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27일 점심, 저녁
역시 김밥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밥에 양념을 해야 하고, 속에 넣을 재료들을 따로따로 준비해야 한다. 밑반찬으로 만들었던 시금치 무침을 그대로 넣었더니 맛과 향이 좀 세다. 얇은 지단을 부치기 귀찮아서 좀 두툼하게 구운 계란은 식감이 별로다. 햄은 존재감이 없고, 요령이 없어서 주물주물 거린 김은 눅눅해졌다. 깜빡하고 김에 참기름을 바르지 않은 것은 최대의 실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밥은 생각보다 어느 정도는 맛이 나는 음식이다. 지적할 단점이 많은 첫 시도였는데도 불구하고 먹을 만 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아직 재료가 남아 있으니 상하기 전에 한두 번 더 시도를 해볼텐데, 별로 더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이 정도면 됐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기도 하고, 나아지기 위해서 들여야 하는 노력 대비 그 결과로 얻는 것이 적을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유는 모르겠다. 난생처음 해보는 요리에 스스럼없이 도전하고 있다. 실패하면 맛없게 먹으면 되지, 최악의 경우 버리면 되지. 뭔가 이런 기분이 든다. 성공의 열매가 맛있고 뿌듯하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겠지. 언젠가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성공해 본 사람은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깝지 않다고. 성공해 본 적이 없는 나는 그런 기분은 모르겠다고 했다. 단지 스스로 만족하기 위해 노력하는 거라고. 그런 나를 보며 안타까워하던 그는 성공을 맛본 사람이었다.
그러고 보면, 요즘은 스스로 만족하기 위한 노력조차도 하지 않고 있는 건 아닌가. 실패가 두렵다는 사실을 귀찮다는 핑계로 가려두고, 노력마저도 하지 않고 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