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을 합니다.

프로젝트 혼술 - 0. 프롤로그

by zzoos




요즘, 혼술을 합니다.


언제부터였을까요. 혼자 술 마시는 것이 오히려 편해졌습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뻔뻔해진 걸까요? 예전엔 혼자 식당이나 술집에 들어가는 것이 어색하고 뻘쭘했었는데 이젠 그런 걸 별로 신경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별로 나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더욱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면 의외로 혼자 밥을 먹거나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헤어지고 나서 부족한 알콜을 채우기 위해 혼자 바를 찾곤 했습니다. 알콜이 부족하기도 했겠지만 '함께 마시는 술'외에 '혼자 마시는 술'도 필요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함께 술을 마셔주는 친구들은 저와 취향이 좀 달랐거든요. 함께 마실 땐 음식이나 술의 맛보다는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수다를 떠는 그 자체가 더 중요하잖아요. 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저에겐 술을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혼자 바를 찾곤 했죠.


그것이 혼술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혼자 여행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친구들과 함께했던 여행과 혼자 하는 여행은 완벽하게 다릅니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친구들과의 추억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죠. 사실 어디로 여행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혼자 하는 여행은 스스로 온전하게 그곳에 녹아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 '제대로' 여행하기 위해서는 혼자여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남을 신경 쓰고 싶지 않기 때문이네요. 혼자 여행을 하는 이유도, 혼자 술을 마시는 이유도 결국은 일행의 눈치를 보고 배려하는 노력과 에너지를 배제하고 그 시간을 온전히 혼자 누리기 위함이네요.


친구들과 여행을 가면 일행들을 예의주시하며 기분이 어떤지, 밥은 잘 먹었는지, 어디를 가고 싶어 하는지, ... 계속 신경 쓰게 됩니다. 쓸데없이 오지랖이 넓다고 할까요? 눈치를 본다고 할까요? 이런 성격 때문에 해외로 여행을 갔을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언젠가의 여행 중에 스트레스로 급성 위염에 걸렸던 적도 있어요.


함께 술을 마실 때도 그렇습니다. 나의 취향을 주장하기보다는 남들의 취향, 오늘의 분위기, 모두의 지갑사정 등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당연히 만나면 반갑지만 헤어지고 나서 시원하다는 생각도 드는 건 그런 스트레스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혼술을 합니다.


남들에게 신경 쓰기 싫어서, 혼술을 합니다. 먹고 싶은 것을 먹고 가고 싶은 가게에 가기 위해 혼술을 합니다. 누가 취하든 말든 상관없이 나의 주량만을 체크하면 되니까 혼술을 합니다. 비싸거나 특이한 술을 먹고 싶을 때, 남 눈치 보지 않고 주문하기 위해 혼술을 합니다.







프로젝트 혼술.


혼술을 좋아하는 제가 추천할만한 가게들을 찾는 프로젝트입니다. 혼자 술 마시기에 좋은 분위기라던가, 바 좌석이 있어서 혼자 앉아도 눈치가 보이지 않는다던가, 안주의 양이 많지 않아서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던가, 잔술을 팔기 때문에 다양하게 마시는 것이 가능하다던가 하는 '혼술 포인트'를 가지고 있는 가게들을 찾는 혼자만의 프로젝트랄까요.


앞으로 이 카테고리에 차곡차곡 쌓아 보겠습니다. 일단 넘버링은 0번으로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아무것도 소개하지 않았으니까요. 과연 몇 번까지 소개할 수 있을까요? 10번? 50번? 어쨌든 뭐, 되는 데까지 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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