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화장을 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피부 화장을 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살면서 그 흔한 파운데이션이나 비비크림, 팩트조차 사 본 적이 없다.
20대 초반에 놀이공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함께 일하는 아르바이트 선배들은 눈만 마주치면 꾸지람을 했다. “화장 좀 해”
그래도 서비스업인데 자다 나온 얼굴은 좀 아닌 것 같아 나름대로 마스카라도 하고, 입술에 붉은색 립밤을 바르고 다녔지만, 그들은 ‘피부에 비비크림도 바르고, 눈썹도 그리고, 아이섀도에 아이라인에 마스카라 좀 해. 립스틱 좀 발라. 화장한 티가 많이 나게 화장해’라는 의미의 “화장 좀 해”를 주문했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은 “성인 여자가 생얼로 다니는 건 예의가 없는 거야”였다. 그리고 그들은 언제나 연예인처럼 화장을 예쁘게 하고 다녔다.
하얀 얼굴, 길고 두꺼운 검은색 아이라인, 새빨간 입술, 핑크색 블러셔. 그렇게 하고 다녀야 예의를 차리는 것이라 했다.
고작 그들의 나이도 스물셋, 스물넷이었다.
온갖 꾸지람에도 나는 그냥 내 식대로 하고 다녔다. 피부가 까만 편인 내 얼굴을 애써 하얘 보이게 하고 싶지 않았고, 크지 않아 귀여운 내 눈을 굳이 커 보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나의 민낯을 보이는 게 예의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대부분 평생 화장이라는 걸 하지 않는 남자들도 예의가 없다는 것인가? 남녀차별적인 것을 문제 삼는 게 아니라 그만큼 화장하지 않으면 예의가 없는 것이라는 말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논리라는 것이다.
서비스업에 종사한다면 깔끔한 인상이야 필요하겠지만, 나의 눈코 입을 모두 새하얀 도화지에 새로 그려 다른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화장.
그것에 가려진 본질은 무엇일까? 무엇으로부터 자신을 가리고, 무엇으로부터 자신을 꾸며내는 것일까? 자신이 보이고 싶은 이미지와 현재의 자신은 얼마나 차이가 있는 것일까?
서른셋이 된 지금. 나는 여전히 화장을 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가려지지 않은 이 상태 그대로의 나를 세상에 내놓고, 받아들인다. 잡티며, 까무잡잡한 피부며, 세상에 그대로 드러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