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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쇼 Apr 24. 2018

널 위한 콜드브루

Dear Boy , AVICII / 안녕 아비치

다시 투어 ?! 내한 하나 ?!! 하면서도 , " 설마?!!! " 섬광처럼 떠오른 생각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 근사한 청년 AVICII ( 아비치 ) 의 사망 소식이 실시간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 내 삶 속 커피만큼이나 찐하게 자리하고 있는 게 음악=음악일인지라 , 아끼고 사랑하고 경외하고 함께 일하고 싶었던 뮤지션들의 부고를 마주하면 심장이 요동친다 . 특히 20대 전 후 미친듯 빠져들어 가치관에 영향을 준 뮤지션 , 인생의 변곡점마다 기운을 불어 넣어준 뮤지션들의 사망 소식엔 마치 소중한 것을 강탈 당한것 처럼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


음악팬들은 2014년 신해철 이후부터 스캇 웨일랜드 , 데이빗 보위 , 모리스 화이트 , 조지 마이클 , 프린스 , 박건(노이즈가든) , 기명신(러브락컴퍼니) , 레너드 코헨 , 크리스 코넬 , 체스터 베닝턴 , 돌로레즈 오리어던 , 종현(샤이니)까지 물 밀듯 불어닥치는 뮤지션의 사망소식으로 가슴에 큰 상실을 담아야 했다 . 태어나 음악사에 한 획을 긋고 , 유산까지 남기고 떠난 모두를 추모한다 . 나이가 들어도 끝까지 병마와 싸우며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려 했던 뮤지션들을 추모하고 , 자신의 손으로 삶을 멈춰야만했던 순간에 어떤 도움도 주지 못했음이 미안해 추모한다 . 그리고 지난 4월 20일 , 또 한 명의 소중한 뮤지션이 우리 곁을 떠났다 . 스웨덴을 대표하는 세계적 음악가이며 프로듀서이자 DJ , 아비치 . 그를 추모한다 .


♪ AVICII - Dear Boy (Feat.MØ) https://youtu.be/Vlnw9LxxfTg


- AVICII / Tim Bergling (avicii.com) -

팀 버글링이란 본명을 가진 28살 , 짧으면 짧다지만 반평생 음악을 해 온 시간만큼 묵직한 족적과 전세계 음악시장에 자신의 지분을 확실히 남긴 근사한 청년 아비치 . 젊은이답게 어린시절부터 기타와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었던 그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음악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 음반사의 도움없이도 '마이스페이스'라는 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음악을 발표할 수 있었던 시대와 함께 등장했다 . 대략 열여섯 열입곱에 자신만의 사운드 스타일을 완성했고 , 전자음악을 앞세운 박진감 넘치는 리믹스버젼과 오리지널 쏭을 발표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 아비치는 2010년경 전세계를 강타한 싱글 < Levels > 로 스타덤에 올랐고 , 2011년 월드디제이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첫 내한공연을 마쳤다 . ( 이후 한 두 번 더 내한했던 걸로 기억한다 )


울트라뮤직페스티벌(UMF)이 전세계로 체인을 뻗어갈때 헤드라이너로 동반 성장한 아비치는 2013년 첫번째 정규앨범 < True > 를 통해 독보적 위치에 올랐다 . 매끄러운 믹스버젼 , 전자음향을 찍어내며 관객들을 자극과 환각의 세계로 인도하는게 아니라 , 근사한 멜로디와 인류애 가득한 노랫말을 담은 앨범이었다 . 수록곡 일부는 그냥 포크 록/팝 사운드로 보아도 무방했다 . 그 동안 일렉트로닉댄스뮤직의 한계와도 같았던 무한 루프 반복을 넘어섰고 , 음악적 성과로 각종 차트와 시상식 위너로 선정되었다 . 자아성찰 메세지가 가득한 포크-일렉트로닉 사운드의 " Wake Me Up " ,  결국 모든 건 다 사랑이라며 해탈한 듯 목가적인 곡 " Hey Brother " , 네가 나라고 강렬하게 외치는 " You Make Me " , 사랑의 기억을 되새기며 춤추자는 " Dear Boy " , 당신에게 푹빠지고 말았다는 흑백영화 사운드의 " Addicted To You " 등 그야말로 주옥같은 곡들이 꽉꽉 들어차있다 . 전세계 음악팬들과 비평가들로부터 받은 천재라는 수식어가 아깝지않은 치밀한 행보였다 . 2집 <Stories>는 2015년 발표되었다 . 1집과 이어지면서도 조금 다른 스타일을 추구했고 , 역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보컬들을 선택 해 인재등용에도 힘썼다 . 자신의 정규작업외에도 많은 뮤지션들과 협업했는데 콜드플레이 ( Coldplay ) 와 함께 했던 " A Sky Full of Stars " 를 개인적으로 가장 아낀다 .

