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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시선이 두려운 홍당무

1. 그때의 나, 그리고 지금 알게 된 것

by 쭈꾸밍

어린 시절 나를 되돌아보면 다른 사람의 평가에 많이 움츠려 들었던 것 같다. 그 이면에는 잘하고 싶음이 강했고 그 자존심이 완벽하지 않으면 나를 드러낼 수 없어 더욱 꽁꽁 감추었던 것 같다.


나는 어린시절 발표를 하지 못했다.

발표자로 지목을 받으면 심장이 터질 듯하고 얼굴이 새빨개지며 배가 아파오면서 눈물부터 났었다. 아마도 주목공포증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들은 나의 역량을 끌어내고 싶어 일부러 더 자주 발표를 시키려고 하였다. 그게 더욱 트라우마가 됐을 듯하다.


가끔 엄마와 우스갯소리로 그 시절 나에게 타인 앞에 나서기를 강요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더 훌륭한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어렴풋한 기억으로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내가 빨리 달려서 일등을 하면 주목받는 것이 두렵고 그렇다고 3등 안에 들지 못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자존심 때문에 적절히 속도를 조절하여 3등을 했었다. 그런 성격 때문인지 항상 성적도 적당히 잘하는 정도에 머물러있었다.


지기는 싫은 자존심이 남 앞에 나설 수 있는 용기와 결합이 되었다면 많은 것을 이룰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 앞에 설 수 없었기에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있다. 다른 사람들의 표정과 공기에서 나에 대한 실망, 기쁨, 고마움 등을 느꼈어야 했기에 눈치가 빨라졌다. 아마도 그런 성격 때문인지 여전히 비서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훗날 나와 똑 닮은 자녀가 태어난다면 꼭 남 앞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고 응원해줄 것이다.

누군가에게 드러내지 않아도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고 인정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다른 사람들 앞에 서지 않음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홍당무들이여,


타인의 주목이 두려우면 피해도 된다. 앞에 나서는 사람이 있으면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은 더 많다.


그리고 굳이 타인에게 잘 보이려 애쓰는 마음을 버린다면 한결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다. 나와 인연이 닿는다면 나의 어떠한 실수도 보듬어 안아줄 것이고, 인연이 닿지 않는다면 내가 아무리 완벽해도 나를 좋게 보지 않을 테니 말이다.


하늘도 사람들의 시선이 부끄러웠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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