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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늘보 Nov 15. 2022

우울증이 뭐 별건가요.

관심과 동정을 위한 하나의 요소로 소비되는 우울증, 그것에 대해서.

"제가 우울증이 있어서...", "우울증도 좀 있고...",

나는 우울증을 겪고 있다. 올해 내 나이가 서른셋이니까 약 18년 전에 우울증상이 시작된 것 같다.

올해 4월까지는 약을 복용하다 내 마음대로 끊었다. 여러 가지 상황이 겹쳐 병원을 꾸준하게 다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울증의 원인?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이제 와서 돌이켜 보고 싶지도 않다.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우울증과 불안증과 강박증에 불면증까지 복합적이라 매우 심각한 상황이니 절대 약을 임의로 끊지 말라고 당부하셨었는데

2주에 한 번씩 병원에 갈 때마다 좀처럼 차도가 없는 느낌이라 오늘은 혹시 약을 줄일 수 있을까 하는 희망 속에 고문만 받다 돌아오는 것 같아

이 핑계 저 핑계로 내 마음대로 중단했다.

물론 부작용은 거칠게 왔다.

혹시 약을 복용 중인 분이 계시다면 "임의로 중단하지 마세요... -경험자로부터"라고 전달하고 싶다.


얼마 전 한 드라마가 인기였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 얘기였다.

사회적인 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치솟았고 그 드라마를 보지 않는 사람은 있어도 모르는 사람은 없는 듯했다.

문제는 그 후,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일부 사람들이 이번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네이버 지식인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글이라고는 "우리 아기가 자폐일까요?" 수준의 글이었는데

지금 올라오는 글들은 죄다 "제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 것 같아요." 다.

SNS를 봐도 자신이 자폐 스펙트럼인 것 같다는 글이 눈에 띄게 늘었다.


마치, 우울증과 불면증을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처럼 활용하던 과거 사례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또 다른 팻말이 늘어난 것만 같다.

겪어보니, 실제로 우울증이나 기타 관련 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들 중 심각한 무기력과 침울의 바다에 빠져있는 사람들은 허우적거리지도 않는다.

그저 조용히 잠식되길 기다릴 뿐.


우울증이나 불면증 등이 하나의 가벼운 "동정을 통한 관심받기 위한 도구"로 소비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정신적인 질환도 신체 질환과 똑같은 정도로 괴롭고 고통스럽다.

시력을 잃은 사람 앞에서 "내가 요즘 눈이 잘 안 보이는 것 같아. 시력을 잃으면 어떡하지?"라고 가볍게 말하지 않듯

정신적 질환을 겪는 사람들이 보고 있을 삶의 어떤 한 부분에서, 그것을 별 거 아닌 것으로 치부해 소비하지 않는 게 당연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


만약 주변에 우울증이나 불안증 등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마음 혹은 정신력이 약해서 그렇다"는 뉘앙스의 말을 하지 않는 게 좋다.

각자 품고 있다 태울 수 있는 에너지의 양과 색이 다를 뿐 그 사람도 그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 중일지도 모른다.

우울증이나 불안증 등은 마음먹기에 따랐다기보다 호르몬이 제대로 작용되지 않아 영향을 주는 만큼 약물치료가 상당히 좋은 효과를 준다.

"내가 마음이 약해서.."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내 호르몬 조절 장치가 고장 나서"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인 도움을 구하는 것이 좋다.


나는 내가 딱히 불쌍하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안되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호르몬이 아플 뿐이라 꾸준히 치료하고 노력하면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최근 우울해서 자신의 상태를 의심하고 있다면

울증은 단순히 우울하기만 한 증상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 우울하다고 해서 우울증이 아닐까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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