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카라츠와 요부코 - #3 오노우에 료칸의 석식과 조식
앞선 포스팅에서도 얘기했듯이 요부코에 료칸을 잡은 이유는 단 하나죠. 요부코 이카를 여유롭게 먹기 위해서. 그걸 위해 1인 예약도 받아주는 요부코의 료칸, 이노우에 료칸을 예약했습니다. 기차를 몇 번이나 갈아타고 료칸에 도착했고요.
체크인을 하고, 짐을 정리하고, 대욕장에 가서 목욕을 하고 나왔더니... 드디어! 저녁식사 시간이 됐습니다.
비싼 고급 료칸이 아니었으니까 엄청난 식사가 나오진 않겠지만, 분명히 예약할 때 '요부코 이카'를 저녁 식사에 포함해 두었으니, 바로 그 오징어를 먹을 수 있는 거겠죠.
아, 요부코 이카라는 말은 특정 오징어를 가리키는 말은 아니고요. 이카 이케즈쿠리(イカ活け造り)를 부르는 다른 말입니다. 요부코의 이카 이케즈쿠리가 유명해서 생긴 말이라고 해요.
식당에 들어가니 바로 커다란 수조가 보이더군요. 수조 안에는 작은 오징어들이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사사이카(ササイカ)라고 하더라고요. 큐슈 북부에서 겨울부터 봄까지 많이 나는 오징어라고 하네요.
참고로 사사이카는 방언이고, 표준어로는 야리이카(ヤリイカ)랍니다. 우리말로 하면 표준명 화살꼴뚜기로 동해안에서 잡히는 한치를 말하기도 합니다.
요부코 지역에서는 겨울 시즌에 사사이카, 여름 시즌에 켄사키이카(ケンサキイカ)로 이케즈쿠리를 만드는 모양입니다. 아, 켄사키이카가 바로 제주의 그 한치와 같은 녀석입니다.
오징어 종류도, 참, 어렵네요.
수조에서 오징어들을 구경한 다음, 직원분의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았습니다. 자리에 먼저 준비되어 있던 소쿠리에 다섯 개의 접시가 담겨 있었는데요. 고등어구이, 로스 편채, 순두부, 삶은 고구마, 데친 오징어가 담겨 있더군요. 다들 좀 차가운 음식들이었습니다.
곧바로 이어서 사시미 3종이 나왔어요. 간파치(잿방어), 주도로(참치 중뱃살), 마다이(참돔)이었습니다. 특히 간파치가 좋았어요. 원래 좋아하는 생선이기도 하고요.
다음으로 차완무시가 나왔습니다. 비가 와서 좀 서늘한 날씨에 따뜻한 음식을 먹으니 마음에 안정이 찾아왔어요. 슬슬 저녁 식사에 빠져들게 됐습니다.
드디어 등장하신 요부코 이카! 작은 사사이카 두 마리를 회 떠 주셨네요. 다리가 꿈틀거리고 있었어요. 정말 신선한 오징어는 몸에 있는 검은 반점도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눈을 크게 뜨고 몸통의 작은 점들을 주시해 봤는데, 점들은 움직이지 않더군요.
사사이카의 맛이 원래 그런 건지, 아니면 좀 어린 개체라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요. 이 오징어는 제가 그동안 먹어봤던 오징어들과는 좀 다른 식감이었습니다. 흔히 먹던 살오징어 날개 부분의 그 탱글하고 사각거리는 느낌이 몸 전체에 퍼져 있었어요. 무늬 오징어나 한치의 찰진 식감이나 갑오징어의 쫀쫀한 식감과 다른 새로운 맛이었습니다.
새로운 동네에서 새로운 맛을 발견하는 기쁨! 이런 게 정말 여행하는 재미가 아닌가 싶어요.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면 술도 한 잔 해야겠죠. 메뉴판을 보니 한 홉씩 주문이 되더라고요.
일단은 카라츠(唐津)의 지자케인 만레이(万齢) 준마이다이긴조를 한 홉 주문했습니다. 뭔가 정통파의 느낌이 드는 술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현대적인 느낌의 니혼슈였습니다. 쓸데없는 쌀의 잡미가 느껴지지 않고 산뜻했어요. 그렇다고 완전 모던 스타일이냐고 하면, 또 그건 아닙니다. 향이 막 터져 올라오고 산미가 강하게 느껴지지도 않았어요. 굳이 따지자면 깔끔하게 밸런스가 좋은 느낌입니다.
