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그림책 메뉴, 노란 우산(류재수)

비 내리는 날의 색깔

by 그마시


나는 조용한 아이였다. 비 오는 날, 친구들은 옷이 젖든 말든 우산없이도 신나게 잘만 놀았지만, 나는 옷이 젖는게 싫어서 비 오는 날에는 일찍 집에 들어가곤 했다.
어른이 된 지금은, 이상하게도 비 오는 날도 괜찮아졌다. 가끔은 비를 맞고 다니고 싶을 정도로.
어릴 땐 싫었던 비 오는 날이, 왜 다 커서 괜찮아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릴 때 실컷 놀아보지 못한 것이 지금에서야 아쉬워서일까. 아니면,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처럼, 비가 오더라도 괜찮은 하루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만들어 낸 마법일까.

아무튼,
나름대로 비 오는 날을 즐기는 방법이 몇 가지 있다. 부침개 부쳐먹기, 카페에서 좋아하는 음료를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끄적거리기, 목적지 없이 마음가는대로 버스타고 돌아다니기, 그리고 우산 구경하기.

오늘 소개할 '노란우산'이라는 그림책은 우산구경을 실컷 시켜준다. 그것도 아주 기분좋게.



한 꼬맹이가 샛노란 우산을 쓰고 집을 나선다. 조금 걸어가니 옆집에서도 한 꼬마가 새파란 우산을 쓰고 집에서 나와 함께 걸어간다. 그렇게 색색의 우산을 쓴 꼬마들이 한명 한명 모여들어 옹기종기 어딘가로 부지런히 걸어간다. 어디를 그렇게 부지런히 가는 건지.



작가가 이 그림책을 그릴 때, 그저 색들의 리듬을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노란우산이라는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텍스트는 하나도 없고, 그림과 음악(CD가 동봉되어있다)만으로 구성된 그림책인데, 이 그림책을 음악과 함께 보고 있노라면, 나도 함께 가고 있는 듣한 느낌이 들 정도로 몰입하게 된다.

색색 우산들의 배열도 각각의 색이 가장 잘 어우러지게 배치되어있고, 우산을 쓴 꼬맹이들이 놀이터를 지나고, 공터를 지나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만드는 우산의 행렬은 역동적인 리듬감을 만든다.


비 오는 날은 언제나 회색빛을 하고있는 줄 알았는데, 비 오는 날처럼 알록달록해지는 날도, 비 오는 날처럼 통통 튀는 날도 없다는 것을 점점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혹시 비 오는 날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노란우산이라는 그림책을 권한다.
비 오는 날 생각나는 기분좋은 기억하나를 선물하는 마음으로.


노란우산 감상 tip


+ 우산 속 아이들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상상해 보는 재미도 놓치치 않기.
+ 비 오는 날, 기분좋았던 추억 떠올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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