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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집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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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zoos Apr 07. 2020

5. 제육볶음

2020년 4월 7일 화요일 저녁


냉삼을 좋아한다. 집에서는 도저히 구워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기름이 사방팔방에 튀고 엄청난 냄새가 온 집안에 진동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혼자 가게에 가서 구워 먹을 엄두도 나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고기를 구워 먹는 것은 혼자 하기가 참 힘들다. 그러다가 결국 '냉삼욕구'를 참지 못하고 집에서 냉동 삼겹살을 구워 먹은 적이 있다. 렌지 후드를 가장 강하게 틀고 프라이팬에서 삼겹살을 빠르게 구운 다음 직접 만든 파채와 함께 먹었더니 의외로 집에 냄새가 강하게 배지도 않았고, 무엇보다도 맛있었다.


아, 제목은 제육볶음인데 왜 이리 냉삼 얘기가 기냐고? 잠시만 기다려 보시라.


집에서 냉삼을 먹을 수 있겠다는 용기와 희망을 가진 다음 마트에 가서 냉동 삼겹살을 사 왔다. 이번엔 양이 좀 많고 저렴한 거로 샀다. 1킬로그램에 만원도 안 되는 녀석. 어차피 삼겹살이 거기서 거기고 강한 파채 양념과 깻잎 같은 것과 함께 먹으니까 고기의 질은 큰 상관 없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헌데, 고기를 잘못 샀다. 삼겹살이 아니라 목살이었다. 아니 도대체 '냉동 목살'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종목이 마트에는 존재했다. 얇게 썰려 있는 모양조차 냉삼스러워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프라이팬에 구워보았다. 아, 이건 아니었다. 기름이 없어서인지 퍽퍽한 맛인 데다가 고기 자체의 질이 떨어지는 건지 잡내도 좀 났다. 그냥 구워 먹을 고기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 녀석들을 양념에 재워 제육볶음으로 만들었다. 냄새를 잡기 위해서 마늘을 좀 많이 넣고, 생강도 조금 넣었다. 진한 양념 맛을 내기 위해 고추장과 고춧가루도 듬뿍. 대파와 양파도 빼놓지 않았다. 간장과 설탕으로 재료들을 모두 버무린 다음 냉장실에서 숙성을 좀 시켰다.


아, 다행이다. 이제 먹을 만은 하다. 아직 며칠 더 먹을 분량이 남아 있다. 시간 나면 깻잎이라도 사와야 할까 싶다.


다음엔 '삼겹살'을 꼭 확인하고 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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