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카라츠와 요부코 - #2 오노우에 료칸
요부코(呼子)에서 1박을 하기 위한 여행 일정을 잡았습니다. 그 이유는 역시 음식과 술 때문이었어요. 요부코에 들르는 이유가 요부코 이카를 먹기 위해서잖아요? 당연히 거기에는 술도 한 잔 곁들여야겠죠. 그리고 술이란 건 마시다 보면 1차, 2차, ... 점점 더 마시게 되기도 하잖아요.
그러니까 뭔가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들른 곳이라면 숙소까지 잡아두고 속 편하게 마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1박을 하게 되면 그렇지 않을 때와는 다른 풍경들을 볼 수 있거든요. 밤과 새벽 그리고 이른 아침의 풍경 같은 것들 말이죠.
물론 카라츠에 숙소를 잡고 버스를 이용해 요부코와 하도미사키(波戸岬)를 둘러보는 일정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버스로 이동이 가능한 곳들이거든요. 카라츠에서 아침에 출발해 요부코 아침 시장을 둘러보고 하도미사키에서 소라구이로 점심을 먹고 다시 요부코로 돌아와 이른 저녁으로 요부코 이카를 먹고 버스를 이용해 카라츠로 돌아간다면 하루 코스가 되겠네요.
뭐 어쨌든, 저는 요부코에서 1박을 하고 싶었습니다. 오랜만에 료칸도 가고 싶었고요.
요부코는 꽤 작은 항구 도시입니다. 그러다 보니 숙소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호텔 같은 건 없다고 봐야 하고요. 대부분의 숙소는 료칸이나 민숙(民宿)입니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이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 있는 숙소의 숫자가 매우 적어요. 유명한 글로벌 호텔 예약 사이트들에서는 거의 검색할 수 없고요, 일본 내의 숙소를 검색할 수 있는 곳 그러니까 라쿠텐 트래블이나 자란넷에서 찾는 것이 낫습니다. 뭐 그래봐야 숙소의 숫자가 적은 건 마찬가지지만요.
여기에 1인 여행자라는 디메리트를 하나 끼얹으면 숙소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집니다. 료칸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플랜은 대부분 2인 이상인 경우가 많거든요.
이런 저의 조건에 맞는 유일한 숙소가 바로 오노우에(尾ノ上) 료칸이었습니다. 조식과 석식을 포함한 플랜이었고요. 사가규는 굳이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상 좋은 고기는 료칸보다는 시내의 가게로 가는 것이 더 만족도가 높았거든요.
료칸의 객실은 두 종류가 있었는데요. 침대가 있는 방은 화장실과 욕실이 포함되어 있고 더 비싼 방이었고, 다다미 방은 화장실과 욕실을 공용으로 사용해야 하는 옛날식 방이었습니다.
어차피 대욕장에서 씻을 테니 결국 화장실이 방에 없다는 것이 다다미방의 문제였는데요. 어차피 1박만 할 거니까, 기왕이면 화(和)식 그러니까 일본식 다다미방에서 묵는 것이 더 분위기가 좋을 것 같았습니다. 가격 차이도 적지 않았고요.
아, 참고로 자란넷에서 료칸의 플랜(방, 식사 등의 요금 종류)을 제대로 살펴보려면 한국어나 영어로 된 설명 말고, 아예 일본어로 검색해야 합니다. 외국인용 설명에는 모든 플랜을 적어두지 않은 곳들이 많더군요. 오노우에 료칸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엔 번역기가 잘 되어 있으니까 아마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겁니다. 참고로 제가 묵었던 플랜은 이것입니다.
오노우에 료칸은 온천 료칸은 아닙니다. 모든 료칸에 온천이 있는 건 아니거든요. 보통의 경우 온천으로 유명한 동네에 관광을 갔을 때 료칸에 묵게 되니까 료칸 하면 온천이 떠오르긴 합니다만, 요부코는 온천으로 유명한 동네가 아니거든요.
