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생각이라는 마법
분명 내 앞에서 어떤 사람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귀는 음소거되고, 눈의 초점이 흐려지면서 다른 전경이 보일 때가 있다. 이런 증상은 강의를 들을 때든 길을 걸을 때든 버스를 타고 있을 때든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온다. 이 증상을 우리는 ‘딴생각’이라고 부른다.
어릴 적에는 수업을 듣거나 공부하는 중에 딴생각을 하면 안 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부모님은 집중해서 무언가를 해야 하는 때에는 심지어 누가 불러도 그게 들리지 않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 진짜 집중하고 있는 것이라고 가르치셨다. 그래서 실제로 ‘진짜집중력’을 길러보려고 누가 불러도 안 들리는 척하며 하던 일을 중단하지 않아 보려는 시도를 꽤 많이 했었는데, 부르는 소리가 진짜로 들리지 않는 ‘진짜로 집중’했던 적은 애석하게도 단 한 번도 없었다. 대신, 딴생각에 빠질 때는 기가 막히게 진짜집중력이 잘 발휘되는 이 아이러니.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주인공인 월터미티는 대표적으로 딴생각이라는 증상에 잘 빠지는 사람이다. 직장상사가 꼰대처럼 굴 때 코를 납작하게 해주는 상상이라든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한마디도 못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그녀에게 자신이 멋진 사람임을 어필하는 상상을 한다든지, 시도 때도 없이 딴생각에 잠겨버린다. 옆사람이 소리를 질러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다(영화가 굉장히 재미있으니, 아직 보지 않으신 분은 꼭 보시길).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이런 증상을 과연 ‘능력’이라 부를 수 있을까? 가령 위에 이야기한 월터미티에게 ‘넌 딴생각을 하는 능력이 엄청 탁월한 사람이야’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 글에서 소개할 마리 도를레앙의 ‘딴생각 중’이라는 그림책 이야기를 들어보시고 판단해 보시길~
역시 딴생각을 할 장소로는 학교가 제격!
장소가 어디든, 주인공은 딴생각을 통해 새가 되어 말이나 물고기들과 달리기를 하기도 하고, 지루한 방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딴생각하는 능력을 발휘할 때 나타나는 증상을 굉장히 잘 표현해 낸 장면.
어른이 되어도 딴생각하는 습관은 좀처럼 없어지지 않아서 시도 때도 없이 새가 되어 여기 저기를 누볐던 주인공이, 새가 되지 않아도 이곳저곳을 누빌 수 있는 법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바로 소설을 쓰는 것.
주인공의 딴생각은 더 이상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주인공이 책상에 앉아 딴생각을 하며 쓴 소설을 읽는 사람들마다, 주인공 혼자만의 딴생각을 함께 보고 느끼고 공감하게 되었다.
글의 서두에서 나는 딴생각을 하는 것이 능력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했다. 이렇게 대답하겠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곳에 존재하지 않을 수 있는 마법. 그 능력을 우리는 ‘딴생각’이라고 부른다고.
딴생각 중 감상 tip
+ 나는 주로 어떤 상황에서 어떤 딴생각을 하는지 생각해 보기.
+ 딴생각을 하며 그 시간 자체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나만의 딴생각을 글로 남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