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zoos Apr 20. 2019

2. 미야코섬 남쪽에서 북쪽까지

구리마섬에서 이케마섬까지 쭉~ 돌아보기

자,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는 날이다. 어제는 숙소에 도착하고 나서 저녁을 먹은 게 전부였으니까 말이다. 여행이라고 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지는 않는다. 하루를 길게 쓰면 더 많은 곳을 돌아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굳이 그렇게까지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어 하는 스타일의 여행자가 아니니까.


자, 오늘 하루도 달려보자구! 피트군!


배가 슬슬 고파질 즈음에 숙소를 나섰다. 숙소 근처에 세워둔 차에 올라타 에어컨을 켰다. 숙소에서 에어컨 없이 지내다가 이렇게 에어컨이 있는 곳에 나오면 컨디션이 급상승.


차에 타긴 했는데, 목적지가 없다. 그저 '미야코섬(宮古島)에 가야지!'하고 온 거지 딱히 어디를 찾아가서 뭘 구경하고 뭘 먹야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온 것은 아니었으니까. 구글맵을 켜고 지도를 살펴보니 미야코섬의 남쪽 해안도로를 따라 쭉 달리면 히가시헨나 곶(東平安名崎)이라는 곳이 있다. 미야코섬의 가장 남쪽이자 가장 동쪽 포인트. 아주 뾰족하게 튀어나온 지형이 신기한 곳이었다. 약 35분 정도만 달려가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달려가는 길에 식당이 보이면 대충 차를 세우고 들어가서 점심을 해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구리마대교(来間島大橋)를 건너 미야코섬으로 넘어갔다.


달린 코스로는 미야코섬을 한 바퀴 돌아본 것처럼 보이지만 서쪽은 쭉~ 달려 내려오기만 했으니, 남/동/북쪽을 둘러봤네.


막상 운전을 시작하니 약 40분 정도의 시간은 별 것 아니었다. 배고픔을 느낄 겨를도 없이 난생처음 보는 풍경이 계속 창밖으로 지나가는 걸 느끼고 있었다. 날씨가 그리 좋지 않은 것이 매우 아쉬웠지만 '여기는 오키나와! 내가 그렇게 오고 싶어 했던 미야코섬이야!'라는 기분과 좌측통행을 그리 어색해하지 않으면서 잘 달리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뿌듯한 기분까지 더해져 거의 통행량이 없는 해안도로를 달리는 것이 배고픔을 눌러 이겨버린 것이다.


등대가 있는 곳까지 가면 경치가 좋아지겠지?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서 주변을 보니 오~ 관광객이 좀 있다. 붐비는 수준까지는 아니고 그저 텅 비어 있는 건 아닌 정도. 자판기에서 녹차를 하나 뽑아 들고 잘 정비된 길을 따라 걸었다. 별로 특별한 풍경이 아니었다. '괜히 온 건가?' 하는 생각이 슬슬 들면서 기분 좋은 드라이브로 잊고 있던 배고픔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본격적인 미야코의 바다를 처음 만난 곳. 다양한 바다의 색을 한꺼번에 볼 수 있었다.


500m 정도 걸었을까? 주변의 풍경이 좀 달라지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날씨만 좋았다면' 절경이었을 풍경들. 멀리 보이는 짙푸른 바다와 가까이 보이는 연한 파란빛의 바다가 절묘했다. 이렇게 다양한 푸른빛이 '미야코 블루'인 건가?


경치가 정말 좋았다. 날씨만! 제발 날씨만 좋었더라면 ㅠㅜ


음. 그러니까 곶(串, Cape)은 뾰족하게 튀어나온 지형을 말하는 단어다. 울산의 호미곶도 뾰족하게 튀어나온 지형을 말하는 '곶'이라는 단어를 쓴 지명이다. 어쨌거나 지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히가시헨나 곶은 미야코섬에서 태평양을 향해 툭 튀어나와 있는 곳이다. 근처에 섬도 하나 보이지 않은 망망대해가 짙푸르게 펼쳐진 걸로 봐서는 아주 깊은 바다로 이어지는 곳인 것 같다.


