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워서 너무 자주 가는 냉면집

프로젝트 혼술 - 1. 가락동 옥돌현옥

by zzoos




프로젝트 혼술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고 나서, 시작은 이 집으로 해야겠다! 라고 가장 먼저 떠오른 곳입니다. 사실 '혼술'의 기본 단계는 국밥이나 냉면집이죠. 워낙 혼자 들러서 소주 한잔하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혼술 초보들도 눈치 보지 않고 '한 명입니다'를 말할 수 있는 곳이잖아요.


저에게는 바로 이곳이 그런 집입니다. 물론 저는 이제 혼술 레벨(?)이 좀 더 올랐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은 곳에서도 혼자 마시곤 하지만 말이죠. 어쨌든 이곳은 퇴근하고 들러서 혼자 가볍게 소주 한잔하고 집에 들어가기도 하고, 휴일에 영화 보러 가기 전에 잠깐 들러 점심을 먹기도 하는 곳입니다.


바로 옥돌현옥입니다.







일단 이곳의 간판메뉴는 평양냉면입니다. 육향이 진하고 감칠맛이 있는 육수는 누구나 먹기 편하고, 특히 얇고 깔끔한 100% 메밀면은 완전 제 취향입니다. 제가 가장 많이 먹어본 평냉이라 이것이 제 평냉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2025년에는 미슐랭 빕구르망에 소개되어 여전히 휴일 점심시간이나 저녁 시간은 만석이 되기 일쑤입니다. 기존의 단골인 저에게는 좀 아쉬운 점이죠.







옥돌현옥은 일단 음식이 맛있습니다. 기본인 평양냉면도 좋고, 숙주와 두부가 잔뜩 들어간 만두도 참 맛있습니다. 어복쟁반은 강남권의 절반에 가까운 가격인데도 충분한 퀄리티를 보여주죠.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바로 냉제육입니다. 지방의 고소함이 일품인 버크셔 품종을 사용해서 일반적인 제육과는 감칠맛이 다릅니다.


우리가 가장 흔하게 먹는 돼지의 품종은 YLD 교잡종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요크셔+랜드레이스+듀록의 교잡종인데 쉽게 생각해서 요크셔라고 생각해도 큰 무리는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잘 자라는 커다란 흰 돼지예요. 버크셔나 듀록은 우리가 흔히 보는 돼지와는 좀 다른 품종입니다. 요크셔만큼 잘 자라지 않기 때문에 더 비싼 품종인 거고요.


이렇게 얘기하곤 합니다. 구울 땐 듀록, 삶을 땐 버크셔. 뉴욕에서 엄청나게 유명해진 돼지곰탕 가게인 옥동식에서 사용하는 돼지의 품종이 바로 버크셔입니다. 가고시마의 쿠로부타(버크셔)는 샤브샤브로 먹죠. 역시 '삶을 땐 버크셔'라니깐요. '구울 땐 듀록'을 증명하는 가게는 금돼지 식당이죠. 듀록을 사용하거든요.


여튼! 바로 이 냉제육의 맛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 맛'과 전혀 다를 것이라는 걸 설명하기 위해 돼지 품종에 대한 얘기를 좀 했습니다. 일반적인 돼지 수육과 다릅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냉제육과도 당연히 다릅니다. 차갑게 식힌 버크셔의 기름이 입 안에 들어와서 녹을 때 내뿜는 그 고소함과 감칠맛은 기존의 돼지고기와 전혀 다른 맛입니다.







옥돌현옥에 혼술 하러 들르면 일단 냉제육 반접시를 주문합니다. 그러면 위의 사진처럼 대략 8~10점 정도의 냉제육이 나오죠. 쌈장을 살짝 올리고, 편마늘도 한 점, 통통하고 퀄리티 좋은 새우젓을 한두 마리 같이 올려서 고기를 한 점 먹으면 '아, 정말 맛있다'는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소주 한 잔, 고기 한 점. 크~


냉제육 반접시를 다 먹고 나면 물냉면을 하나 주문합니다. 선주 후면이라고 하나요. 고기와 함께 소주를 마시고 나서 냉면으로 입을 씻습니다.


이 맛을 너무 좋아해서 매일 가고 싶을 정도입니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가 않아요. 이런 가게가 집 앞에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혼술의 재미를 알려주고 익숙하게 만들어준 곳, 옥돌현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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