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때의 나, 그리고 지금 알게 된 것
적당히 좋은 동네에서 좋다고 불리우는 학군에서 내 노력에 비해 꽤 괜찮은 중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그래서 남들이 괜찮게 보는 대학교에 입학하였다. 나의 사촌들도 말썽부리는 사람 하나없이 적당히 괜찮은 대학교에 입학하고 몇몇은 매우 우수한 성적으로 집안의 자랑스러운 존재들이 되었다.
가족구성원의 말썽없이 그리고 빚에 쫓기는 경제난 없이 가끔 맛있는 것을 먹고 또 가끔은 여행을 다니는 이런 삶이 ‘평범’하다고 믿고 살았다.
가족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누군가는 빚에 허덕이다 집에서 쫓겨나고 이 모든 일들은 나와는 무관한 그저 철저히 TV에서만 보는 특별한 일들이라고 생각했었다.
어쩌면 그동안 내 주변이 너무나도 무탈해서 이 특별한 일들에 무관심했을지도 모르겠다. 얼마 안되는 세상을 살아보니 내가 알던 평범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평범하다 平凡하다
사전적 의미로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이 보통이다.’ 라고 한다. 그럼 보통은 또 무슨 의미인가. 특별하지 않고 흔히 볼 수 있음을 보통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평범하다는 말은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이 특별하지 않고 흔히 볼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부모님 테두리 안에서 큰 걱정없이 살아오다 세상에 한 발 내 딛었을 때 바로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사업이 망해 빚에 힘들어 하고, 부모님이 시한부 선고를 받고, 사고치는 형제로 인해 가족 모두가 힘들어지고, 예상치 못한 사유로 자녀를 먼저 떠나 보내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에 집에서 쫓겨나고, 배우자가 바람을 피워 이혼을 하고, 직장에서 성추행을 당하는 등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은 생각보다 가까이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고 나와는 무관하다 여겼던 그 특별한 일이 나에게 일어나기도 했다.
안전한 테두리 밖 세상은 그리도 소란스러웠는데 나의 무관심 속에서 무탈한 나날들이 평범함이라고 당연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내가 살아왔던 무탈함은 평범이 아니라 비범이 아니었을까.
보통 수준보다 훨씬 뛰어남을 일컫는 비범이 내가 평범함이라고 믿고 있던 무탈함을 말하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허탈하였다. 오히려 무탈한 인생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특별한 일이었다.
나는 평범에 대해 많이 오해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평범한 삶이란 그저 남들처럼 무탈하지 않은 일들이 함께하는 삶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