날씨가 흐리고 엄청난 바람이 불었다. 그랬더니 다이나믹한 파도가!!


툭 튀어나온 끝부분으로 나갈수록 바람이 점점 심해졌다. 몸을 가누는 데 신경을 좀 써야 할 정도의 바람. 머리는 온통 바람에 날려 산발이 되는 상황. 그 바람은 우리의 몸과 머리카락만을 날리고 있는 게 아니었다. 눈앞에 펼쳐진 장관. 그 거센 바람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위력의 파도가 계속 몰아치며 하얀 포말을 짙푸른 바다 위에 그리고 있었다. 그 장면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개인적으로 멍하니 파도를 보고 있는 걸 아주 좋아한다) 한참을 구경하면서 서 있었다. 사진도 엄청 많이 찍었는데, 왜 동영상으로 남겨두지 않았는지 이제야 후회가 된다.


곶의 끝부분에는 한바퀴 빙 돌아볼 수 있는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었다.


주차장에서 산책로를 따라 히가시헨나 곶을 빙 둘러보는 데는 3-40분이면 충분했다. 총 대략 1Km 정도의 산책로. 날씨가 흐리고 바람이 많아서 관광객이 별로 없으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을 했는데 한적하면서 '외롭지 않을' 정도의 관광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 그러고 보면 예전 이시가키섬에 갔을 때도 그랬는데, 오키나와 본섬보다 유난히 대만 관광객이 많다는 느낌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지도를 보면 대만 바로 옆에 붙어있는 섬들이니까 말이다. 오히려 한국인이라고 하면 신기하게 보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여행기를 검색해보면 꽤 많은 사람들이 다녀온 것 같지만 그건 긴~~ 시간 동안 쌓여 있는 글들일뿐이고, 실제 주위에서 미야코섬이나 이시가키섬을 다녀온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걸 보면 그리 인기 여행지는 아니다. 뭐, 일단 직항이 없는 곳이니까.


만약 내가 식당을 하게 된다면 꼭 메뉴에 넣고 싶은 음식. 타코라이스.


엄청나게 강한 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하고 다시 차로 돌아오니 잊고 있던 '배고픔'이 엄청나게 몰려들었다. 이젠 아무렇게나 달리다가 눈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야지 라는 식으로는 안 되는 상황. 차에서 바로 식당 검색에 들어갔다. 구글맵과 타베로그를 이용해서 크로스체크를 해보니 꽤 가까운 곳에 카이호우칸(海宝館)이라는 식당을 찾을 수 있었다. 간단한 오키나와 음식을 파는 곳이라고 하니 뭐든 먹을 수 있겠다 싶었다.


막상 도착해보니 주차장도 꽤 크고(사실 오키나와 여행에서 '주차'는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모두 다 차를 가지고 움직이는 곳이니까) 식당의 좌석수도 엄청 많은 곳이다. 당시에는 '단체 관광객을 받는 곳인가?' 싶었는데 방금 검색해보고 알았다. 해안도로변에 있는 휴게소였다. 그러니까 휴게소에 딸린 식당.


어쨌든 배는 엄청 고팠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카레라이스를 주문하려고 했으나 마침 카레는 안 된다고 해서 메뉴판을 살펴보니, 우왓! 타코라이스가 있는 거다! 그래서 바로 주문!! 커다란 조개껍데기를 그릇으로 사용하는 호쾌한 스타일에 또 한 번 놀랐다.


타코라이스라고 하면 혹시라도 타코야키(たこ焼き)의 타코 그러니까 문어를 떠올릴 수도 있으나, 오키나와의 향토(?) 음식인 타코라이스는 멕시코 음식인 타코(Taco)에서 온 이름이다. 살사 소스를 타코에 싸 먹지 않고 밥 위에 올렸기 때문에 타코라이스인 것이다. 사진에 보이는 야채와 치즈 그리고 토마토와 그 아래에는 간 고기가 들어 있는 매콤한 살사 소스가 들어 있다.


