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여행

정동을 품고 있는 미술관

정동산책 (2/4) - 서울시립미술관과 정동길

by zzoos




점심을 잘 먹고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왔습니다. 사진도 찍고, 영상도 찍고(영상은 전부 엉터리로 찍어서 바로 삭제 ㅠㅜ), 부채질을 하면서 앉아 쉬기도 하고, 천천히 걸었어요. 돌담길을 걸을 땐 그 끝에 시립미술관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기분이 좋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미술관 중 하나거든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것을 굳이 말하자면, 제가 좋아하는 미술관들은 환기미술관, 성곡미술관 그리고 바로 이곳, 시립미술관입니다.







미술관으로 올라가는 길입니다. 한여름의 화창함과 울창함을 가지고 있는 숲길이에요. 서울 시내 한복판에 이런 울창함이 있다니깐요. 참 멋진 곳이죠?







주요 전시가 끝나고 다음 전시를 준비 중이라서 한적한 미술관입니다. 작은 전시가 하나 있었던 것 같은데 정문도 잠겨 있고, 뭔가 작업하시는 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계셔서 전시를 관람하진 않았습니다.







이렇게 더운 날, 미술관에 가는 이유는 역시 에어컨 때문이잖아요. 두 시간 정도 시원하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으니까요. 오늘 산책에 미술관을 하나 끼워 넣은 건 그런 이유도 있는데, 여기서 계획이 하나 틀어져 버렸습니다. 역시 평소에 무계획으로 살던 사람이 갑자기 계획을 세우거나 하면 이렇게 뭐가 잘 안 된다니깐요.







어쩔 수 없이 다시 정동으로 내려옵니다. 8월의 서울은 더워도 너무 더워요. 어딘가 에어컨이 있는 곳을 찾아야 합니다. 카페 같은 곳을 찾아도 좋겠네요. 일단 정동 교회 앞을 지나 정동길을 따라 걸어 보기로 했습니다.







시원한 가을날이라면 정동극장 야외에 있는 카페에 앉았을 겁니다. 예전에 자주 앉아서 시간을 보내던 곳이에요. 물론 실내에도 좌석은 있지만 오늘은 조금 더 걸어보고 싶습니다.







정동길에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조금씩 보입니다. 아무래도 광화문이나 을지로 같은 곳에 비하면 아직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인 것 같기는 해요. 역시 정동은 이런 한적한 느낌이 좋죠.


흠... 이러다 유명해져 버려서 이 느낌을 다시는 느끼지 못하게 되면 어쩌죠? 예전 삼청동 같이...







정동에는 서울의 다른 곳에서 잘 느낄 수 없는 텍스쳐들이 많습니다. 돌담이나 붉은 벽돌, 기와 같은 것들 말이죠(정동의 텍스쳐에 대한 포스팅을 별도로 하나 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거기에 한 여름의 초록을 더하니 어딜 봐도 기분 좋은 풍경이, 펼쳐지기는 하는데, 너무 덥습니다. ㅠㅜ 견디기 힘든 서울의 여름.







별생각 없이 계속 걷다 보니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마음이 조금 급해졌습니다. 더 이상은 참기 힘든 더위를 피하기도 해야겠고,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전에 비를 피할 곳도 찾아야 했습니다. 심지어 지금 우산도 없어요!!







정동길을 끝까지 올라갔다가 마땅한 카페를 찾지 못하고 다시 시립미술관 쪽으로 내려옵니다. 비가 오락가락하고 있어요.







편의점에서 우산을 하나 사서 덕수궁길을 따라 계속 걷다가 덕수 초등학교 앞에서 억수같이 퍼붓는 비를 피해 20분 정도 처마 밑에 서 있었습니다. 계속 이럴 수는 없을 것 같아서 그 퍼붓는 비를 뚫고 계속해서 걷다가 결국 성공회 성당 앞까지 오게 됐어요.







그렇게 퍼붓는 빗 속에서도 이 한 컷을 찍어야겠어서, 우산을 목과 어깨 사이에 끼우고 핸드폰을 들어서 찍은 한 컷입니다. 성공회성가수녀원 건물.







결국 성공회 성당 앞마당에 있는 작은 카페에서 비를 비할 수 있었어요. 한 3-40분 정도 커피를 마시며 에어컨으로 시원해진 공기에 땀을 말리고 있으니 비가 그치더군요.







땀을 모두 식혀서 깔끔해진 기분으로 다시 걷기 시작합니다. 이번엔 목적지가 생겼어요. 비를 피하는 동안 핸드폰으로 검색을 좀 했거든요. 시립미술관에서 전시를 보지 못한 게 좀 아쉬워서 근처의 다른 미술관에서 어떤 전시를 하는지 찾아봤더니, 마침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재밌을 것 같은 전시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으로 갑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