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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

막국수가 먹고 싶어, 전철을 탔습니다.

전철 타고 춘천 여행 (1/2)

by zzoos




요즘 집에서 쉬고 있거든요? 말 그대로 '백수'의 삶을 즐기는 중입니다. 뭐, 자세한 얘기를 하자면 좀 길어지니까 일단 패스하고, 그러다가 갑자기 '막국수'가 먹고 싶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춘천을 다녀오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청량리에 가서 경춘선을 타면 다녀올 수 있잖아요? 그게 이름이 itx로 바뀌었던가 뭐 그런 걸로 기억하고 있었어요.







제가 기억하고 있던 방법 말고 춘천에 가는 방법이 한 가지 더 있더군요. 광역 전철을 타고도 갈 수 있더라고요. 청량리나 용산에서 탈 수 있는 itx 청춘 열차는 말 그대로 '기차표'를 예매할 수 있고, 지정된 좌석에 타고 가는 기차고요. 수도권 지하철 노선도에서 '경춘선'이라고 표시하고 있는 상봉~춘천 노선은 지하철 요금으로 탈 수 있는 광역 전철이더라고요.


※ 참고로 itx 청춘 열차와 광역 전철 경춘선은 같은 레일을 달리고 같은 역을 쓰기 때문에 플랫폼에서 탑승할 때 잘 보고 타야 합니다. 좌석이 기차처럼 생겼으면 itx고 좌석이 지하철처럼 생겼으면 광역 전철입니다.


집에서 출발해 청량리까지 가고, 거기서 기차 시간을 기다렸다가 출발하는 것보다 오히려 지하철 노선을 이용해 광역 전철로 갈아타고서 춘천까지 가는 게 시간이 조금 더 걸리지만 편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일단 상봉역으로 갔습니다.







광역 전철은 지하철에 비해 배차 간격이 좀 긴 편이지만, itx 청춘 열차에 비하면 훨씬 짧습니다. 10분 정도 기다리는데, 오늘 날씨가 꽤 덥네요. 땀이 흐릅니다. 썬크림을 바르지 않은 것이 후회되고, 부채를 가져오지 않은 것이 아쉽습니다.







평일 오전이라 그런 거겠죠? 전철 안에는 승객이 거의 없습니다. 노선도의 모든 역에 정차하는 완행열차, 아니 전철이라 속도는 느리지만 여유롭고 한적하게 옛 경춘선 라인을 따라 달립니다. 대성리, 청평, 가평, 강촌. 그리운 이름들을 오랜만에 다시 만납니다. 대성리 역을 지나면서부터는 창 밖으로는 북한강이 보이기 시작하네요.







“차내가 시끄럽다는 민원이 있습니다. 차내에서 떠드는 고객님께서는 남을 위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해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안내 방송이 나옵니다. 제가 타고 있는 칸만 조용했던 걸까요? 어딘가 시끌벅적한 객차가 있나 봅니다. 대학생들이 MT를 떠나는 걸까요? 저도 대학시절 경춘선이나 중앙선 기차에서 너무 떠들어서 아저씨, 아주머니들에게 잔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쩌면 오랜만에 만난 아주머니들이 나들이 가면서 수다를 떨고 계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어쨌든 이건, 바로 그 ‘춘천 가는 기차’네요.







드디어 춘천역에 도착했습니다. 아직 12시가 되기 전이에요. 점찍어 두었던 막국수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탑니다. 유명한 막국수 집 여러 개가 ‘신북’ 쪽에 있습니다. 12번 버스를 타고 춘천 국유림 관리소까지 약 20분 정도. 정류장에 내려서 약 10분 정도를 걸으면 목적지가 나옵니다.







샘밭 막국수는 서울과 판교에도 지점이 있어서 자주, 많이 먹어봤고 유포리 막국수도 춘천 올 때마다 여러 번 먹어봐서 오늘은 안 먹어본 오수물 막국수로 갑니다.







정류장에서 가게까지 가는 길. 약 10분 동안의 산책이 아주 기분 좋습니다. 가지치기를 한 지 얼마 안 됐나 봐요. 싱그러운 나무 냄새가 거리에 가득합니다. 요 며칠 계속 비가 와서인지 파랗게 맑은 하늘도 좋고요. 땀이 날 정도로 덥긴 하지만 오랜만에 집에서 나온, 여행의 기분입니다.







자, 오수물 막국수에 도착하니 열두 시 삼십 분. 한창 점심시간입니다. 평일이지만 만석이예요. 역시 유명한 가게는 다르네요. 하지만 대기는 없어서 5분 정도 기다렸다가 자리에 앉았습니다. 앉으면서 바로 ‘막국수 하나요’를 외쳤죠.







한 5분 지났을까? 막국수가 나왔습니다. 면이 두 덩이라 양이 많아 보이지만 한 덩이의 크기가 작아서 전체 양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잘 비벼서 한 입 먹어보니, 들기름 향이 고소하게 진동합니다. 색깔에 비해서 간이 약한 양념이네요. 맵지도 않고요. 전반적으로 삼삼하면서 고소하다는 느낌이에요. 유포리보다는 샘밭에 더 가까운 맛입니다. 아쉬운 점은 면이 좀 많이 익어있다는 점이에요. 물론 어디까지나 제 취향에 비해서 그렇다는 거죠. 저는 얇고 꼬들한 면을 좋아하거든요.


반쯤 먹다가 동치미 육수를 부어서 물막국수로 만듭니다. 양념이 너무 약해서인지 물막국수로 만드니까 맛이 아주 심심해집니다. 겨자를 넣어서 조금 더 자극적으로 만들어 봅니다만, 그냥 비벼서 먹었을 때가 더 좋습니다.


아, 그리고 열무 김치가 아삭하고 신선해서 아주 맛있더군요. 좋아하는 분들은 환장할 맛!


분명히 일주일쯤 지나면 더 먹고 싶어질 것 같은 삼삼한 막국수를 후루룩 다 먹고 나서 왔던 길을 되돌아갑니다. 그리고 소양강댐 방면으로 올라가는 버스를 탑니다.







처음 출발할 때에는 소양감댐을 볼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막국수 먹으러 신북까지 와서 보니 바로 옆이 소양강댐입니다. 온 김에 보고 가는 게 나을 것 같더라고요.







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산을 올라가 소양강댐 정상 정류장에 내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소양강댐에 와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2000년 정도일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동창들과의 춘천 여행. 자그마치 25년 전이네요?







날도 덥고 물을 좀 마시고 싶어서 매점 같은 것을 찾다 보니 소양강댐 물문화관이라는 것이 보입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것 같은 곳인데, 자판기 같은 게 있으려나? 싶어서 들어가 봤더니, 일단 시원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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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강댐을 만들면서 수몰된 마을에 대한 기록 같은 것이 있더군요. 갑자기 궁금해져서 영상을 모두 봤습니다. 어떤 기분일까요. 어릴 적부터 살던 고향이 모조리 물에 잠기는 기분은...







버스의 배차 시간이 꽤 길어서 (세 종류의 버스가 번갈아 가면서, 약 20분 정도의 간격) 배차 시간에 맞춰 정류장으로 갑니다. 약 30분 정도를 달렸습니다. 춘천역까지 가기 전에 이번에는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서 소양강 처녀상 앞에서 내립니다. 내린 김에 근처 사진 좀 찍고요.







아, 어디를 가려고 버스를 갈아타느냐고요? 이번 목적지는 국립춘천박물관입니다. 보고 싶은 전시가 있거든요. 그 얘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해야 되겠네요. 글이 너무 길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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