이 음식을 오키나와 향토 음식이라고 하는 이유는 실제로 이곳에서 만들어진 음식이기 때문. 오키나와에는 미 해군기지가 주둔하고 있는데 미군들이 좋아하던 타코를 밥 위에 얹어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스팸을 아주 자주 먹지만 사실 해외에서는 스팸을 그리 자주 먹지 않는데 유독 오키나와는 스팸을 자주 먹는 지역이다. 그래서 오키나와 음식 전문점에서 스팸을 구워주는 안주를 발견하면 한국 포장마차에 와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드론으로 찍었을까? 헬기에서 찍었을까? 대단히 멋진 지형인 히가시헨나 곶


아, 얘기가 다른 곳으로 빠졌으니 다시 돌아와서, 참 좋아라 하는 타코라이스를 깨끗하게 비우고서 계산을 하러 나가는데 사진과 같은 포스터가 걸려 있는 게 보였다. 찬바람을 맞으며 거센 파도를 구경하고 온 히가시헨나 곶이 바로 저렇게 생긴 곳이었구나. 지도로 지형을 확인하고 실제로 산책로를 구석구석 걸었는지만 이런 식으로 바라보니 또 다른 감흥이 있다.


미야코섬의 남쪽. 처음으로 들른 해변. 보라가 비치 (保良泉ビーチ)


배부르게 점심을 먹었으니 산책을 해볼까 싶었는데, 주차장으로 들어가다가 이 표지판을 보게 됐다. 보라가와 파라다이스 비치? 여기에 해변이 있나 보네? 지도를 살펴보니 조금만 걸어 내려가면 보라가 비치(保良泉ビーチ)라는 해변이 나온다. 그럼? 가야지!


프라이빗 비치로 오해할 정도로 작은 해변. 하지만 물 색깔은 말 그대로 미야코 블루. 스노클링 포인트라고 한다.


경사로를 따라 내려가다 보니 작지만 예쁜 해변이 눈에 들어온다. 멀리서 바라본 물빛은 흐린 날씨에도 맑은 푸른빛. 밝은 노란빛의 깨끗한 모래사장과 부서지는 하얀 포말. 그리고 에메랄드보다는 좀 더 푸른빛이 도는 아마도 미야코 블루. '아! 이게 미야코의 바다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10월이라고 해도 단풍이 들지 않고 온통 푸르른 나무들


이제 점심도 먹었겠다. 본격적인 미야코섬 드라이브를 시작할 시간. 해안도로를 따라 10분 정도 달리니 또 다른 해변에 도착했다. 미야코섬의 서쪽에 위치한 해변. 이름은 요시노비치(吉野海岸). 해안도로에서 해변 쪽으로 난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사진처럼 주차장이 보인다. 차를 세우고 살랑살랑 걸어 내려가면 요시노비치.


날씨가 흐려도 이 정도의 바다라니


스노클링을 하거나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하늘은 잔뜩 흐리지만 온도는 그리 낮지 않은 날씨. 역시나 이곳도 날씨가 좋았다면 훨씬 더 예쁜 물빛을 담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


이렇게 찍고 보니 꽤 괜찮아 보여서...


비슷하게 한 장 더 찍어봤다. 하늘 - 바다 - 나무


달리다 아무 데나 세우면 그냥 이런 뷰


요시노비치를 떠나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기 시작하고는 15분을 넘기지 못했다. 꼭 세워서 보고 싶은 풍경을 다시 만났다. 나중에 GPS 기록을 근거로 지도를 찾아보니 히가 공원(比嘉ロードパーク)이라는 곳.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저절로(?) 만나게 되는 길가의 작은 공원이다.


스노클링 장비를 가지고 왔어야 하는 건가? 하고 심각하게 후회했다.


꼭 이곳에서만 이런 뷰를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달리는 내내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는데 적당히 차를 세울만한 곳이 없었는데 마침 이 공원은 제대로 주차장을 갖추고 있어서 맘 편하게 차를 세울 수 있는 곳이었다.


미야코의 유명 특산물인 유키시오(눈소금). 바로 그 소금이 들어가서 짭짤한 맛의 미야코 사이다.


