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때의 나, 그리고 지금 알게 된 것
그 눈빛의 무게를 견뎌낼 수도 위로를 건네는 마음의 무게도 견뎌낼 수 없었다.
내 마음의 무게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워서 도저히 다른 사람의 무게까지 더 얹을 수가 없었다.
처음에 우리의 천사가 떠났을 때 나보다 내 주변 사람들이 더 많이 울었다.
다른 사람들의 슬픈 눈빛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내가 먼저 씩씩하고 밝게 다가갔다. 그래도 나를 대하는 참 많은 이들의 눈빛은 깊었고 젖어 있었다.
그리고 남편의 빚 때문에 집에서 쫓겨났을 때 나보다 다른 이들이 더욱 분노하였다.
내 고통이 더해짐에 대신 분노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같이 분노하는 것조차 지쳤었다. 그저 다들 가만히 있어줬으면 했다. 지쳐서 가만히 있는 나를 보며 또 다른 이들은 안타까워했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는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어이없었던 거 같다.
한 명에게 한 번씩만 일어나기도 힘든 놀라운 일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나에게는 3년 동안 꼬박꼬박 일어났다. 살아있음에 다행이었지만 날 얼마나 괴롭히려 살렸나 싶기도 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오늘 우리 아기천사의 치료를 담당해 주시던 선생님께서 3년 만에 연락이 오셨다. 나에게 참 많은 용기와 희망을 주셨던 분임에도 누구의 위로도 받을 자신이 없어 애써 연락을 피해왔었다. 계속 걱정하셨다며 실례를 무릅쓰고 연락하셨다고 하셨다. 그리고 케이크와 함께 응원하신다는 말씀을 전하셨다.
덤덤하게 감사하다며 다른 아픈 아이들 아프지 않게 치료해달라고 말씀드렸다.
근데 이상하게 오늘 많이 슬프다.
그 사람의 마음에 나는 3년 내내 안쓰럽게 자리 잡고 있었나 보다. 좀 더 일찍 걱정하는 마음을 덜어드렸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난 그렇게 묵직하게 누군가의 가슴속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다른 누군가에게 안쓰러운 존재가 되는 것은 못 견디게 힘든 거 같다.
내 슬픔보다 그게 더 견디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