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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Jun 28. 2022

아무렇지 않은 날들이 모여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

아니,

나는 진짜로 아무렇지 않은데

지는 아무러면서 아무렇지 않은 나한데

왜 아무렇지 않냐고 물어보는

지리멸렬한 날들이 계속되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근데 내가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한 사람도

저 사람은 아무런 일도 없을거라고 생각한 사람도

아무런 일들로 아파하고 슬퍼하고 고민하고.

그게 다 그런 삶이구나 느꼈다.


그림쟁이인 나는

아무런 그림은 어쩌면 아무런 사람이 그리는 그런 기억 못 하는 그림이

아무런 그림이 아닐까.


그런데, 오늘


김환기 점화 '25-V-70 #173

이 위대한 그림이 그런 그림처럼 보였다.

아무렇지 않지만 아무런 우리의 삶처럼.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 우리의 인생처럼.

김환기, ‘19-Ⅵ-71#206’, 1971년 작, 캔버스에 유채, 254 ×203cm, 개인 소장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970




저녁에

                       김광섭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환기 화백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이 작품은,  김광섭의 시와 함께 한다.

점 하나, 너 하나.


아무이지만 아무도 아닌 우리처럼.

그리고 아무가 될 수 없는 누군가처럼.


Untitled 03-II-72 #220’, 1972





“서울을 생각하며, 오만가지 생각하며 찍어가는 점.... 내가 그리는 선, 하늘 끝에 더 갔을까, 내가 찍은 점, 저 총총히 빛나는 별만큼이나 했을까..”  <김환기>


아무런 생각들이 총총이

그리고 촘촘히 끼워지는 날이 있다.  

그 촘촘함에 나는 잠들 수 없는 수많은 밤을 지새우는 것 같다.


그 촘촘한 밤들이 지나,

오늘 어쩌면 나는 생각했다.


+

아무것도 아닌 것이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구나.

아무렇지 않아도 되어서

나는 늘 괜찮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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