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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길잡이

1. 그때의 나, 그리고 지금 알게 된 것

by 쭈꾸밍

대학교 시절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취업이었다.


무계획으로 그저 남들 따라 1년 휴학을 하는 나와는 달리 집안 사정으로 인해 빨리 취업을 해야 하는 친구는 구직활동에 뛰어들었다.


정말 맨땅에 헤딩을 몸소 실천하는 친구를 보며 많이 안타까웠고 덕분에 많이 배웠다.

자소서 쓰는 방법, 인적성 검사 준비하는 방법, 상하반기 공채 등 낯선 단어들이 난무하는 취업시장에 대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걸어 다닐 힘도 없을 만큼 열심히 준비했지만 성과가 없었던 친구는 인생의 길잡이가 없어서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사촌언니들도 취업보단 결혼을 택했고 나와 같이 장녀였던 친구는 아무런 배경지식도 없이 혼자서 많은 것을 알아보고 준비하고 부딪혀야 했다.


친구는 먼저 걸어간 사람이 주변에 있었다면 그 발자국을 보고 따라 걸을 수 있어 좀 덜 힘들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많이 이야기하였다.


사실 나에게는 그 친구가 나의 길잡이 었다.

나 역시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친구를 뒤에서 지켜보며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또 나는 내 동생의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었다.


나에게는 정말 고마운 친구였다.




몇십 년씩 먼저 세상을 겪어 본 어른들은 덜 힘들게 살아나가길 바라는 마음에 많은 조언을 해준다.

몇 년은 지나야 그 말이 맞다는 걸 깨닫지만 당시에는 그저 잔소리로만 들린다.


만약에 나보다 조금만 먼저 앞서갔던 사람이 해준 이야기였다면 충분히 귀담아 들었을지 않을까?


나는 주변에 동생들이 취업을 준비하는 것을 보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쉽게 공감이 되었다. 얼마 전까지 내가 고민하던 것들을 똑같이 고민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무작정 도움을 준답시고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대신 먼저 고민을 이야기하면 충분히 들어주고 나도 같은 고민을 했었다고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나는 그때 이런 부분을 좀 더 노력했다면 좋았을 걸 하고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하였다.


가끔은 그 시절 내게도 나 같은 인생의 선배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생각했다. 친구가 말했던 내 인생 길잡이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가끔 몇 년 만에 연락이 와서 자신의 진로 고민을 상담하는 동생들이 있다. 혹자는 연락도 없다가 자기가 필요할 때만 연락이 오냐고 할 수 있지만 나는 그런 연락이 반갑다.


내가 그들의 인생의 길잡이로 인정받은 거 같아서.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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