- AVICII 앨범 COVER들 -


왕성한 음악/퍼포먼스 활동 중 약한 내장건강이 문제였다 . 음주와 피로가 이어져 췌장이 말썽이었고 투어하며 버티다 악화되어 공연이 취소 된 적도 많았다 . 2014년엔 UMF의 헤드라이너였음에도 공연 하루 전 담낭 제거 수술을 하는 등 건강 문제가 크게 대두됐다 . (다큐멘터리 True Stories 에서 확인가능) 결국 2016년 아비치는 모든 라이브를 중단하고 스튜디오 작업에만 전념한다며 은퇴를 선언 했다 . 이른바 " Studiomode " . 팬들과는 작업중인 사진들을 SNS에 활발히 업데이트하며 교류했다 . 버킷리스트를 수행하고 여행을 다니며 3집 앨범의 단서도 많이 뿌려댔다 . 팬들이 한결같이 답변을 다는 내용은 ' 많이 드시라 , 너무 말랐다 . 탈모가 심각..'로 기억한다 . 4월 18일 , 세상을 떠나기 2일 전까지 최근 발표한 EP앨범 < AVICI(01) > 의 2018빌보드뮤직어워드 후보 선정 소식을 전했기에 느닷없는 그의 부고는 충격적이었다 . AVICI(02)와 (03)을 작업하고 있었으니 데이터가 잘 살아있고 , 가족들과 공동작업자들이 동의한다면 유작앨범도 발매가 되겠지...

- 라이브 은퇴 공지 (avicii.com) -


아비치의 SNS를 둘러봤다 . 2월 중순께로 넘어가니 흥미로운 내용이 눈에 띄었다 . 자국 스웨덴에 등장한 첫번째 콜드브루 커피 생산 업체에 정식 투자를 시작했다는 내용이었다 . 회사이름은 Mode Cold Brew Coffee . 홈페이지를 보니 아비치의 투자 사실을 공지하고 그의 코멘트와 사진을 진짜 대문짝만하게 올려놨다 . 추측하건데 그와 작업했던 뮤지션 , 친구들도 공동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고 페루에도 함께 갔던 걸로 추청되는 만큼 상업적으로 접근한 투자는 아닌 것 같아보인다 . 어쨋든 2-3일 간격으로 업데이트 되는 그들의 공식계정 어디에서도 아비치를 추모한다는 문장이 한 줄도 없음을 확인했다 . 회사의 일을 수행하는 홈페이지고 계정이니까 그럴 수 있다 생각은 들지만 , 홍보는 다 써먹어 놓고 ... 흥칫뿡 , 야속하고 치사해 . 혹은 너무 친한 사이라 충격속에 경황이 없을지도.. ( 몇 일 지나 이 글을 업데이트 하는 지금 이 순간까지 다시 확인 해 봤다 . )

- 아비치 SNS / Mode coffee (Hompage) -


그래 결심했어 , 너의 음악에 보답하고자 누나가 콜드브루 커피 한 잔 만들어 드릴께 !

바빈스키만큼은 아니겠지만 근사하게 . Mode의 지향점인 설탕/첨가제가 들어가지 않은 , 낮은 산미의 , 목넘김이 부드럽고 쓰지 않은 , 스.페.셜.티.콜드브루.커피 . 원두는 콜롬비아 후일라 , 에티오피아 모카 하라 , 예멘 모카 마타리를 호사스럽게 블랜딩했다 . 깔끔한 바디와 깊은 향 , 부드러운 맛도 살리기 위해 2개의 다른방식으로 추출한 후 배합하면 될 것 같았다 . 8시간이상 분쇄된 원두를 찬물에 담가 두는 하리오(Hario) 침출포트 , 찬물로 한 방울씩 3시간 동안 떨어트려 추출하는 더치 방식의 이와키(Iwaki) 워터드립 . 두 기계를 잠들기 전 냉장고에 넣어놨다 . 그리고 두둥 - 개봉 ! 한 모금씩 따로 입안에서 굴려본다 . 침출방식은 커피유분까지 함께 우러나 부드럽지만 미분이 많았고 , 더치방식은 강렬한 향과 깔끔하게 떨어지는 뒷맛이 자극적이다 . 역시 두 개를 섞어야겠다 . 추출 된 커피를 여과지에 걸러주고 . 깨끗한 정수물로 희석해 농도 맞춰 완성 ! 맛있구나~ 어깨춤이 덩실~ ( 근데 내가 미쳤지 , 새벽에 일어났대도 과정들을 안 찍어놨네 ㅠ) 


아비치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넬 이 커피 한 잔의 이름은 Dear Boy .


Rest in Peace , AVICII .


- avicii를 위한 콜드브루 Dear Boy -


글/커피사진ㅣJumi Kim https://brunch.co.kr/@zzu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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