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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꾸밍 Aug 31. 2021

내세울 것이 없는 사람들의 도토리 키 재기, 허세

3. 철들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

100개를 가진 사람보다 1개를 가진 사람이 자랑을 한다고들 한다.


20대 중반 이전의 나는 내가 가진 것이 아닌 내 주변의 환경들이 마치 내 것 인 듯 자랑을 했다.

의사였던 삼촌, 고급 아파트에 사는 외삼촌, 특목고에 다니는 사촌동생, 그 지역의 강남이라 불리었던 살고 있는 동네 등 내가 아닌 것들을 나인 듯 은근히 어필하였다.



한창 취업준비를 하던 시절 번뜩 정신이 들었다.

내가 이루지도 않은 주변의 화려한 포장지를 아무것도 아닌 나란 존재에 덕지덕지 붙이고 있었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나의 자격지심을 들키지 않기 위해 주변에 괜찮아 보이는 것을 마치 내 옷 인양 억지로 끼워 입고 있었던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봤을 때 얼마나 꼴사나워 보였을까?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때부터는 입조심을 하였다. 아주 작은 계획이라도 내가 방향조차 잡지 못한 , 그리고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내가  알아보고 확신이 서거나 성과를 보였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내가 그런 시절을 겪고 나니 그런 허세를 부리는 사람이  보인다. 가끔은 허세 부리는 사람을 보면 꽤나 귀엽게도 보인다.


예전 회사의 회장님께 내가 나름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먹었던 사진을 보여 줬을 때 귀엽다는 듯 나를 바라보던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 것 같은 느낌이다. 세상 좋은 것 다 먹어 보신 분께서 누구나 갈 수 있는 식당에 갔다 온 걸 자랑하는 내가 마냥 귀여워 보였을 것이다.



한때의 나도 했던 SNS 자랑하기도 이런 맥락이지 않을까 싶다. 내 물건과 안목의 가치를 알아 봐주는 사람들이 부러워하면 우쭐한 마음으로 또 위안을 받는다.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명품을 샀는데 자랑할 곳이 없어 깊은 친분이 없음에도 연락 오는 사람, 취업 그리고 이직한 곳을 자랑하고 싶어 연락 오는 사람, 자식 자랑을 하고 싶어 은근히 물어보길 바라는 사람, 본인보다 더 나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발끈하며 나의 우월함을 드러내려고 하는 사람, 타인을 비방하며 내가 더 나은 사람이길 바라는 사람 등 허세인들이 참 많다.



이런 허세인들을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격지심이다.


내 속이 꽉 차 있다면 내가 드러내지 않아도 주변에서 알아 봐준다. 하지만 하나를 가진 사람은 자기가 획득한 그 하나의 가치를 주변에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 사람에게는 그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이때까지 가진 거 없어 위축되어 있다가 이거 하나 겨우 내세울 게 생겼는데 얼마나 자랑하고 싶었을까 싶다. 그래서 나는 허세는 자격지심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나이에는 내 손으로 하나씩 이루어 나가는 과정 속에 얻게 되는 성과를 자랑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모두가 가진 것이 부족하고 그 노력의 대가는 허세를 부려보아도 마냥 귀엽게만 보인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갖춰진 것이 없다가 하나가 생겼을 때 허세를 부리는 것은 나만 모르는 가여워 보일 수도 있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나도 다른 도토리들과 까치발 들며 키재기 보단 조금 더 속이 단단한 도토리가 되어야겠다.


도토리 점심가지고 소풍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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