하지만 대욕장이 있기 때문에 방 안에 욕실이 없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유카타를 입고 대욕장까지 걸어가다 보면, 어? 내가 온천 료칸에 와 있나? 하는 기분도 슬쩍 들긴 합니다. 물론 대욕장은 그리 크지 않고 노천탕 같은 것도 없지만 말이죠.
오노우에 료칸은 애완견 동반 가능한 숙소입니다. 그래서 다른 손님이 데리고 온 애완동물을 마주치게 될 수도 있어요. 로비에서는 애완동물 관련 용품을 판매하고 있기도 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간식들은 '애완동물용' 간식입니다. 절대 술안주가 아니에요.
어쨌든 애완동물 동반이 가능한 숙소라고 하면 털이 날리거나 냄새가 날까 봐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인데요. 식당이나 로비, 방에서 냄새가 난다거나 털이 날리진 않았습니다. 그러니 다른 손님들의 애완동물에 신경 쓰이지만 않는다면 애완동물 동반이 가능하다는 점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료칸의 위치는 접근성이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요부코 시장에서 도보로 30분 정도 걸리는 바다 쪽, 외진 동네예요. 료칸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긴 한데 배차 간격이 꽤 길어요. 그리고 정확하게 버스는 아니고 노리아이 택시(乗合タクシー)라고 해서 승합차 같은 걸로 정해진 노선을 움직이는 운송수단입니다. 이름은 택시고 운행방식은 버스죠. 요금은 200엔이었고요. 현금만 가능합니다.
외진 곳에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나쁘다는 것은 단점이지만, 이건 다른 면에서 좋은 점이 되기도 합니다. 요부코를 여행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아침시장 근처만을 구경하게 되거든요. 오노우에 료칸에 묵으면 료칸 주변도 구경할 수 있게 되죠.
이게 왜 장점이 될 수 있냐면요, 이 주변 경치가 꽤나 괜찮기 때문입니다.
짧지만 가볍게 걷기에 좋은 산책로도 있고, 그 산책로에서 바라보는 바다도 꽤나 멋집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조식을 먹기 전에 료칸 주변을 산책했어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는데도 바다의 풍경을 보면서 걷는 건 기분 좋은 시간이더군요.
그리고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거대한 불상인 요부코다이부츠(呼子大仏)도 볼 수 있었죠. 사진에서는 잘 안 느껴지겠지만, 생각보다 훨씬 큰 불상입니다.
요부코의 오노우에 료칸은, 솔직히 어쩔 수 없어서 선택한 곳이었습니다. 1인 여행자를 받아주는 료칸은 의외로 꽤 드물거든요. 그리고 접근성이 별로 좋지 않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뚜벅이 여행자들은 버스에서 내린 다음 료칸까지 가는 것도 꽤 험난한 여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꽤 좋은 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료칸 주변의 경치가 좋다는 점이 그 첫 번째고요. 일본식 다다미방이 낡았지만 충분히 깨끗하고 넓다는 것이 두 번째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다다미 6조짜리 방은 료칸의 표준적인 넓이라고 할 수 있죠.
게다가 무엇보다도 식사가 꽤 괜찮습니다. 물론 고급 레스토랑과 비교할 순 없습니다만,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의 퀄리티라면 만족할만한 식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요부코 이카를 먹을 수 있잖아요. 가성비가 좋다는 점도 이 료칸의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끝으로 제 예상과 전혀 달랐던 점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그건... 2차로 마실 곳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에요. 심지어 료칸에서는 가벼운 안주거리를 구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료칸의 자판기에서 뽑은 발포주와 쇼츄는 안주 없이 마셔야만 했습니다. 미리 2차를 대비한 술과 안주를 준비해서 체크인했어야 했습니다.
료칸의 주변에는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는 가게는커녕 아예 인적이 드문 곳입니다. 요부코의 번화가(?)까지 나간다고 해도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는 가게가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만, 문제는 거기까지 걸어서 30분이라는 거죠. 게다가, 제가 묵었던 그 밤엔 억수 같은 비가 내렸거든요.
그러니 그냥 모든 걸 포기하고 방에서 일찍 잠들 수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