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타임_그림책의 문이 열리던 날.
내 대여섯살 즈음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평온하고 애틋한 기억이 하나 있다.
마루바닥에 배를 대고 엎드려 있는 어린 나와, 예쁘게 헤어밴드를 하고 신데렐라 드레스를 그려주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
어머니의 그림솜씨가 어찌나 신기하던지. 드레스 어깨부분과 잘록한 허리, 신데렐라의 올림머리까지 멋지게 그려내는 어머니의 솜씨는, 어린 내 마음에 존경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아마, 그 때부터 였던 것 같다. 내가 그림을 막연히 좋아하기 시작했던 때가.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 이후로 내게 존경심을 불러일으켰던 친구가 한명 있었다. 그 친구는 일본 만화책을 좋아했고, 만화책에 있는 그림보다 만화를 더 잘 그리던 친구였다. 나는 그 친구가 내심 부러웠고, 나도 만화를 한번 그려보리라 생각하고 만화용 펜촉과 잉크도 사고, 스크린 톤(음영패턴을 넣는 일종의 스티커)도 사고, 이런저런 도구들을 사서 나름대로 진지한 시도(?)를 했었다. 내가 지금 만화가가 되어있지 않은 것으로 봐서, 그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 결론.
그 이후로, 그림은 여전히 좋았지만 나에게는 소질이 없다고 판단하고 조금씩 그림을 그리는 것에서 손을 놓았던 것 같다.
그렇게 그림과는 점점 멀어져갔고, 시간은 자꾸 흘러 어느덧 홀로서기를 한지가 꽤나 지났다.
이런저런 경험들, 약간의 사회생활을 겪으면서 몸도 마음도 고갈되어가고 있다고 느낄 때 쯤, 다시 그림이 내게로 왔다.
서점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적당히 조용하고, 읽을거리도 주변에 쌓여있고, 오래 머물러있어도 된다는 점이 좋다. 아동도서쪽은 관심에 두지 않았던 터라 아동도서 코너로 갈 일이 없었는데, 왠일인지 한번 들러보고 싶어 찾아간 그곳에서, 예고도 없이 나에게 그림책이라는 세계가 열렸다.
무심코 집어든 첫 그림책은 ‘노란우산’이라는 그림책이었다. 생동감 넘치는 색채들과 표현이 매력적이었고, 맨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는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노란우산을 다 보고난 후, 그 근처에 있는 다른 그림책들도 차근차근 보기 시작했고 그림책을 덮을 때, 나는 생각했다. 내 남은 인생에, 그림책을 오래오래 곁에 두고 싶다고.
그림책은 이야기를 그리 많이 하지 않는다. 다만 생각하게하고 느끼게 한다. 나의 하루는 어땠느냐고 물어주기도 하고, 다 그렇게 산다고 위로해주기도 하고, 나도 몰랐던 내 마음, 때로는 내 부끄러운 모습을 들추어 내기도한다. 그래서, 그림책이 좋다.
그림책이 좋아서, 언젠간 나도 그림을 다시 그리고 싶어졌고 그림책이 좋아서, 그림책에 대한 이야기가 하고싶어졌다.
그림책도, 나도 그리 수다쟁이가 아니지만, 나는 그림책을 위해서 앞으로 좀 수다쟁이가 되어야겠다.
그 첫번째 걸음으로 이곳에 그림책 소개 혹은 그림책 이야기를 하나씩 하나씩 꺼내놓으려 한다.
이곳에 꺼내놓는 그림책 소개와 이야기들이 당신에게도 작은 위로와 쉼이 되기를 소망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