다음으로 마신 술도 역시 카라츠의 지자케인 마도노우에(窓乃梅) 토쿠베츠 준마이. 이건 쌀 느낌이 좀 나는 술이었습니다. 잘 만든 정통파 니혼슈의 느낌이라고 할까요. 식중주로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 술이었어요. 별생각 없이 주문했는데, 순서도 적절했네요. 깔끔한 걸 먼저 마시고 뒤이어서 무게감이 좀 느껴지는 술이었으니 말이죠.
술과 함께 천천히 식사를 하고 있자니 칸파치 조림이 나왔습니다. 잿방어를 조림으로 먹어본 적이 있었던가? 잘 기억이 나지는 않네요.
이 조림이 너무 맛있었어요. 적당히 사각거리는 느낌으로 잘 익은 야채들의 식감도 좋았고, 살짝 간장에 조려진 생선살이 너무 맛있더라고요. 회로 먹는 칸파치가 좋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조림으로도 이렇게 좋은 녀석이었군요.
오징어의 살을 다 먹고 다리만 남으니까 옆에서 지켜보던 직원분께서 튀기거나 구워줄 수 있다고 하면서 어떻게 해드릴까요하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튀겨달라고 했습니다. 오징어 다리는 역시 튀김이죠.
그리고 이 튀김도 참 맛있었습니다. 깨끗한 기름에 살짝 튀긴 느낌. 뭐, 일본에서 튀김을 먹으면 확실히 전반적인 퀄리티가 높다는 느낌이죠.
자, 이제 마무리로 밥과 국 그리고 쯔께모노입니다.
전반적으로 좀 요리의 가짓수가 적다는 느낌이 들긴 해요. 두 종류 정도의 요리가 더 나온다면 정말 대만족 했을 것 같은데, 그러자면 비용도 그만큼 추가되겠죠. 그런 의미에서 가성비가 딱 적절하다는 생각이 드는 곳입니다.
디저트는 감귤 젤리입니다. 감귤 껍질 위에 모양 그대로 젤리를 굳혔어요. 상큼하게 입을 씻어주는 맛입니다. 확인은 못했지만 아마도 사가현의 귤 종류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큐슈에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귤이 나거든요.
계속해서 비가 쏟아지고 있었기 때문에 밖에 나갈 수도 없고... 이후 방에 올라가서 2차를 하려고 했는데요. 마땅히 안주를 구할 수가 없더라고요. 중간에 편의점에 들러 안주 거리를 좀 챙겨 왔어야 했다고 후회를 했습니다.
뭐, 아침 일찍부터 움직였더니 피곤하기도 해서 1일 차는 그냥 일찍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료칸 주변을 가볍게 산책하고 왔더니 기분이 좋아졌어요. 아침의 바다 풍경이 좋았더랬거든요. 좋아진 기분으로, 그대로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체크인할 때 시간을 정해두어서 그런 거겠죠? 식사가 미리 세팅이 되어 있었어요.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는 경치가 좋은 자리였습니다.
두부 위에 가츠오부시 올린 것, 쯔께모노, 생선을 양념에 무친 다음 위에 김가루 뿌린 것, 간장 수란, 말린 전갱이 구이, 요부코 오징어 슈마이, 쌀밥 그리고 된장국.
너무 맛있어 보이는 아침 식사입니다. 반찬들이 하나같이 맛있었어요. 특히 양념에 무친 생선이 너무 맛있었는데, 전갱이가 아니었을까? 하는 짐작만 해봅니다. 저 반찬 하나만으로도 밥을 싹 비울 수 있을 것처럼 맛있었습니다.
거기에 말린 전갱이 구이는 또 어땠게요. 분명히 말린 생선 특유의 비린내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특유의 꼬소함이 있어요. 뼈가 없으니 먹기도 편하고요. 호불호가 분명히 갈릴 맛이지만, 그 짠맛 때문에 밥이 막 들어갑니다. 밥도둑이에요.
그리고 요부코의 오징어를 이용한 슈마이 두 개. 쉽게 설명하자면 오징어 만두 같은 건데요. 피도 오징어고 속도 오징어입니다. 따뜻했으면 더 맛있었을 것 같아요.
이곳, 오노우에 료칸의 식사들은 가격에 비해서 만족도가 높은 편이었습니다. 특히 아침 식사는 아주 훌륭했고요, 저녁 식사의 요리 종류가 좀 아쉽지만 가격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식사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 오노우에 료칸은 아쉬운 점이 없는 곳은 아니지만 가성비가 충분히 좋은 료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 이제 2일 차의 하루가 밝았으니 다음 일정을 시작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