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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집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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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zoos Apr 27. 2020

12. 손님 초대상 찹스테이크

2020년 4월 24일 금요일 저녁 


밑반찬을 만들어두고 있는 걸 들킨 걸까? 갑자기 친구 둘이 주말에 놀러 온다고 해서 계획에 없던 밑반찬을 추가로 만들고, 전도 몇 장 부치고, 스테이크 먹고 싶다 그래서 매쉬드 포테이토도 만들었다. 오는 길에 두툼하고 좋은 소고기를 좀 사 오라고 해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올리브유랑 후추로 밑간을 한 다음, 배가 고프니까 잠깐 동안만 숙성을 시키고, 그동안 야채와 소스를 준비하고, 숙성시킨 고기를 깍둑깍둑 썰어서 찹스테이크를 만들었다.


무생채, 매쉬드 포테이토, 비름나물 된장 무침, 메추리알 장조림, 부추전, 찹스테이크, 건새우 볶음, 부추 무침, 시금치 무침,  진미채 볶음. 10가지를 모두 내 손으로 준비하다니.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된장국을 끓여 냈으니 사실상 총 11가지.


야식으로는 남겨두었던 간단 동치미 육수를 이용해 냉국수를 말았다. 1박으로 계획했던 방문은 결국 2박으로 이어졌고, 남은 고기를 또 볶아 먹으면 지겨울 것 같아서 소고기뭇국을 끓였다. 올리브유와 후추로 밑간을 이미 해두었던 고기라서 기름과 통후추들을 씻어 내면서 육즙이 같이 씻겨 나가면 어떡하나 걱정을 좀 했는데, 다행히 고기의 양이 많아서 소고기의 단맛과 향이 국에 충분히 우러났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소주잔을 기울였더니 홀로 지내던 시간과는 다른 방식으로 시간이 흘러간다. 구석에 밀어두었던 고민거리들을 꺼내 친구들의 잔소리를 더하니 좀더 현실감이 느껴졌다. 현실의 무게에 눌리는 것이 두려웠지만 오히려 해결해야겠다는 자신감과 의지 같은 것이 생기려고 한다.


전 세계가 난리 통인 와중에 망중한이 아닌 한중망이 살아 있다는 걸 자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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