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때의 나, 그리고 지금 알게 된 것
어린 시절의 나는 스티커 모으기를 좋아했다.
예쁜 스티커를 보면 사서 쓰지않고 모아뒀었다. 20년도 더 지난 지금도 그 시절 가장 좋아하던 스티커는 여전히 내 서랍 속에 있다.
한 연예인이 우스갯소리로 명품 그릇을 사용할 때마다 손이 떨린다고 하였다.
예전의 나였다면 명품 그릇을 쓰는 연예인이 부러웠을 것이다. 그리고 그 그릇을 언젠가는 꼭 사고 말겠다는 의지와 함께 나의 위시리스트에 올려뒀을 것이다.
요즘의 나는 밥 먹는데 그릇이 깨질까 조심한다는 게 부담스럽다.
밥 한 끼 먹는데 그 순간이라도 맘 편하게 먹고 싶다. 그리고 설거지를 하면서 그릇을 깨뜨릴까 조마조마하고 싶지도 않다. 그릇의 한 귀퉁이의 이가 나가면 미련 없이 버릴 수 있으면 좋겠다.
내 인생인데 내가 주체가 아닌 물건을 떠받들고 사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아끼지 말고 후회 없이 쓰고 물건에 미련을 두지 않았으면 한다.
몇 해전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엄마와 이모들은 외갓집으로 짐 정리를 하러 갔었다.
모두가 예상했던 것처럼 새 이불, 새 내복, 새 양말 등 포장도 뜯지 않은 새 것이 장롱에 한가득 있었고 낡은 이불, 헤진 내복, 구멍 난 양말만 꾸준히 사용하셨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직접 마주한 가족들은 쓰지도 못한 새 물건들을 정리를 하면서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
TV 프로그램에서 배우 신애라 씨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유품을 정리하는데 아까워 미처 쓰지도 못한 새 물건들을 보며 많이 슬펐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못쓰고 가실 줄 본인이 아셨을까 싶어 더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나도 언젠가 떠나야 할 때가 되었을 때 나는 내 주위 사람들에게 무얼 남겨주고 싶은지를, 내가 느꼈던 안타까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지 않다고 하였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한다.
미니멀 라이프란 말 그대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을 두고 살아가는 삶을 일컫는 말이다.
내가 가진 물건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면 버릴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신혼여행에서 구매한 장식품, 생일날 선물 받았지만 지금은 쓰지 않는 것, 첫 월급 기념 셀프 선물 등 지금은 사용하지 않아 쓸모없는 물건들에 지나온 시간을 투영한다면 과거에 붙잡혀 있을 수도 있다.
물건에 끌려 다니지 않아야 마음도 훨씬 가벼운 삶을 살 것이다.
추억도 물 흐르듯 떠나보내야 과거에 발목 잡히지 않고 새로운 추억과 함께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