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 그림책 메뉴, 구름공항(데이비드 위즈너)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by 그마시

어느 휴일의 나른한 오후, 방에 누워 뒹굴뒹굴 여유를 만끽하다가보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경험을 누구나 한번씩은 겪어보았을 것이다. 어린시절에는 그런 여유로운 시간에 엉뚱하고 순수한 몽상들을 많이 했다. 예를들면 내가 가지고 싶은 것들을 그림으로 그리면 그 그림이 실제로 그 물건으로 변하는 상상이라든지, 가고싶은 곳을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가 뜨면 가고 싶은 그곳에 있게된다든지하는 종류의 상상들 말이다. 또 도라에몽의 요술 주머니도 좋아했는데, 그 주머니 안에서 내가 원하는 것들이 나오는 생각만으로도 엔돌핀이 솓았다.


나이가 좀 더 들고서는, 앞날에 대한 불안과 스트레스 섞인 근심이 생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고, 엉뚱한 상상을 하는 것들을 ‘나잇값’을 못하는 것, 현실감이 떨어지는 것으로 취급할 것만 같은 주변의 시선때문에, 그런 취급을 받고 싶지 않은 마음에 스스로 금기(?)시 했던 것 같다. 좀 모자라는 사람, 혹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고 싶지 않아서. 그저 보통사람이 되고 싶어서 주변의 시선을 신경쓰기 시작한 것이 내 삶을 지루하고 싫증나게 만드는 시작이 될줄은 몰랐다.


그런데, 내가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다. 대다수의 타인은 나를 그리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 다만 내가 나를 그렇게 옭아맨 것 뿐이었다.

크고 작은 인생레슨비를 여러번 지불한 후에야 이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그제서야 조금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유롭다는 느낌을 예전보다 자주 느끼기 시작했다.


재미있고 위트있는 상상을 할 줄 아는 사람으로 늙어가는 일. 이 일은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라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


이번에 소개할 데이비위즈너의 ‘구름공항’은 어느 도시의 높은 빌딩에 견학을 간 아이가 우연히 구름친구를 만나 구름공항에 가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작가의 재치있는 상상력으로 그려내었다.

견학을 가는 기차 안에서 습기어린 유리창에 바다생물을 그리며 재미있어하는 아이.
빨간모자를 쓴 구름이 아이에게 구름공항에 가보지 않겠냐고 이야기를 건넨다.
획일적인 구름디자인을 지겨워하는 구름들을 위해, 멋진 물고기모양을 진지하게 디자인해주는 아이.
구름공항의 직원들이 이 사실을 알고, 아이를 꾸중하며 쫒아내는 모습.
그렇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 아이가 디자인한 물고기 모양 구름들은 출고(?)되어 하늘을 수놓게 되고, 물고기들이 하늘 위를 헤엄치는 듯 떠다니는 진풍경을 볼 수 있게 된다.


이 그림책은 기성세대와 신세대 혹은 제도적인 것과 반제도적인 것 혹은 고정관념과 새로운 아이디어의 충돌에 대해 엉뚱한 상상력을 빌려 이야기하고 있다.


획일적인 것들은 사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가끔은 그것을 깨는 획기적인 시도들도 그에 못지않게 필요하다. 역사와 인생의 경험들이 그것을 반복해서 알려주고 있지 않은가. 획일적인 것과 획기적인 것 사이의 균형감각이 중요한 것 같다.


데이비드 위즈너 작가의 그림책에는 텍스트가 없다. 그런데 말풍선이 떠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이유는, 아마 작가의 그림 스타일이 만화와 유사해서인 것 같다. 유독 엉뚱한 상상력 넘치는 그림책을 많이 만드는 데이비드 위즈너.


이 그림책을 보고 나면,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가끔 구름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을지도 모르겠다. 나처럼.


구름공항 감상 tip

+ 내가 구름 디자이너라면, 어떤 구름을 하늘에 떠다니게 하고 싶은지 상상해보기.

+ 바꾸면 안된다고 생각한 것들에 대해,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라는 상상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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