약 30분을 더 달려 도착한 곳은 유키시오제염소(雪塩製塩所)니시노하마비치(西の浜). 미야코섬 북쪽 끝, 이케마섬(地間島)으로 넘어가기 직전에 왼쪽으로 빠지면 이케마대교(地間大橋)를 볼 수 있는 곳에 도착하는데, 이곳은 미야코섬의 특산물인 유키시오(눈소금)를 만드는 공장과 기념품 가게가 있고 카페와 식당들이 몰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혼자 스노클링(어쩌면 스킨 다이빙?)을 즐기는 분. 아, 부러웠다.


미야코의 소금이 워낙 유명해서 오키나와 본섬의 나하 국제거리에서도 기념품 가게를 볼 수 있고, 유명한(?) 소금 아이스크림도 먹을 수 있는데, 바로 그 원산지는 바로 이곳이다. 물론 나도 아이스크림을 먹었고, 바로 그 소금이 들어가서 짭짤한 맛이 특이한 미야코 사이다도 한 병 마셨다.


도착하는 해변마다 물빛이 조금씩 다르다. 어쩌면 모래의 색이 다르다는 것이 이유일까?


워낙 유명한 곳이다 보니 미야코섬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주차할 곳을 찾느라 어려움을 겪기도 했던 곳이다.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오기에는 아쉬워서 여행을 하면서 사용할 손수건과 타월을 한 장씩 샀다.  날이 너무 더워서 계속 땀을 흘리니 손수건이 꼭 필요했으니까. 미야코 사이다의 마스코트가 크게 그려진 것들이었는데, 아쉽게도 손수건은 여행 도중에 잃어버렸다.


사진에 보이는 것이 바로 이케마대교. 멀리 보이는 것이 바로 이케마섬.


북쪽으로 달려 올라온 이유는 이케마대교를 넘어 이케마섬을 돌아보기 위한 것이었으니 본격적으로 이케마대교쪽으로 가다 보니 대교를 건너기 전에 살짝 오른쪽으로 빠져서 차를 세울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이름은 세토자키 주차장(世渡崎駐車場).


세토자키는 세토'곶'이라는 뜻인데, 지도에서 봤을 때 이케마대교와 미야코섬이 연결된 부분이 툭~ 튀어나와 있는 것으로 봐서 다리가 연결된 곳의 지명이 세토곶이 아닌가 싶다.


수면까지 올라와서 헤엄치는 거북이를 봤어! 여기서 봤다고! 사진을 못 찍었네 ㅠㅜ


말 그대로 그냥 주차장일 뿐인 곳인데, 바다를 엄청 가까이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위의 사진에 보이는 바로 저곳에서 바다거북이가 물속에서 돌아다니는 걸 직접 볼 수 있었다. 황급히 핸드폰을 꺼냈지만 사진에 담을 수는 없었다는 아쉬움. ㅠㅜ


바다로 뛰어드는 것 같은 기분으로 주차를 했다.


주차장은 위의 사진처럼 생겼는데... 차를 세울 때 엄청 무서운 기분이 든다. 바다로 뛰어드는 것 같은 아슬아슬함.


미야코제도의 관광지도. 나중에 참고하려고 찍어뒀다.


이케마섬으로 들어가고 있자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한다. 날씨가 흐리더니 결국 비까지 ㅠㅜ


유명한 곳인 것 같아서 들러볼까 하고 목적지로 설정했던 후나쿠스(フナクス) 비치. 스노클링으로 유명하다고는 하지만 날씨도 이 모양인 데다가 우산도 가지고 있지 않아서 해변을 구경할 수는 없었다. 주차장에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빗소리가 좀 약해지기를 기다렸는데, 그러고 있자니 '내가 뭐 하는 거지?' 싶은 생각이 슬슬 들더라.


잘 보면 오른쪽으로 살짝 누운 하트가 보이는데... 찾으실 수 있으실라나?
아무도 없는 조용한 해변. 성수기에는 카페를 운영하는 곳일까?


슬슬 숙소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차를 움직이니까 마침 비가 좀 잦아 들어서 이케마섬을 조금 더 둘러보기로 하고 이키즈비치(イキヅービーチ)의 하트바위(ハート岩) 쪽으로 이동.


