos



구마모토 번화가는 사실상 딱 한 군데라고 알고 있습니다. 북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 대략 1.5Km 정도 되니까 사실 꽤 넓은 범위이긴 합니다. 넓은 범위의 골목골목과 골목 안의 빌딩빌딩마다 빼곡하게 다양한 가게들이 많으니까 새로운 가게를 찾는 모험은 아직 한참 남은 거죠.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전차역인 스이도초 역(水道町駅)



하지만 매번 술 마시러 나갈 때마다 같은 지역으로 나가니까 식상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지난주에 ICOCA의 히카리 군에게 '구마모토에 다른 번화가는 없느냐?'라고 물어봤었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더니 겐군 마치(健軍町) 쪽에 번화가 있다고 알려주더군요. 제가 지도를 검색해서 겐군 신사(健軍神社)를 보여주니 그 근처라고 하더군요.




겐군 신사에 가기 위해서는 겐군코마에(健軍校前) 역이 더 가깝다.



그래서 오늘은 겐군 신사 주변을 돌아보러 갑니다. 일단 겐군 신사를 구경하고, 동네를 돌아보면서 괜찮은 가게를 찾으면 그쪽에서 저녁을 먹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스이도초 역(水道町駅)에서 전차를 타고 겐군코마에(健軍校前) 역까지 갑니다. 어차피 A 노선과 B 노선이 겹치는 구간이라 어떤 것을 타도 상관없습니다.



겐군진자산도(建軍神社參道)는 직선으로 길게 쭉~ 뻗어 있었다.



전차에서 내린 다음 골목으로 쭉 올라가면 그 길이가 1,200 미터라는 겐군진자산도(建軍神社參道)를 만나게 됩니다. 지금 검색하면서 알게 된 건데 이 길의 이름이 핫초바바(八丁馬場)라고 하네요. 지난주에 에즈코 공원(江津湖公園)에 가려고 내렸던 역 이름이 핫초바바였거든요. 지도를 보니 겐군진자산도가 핫초바바 역에서부터 시작이로군요. 오호, 신기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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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도로 옆의 커다란 나무 (우) 이시타테 오오카미 (石立大神)



제가 생각하는 구마모토의 이미지답게 커다란 나무들이 쭉~ 늘어선 길을 따라 겐군 신사 쪽으로 걸어가면, 신사 바로 앞에 이시타테 오오카미(石立大神)가 나타납니다. 신호등이 빨간불이라 기다리지 않았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어요.


구글맵을 찾아보니 이시타테 오오카미는 동자 출현의 돌(童子出現の石)이라고도 불린다고 하는데요. 한 2,000년 전에 이곳에 삼나무가 자라고, 그 아래에 동자승이 나타났다는 무슨 전설이 있었나 봅니다.



구마모토에서 가장 오래된 신사라는 겐군 신사



겐군 신사는 구마모토에서 가장 오래된 신사라고 합니다. 걸어오는 길에 쭉~ 심어져 있던 삼나무들은 가토 기요마사 시절에 심은 것이라고 합니다.


숙소 앞에 있는 후지사키하치만구(藤崎八旛宮)가 구마모토에서 가장 유명한 신사라고 생각했는데, 규모를 보면 이곳이 훨씬 더 큽니다. 어디가 더 인기 있는 곳인지는 구마모토 사람에게 물어봐야 되겠지만, 어쨌든 가장 유명한 신사들 중 두 개라는 것은 사실인 것 같아요.


이건 좀 딴 얘긴데, 겐군진자(建軍神社)는 '신사(神社)'이고 후지사키하치만구(藤崎八旛宮)는 '궁(宮)'이잖아요. '신사'는 가장 일반적인 호칭이고 '궁'은 황실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나 역사상의 인물을 기리는 신사를 부르는 것이라고 하네요. '궁'과 비슷한 것으로 '신궁(神宮)'이라는 게 있는데요. 이건 황실과 깊은 관계가 있는 아주 특별한 신사만 붙일 수 있는 호칭이라고 합니다.




더 이상 신사 입구에서 손을 씻을 때 바가지는 안 쓰는 건가요?



로몬(楼門)을 지나 신사 안으로 들어서면 손을 씻는 곳이 나오는데요. 작은 대나무 바가지로 물을 떠서 손을 씻는 것이 아니라 대나무 구멍으로 졸졸 떨어지는 물에 손을 씻도록 되어 있어요.


숙소 앞의 하치만구도 이렇게 되어 있더라고요. 이런 모양은 구마모토에서 처음 봤습니다. 구마모토의 특별한 방식인 건지 아니면 최근 신사의 유행인 건지, 그런 건 잘 모르겠어요.




겐군 신사 안에 있는 건물들 그리고 전체 풍경



한 바퀴 둘러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지만, 생각보다는 큰 규모의 신사였습니다. 아직 연초라 그런지 평일인데도 참배객들이 꾸준히 방문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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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 주변의 골목골목 분위기가 좋았다. 한적한 주택가 느낌.



신사에서 나와 마음 닿는 대로 골목골목을 걸어 봅니다. 별로 기대 안 했는데 꽤 분위기가 좋은 동네였어요. 고급 주택들이 많이 보이는 한적한 동네더라구요. 하지만, 오늘의 목적은 그런 게 아니었잖아요? 도대체 번화가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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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겐군 마치 앞의 피아크레스 상점가 (우) 종착역이라 선로가 뚝! 끊기는 겐군 마치 역



그렇게 걷다가 결국 Piacres(ピアクレス) 상점가를 발견했습니다. 겐군 마치(健軍町) 전차역 바로 앞이에요. 보는 순간 '아, 번화가라는 건 저걸 말한 것이었구나' 싶더군요.


그나저나 겐군 마치 역은 특이하게도 선로가 뚝! 끊기는 역입니다. 구마모토 전차의 종착역이거든요. 집으로 돌아갈 때에는 여기서 전차를 타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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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화가라고 하기엔 많이 한적했던 겐군 마치 주변



피아크레스 상점가를 끝까지 쭈욱~ 걸어 봤습니다. 쇼핑하는 고객들을 위해 상점가에서 꺼내둔 것 같은 유모차 + 카트 같은 것은 좀 귀엽긴 했습니다만... 시내 중심가를 제외하면 구마모토의 번화가는 이런 정도인 걸까요? 좀 실망했습니다. ㅠㅜ


그러고 보니 '다른 번화가가 없느냐?'고 물어봤을 때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고 한참을 고민했다는 것 자체가... 다른 번화가가 없다는 걸로 이해했어야 하는데 말이죠.


물론 두 골목? 정도는 밤이 되면 좀 화려해질 것 같은 골목이 있긴 했습니다만, 이곳에서 밤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좀 어려울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전차를 타고 시내 중심가로 돌아가서 저녁을 먹기로 결정했습니다. 오늘 저녁을 먹고 4차까지 달린 얘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풀어 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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