날씨는 흐리고, 사람은 없고, 카페는 문을 닫았고... 뭔가 한적하다기보다는 스산한 느낌이 가득한 해변이었다. 아마도 날씨가 좋은 성수기에는 엄청 아름다운 해변이겠지. 이런 해변들을 돌아다니며 스노클링 투어를 하면 너무 재밌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숙소로 차를 돌렸다.


하루 종일 한참을 돌아다닌 것 같은데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시간. 심지어 다리를 두 개나 건너야 하는데 말이다. 


오래됐지만 낡은 느낌이 아니라 손때 묻은 정겨움이 가득한 호텔 히비스커스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나왔더니 어제 만났던 두 명의 여성분들은 체크아웃을 했고, 오늘 새로 체크인하는 분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황. 숙소가 텅 비어있길래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약간 낡지만 오래돼서 정겨운 일본의 가정집 느낌 그대로.


밥, 꽁치 구이, 파파야 볶음, 모즈쿠, 톤지루(돼지고기 된장국).


어제 미리 얘기해둔 숙소에서 준비해주는 저녁. 엄청 맛있는 생선을 준비할 테니 기대하라고 해서 엄청 기대했는데 바로 그 생선은 산마(さんま, 꽁치).


이런 경험이 처음은 아니라서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잘은 모르지만 여러 번 겪어본 바에 의하면 일본 사람들은 가을의 별미 생선으로 꽁치를 꼽는다. 식당이나 이자카야에서 생선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가을엔 꼭 꽁치를 추천해주더란 말씀. 아마 꽁치라는 생선의 입지가 우리나라와는 다른가 보다.


그렇게 생각하면 자신들이 생각하는 가을철의 별미를 차려주신 것이니 너무 섭섭해할 필요는 없는 것인데... 그래도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걸... 하지만 난생처음 먹어보는 파파야 볶음도 좋았고, 언제나 싹싹 바닥까지 미우는 모즈쿠(해초의 일종)도 맛있었다. 그중에 일품은 역시 맛있게 끓여낸 톤지루!! 바로 이 된장국 덕분에 말그대로 일반 가정집에서의 식사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숙소 바로 옆의 식당에 다 같이 모여 아와모리, 레바(돼지 간 볶음) 그리고 주인아주머니의 산신 연주!!


저녁을 먹기 전에 오늘 새로 체크인하는 손님 두 명과 인사를 했다. 한 명은 고베에서 온 46세의 서버 프로그래머. 그리고 다른 한 명은 한국에서 온 27세의 뮤지션을 꿈꾸는 교대생. 각자 저녁을 해결하고 나서 모두 숙소로 돌아왔을 때 쥔장 내외와 함께 어제 저녁을 먹었던 하나후(花風)를 다시 찾았다.


히비스커스 마스터인 텟짱이 강력 추천한 안주는 레바(レバ). 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간(liver)이라는 뜻인데, 돼지 간을 간장 양념으로 볶은 요리다. 음? 간을 볶는다고? 의아해하면서 한 점 먹어보니 간 특유의 고소함과 간장의 짭짤함이 적절하게 섞이면서 엄청 맛있는 안주!!


산신 연주를 들으며 오키나와식(?) 춤을 추는 일행들. 나도 영상 찍으면서 다른 손으론 춤추고 있었...


하나후의 주인장 아주머니의 산신 연주. 따라 부르는 사람들 때문에 노래는 잘 안 들리지만.


다 같이 춤추면서 아와모리를 부어라 마셔라~ 텟짱의 부탁으로 하나후의 주인 아주머니가 산신 연주를 여러 곡 해주시는 바람에 오키나와의 분위기를 완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시간. 내가 가장 좋아하고 들으면 바로 오키나와가 떠오르는 시마우타(しまうた, 島歌)를 신청하고 싶었으나... 실례가 될까 봐 그러지는 못했다.


초상권을 득하지 못했지만, 흔들려서 흐릿하기도 하고... 다 같이 즐거웠으니 이 정도의 사진은 괜찮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1. 서울에서 미야코섬까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