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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란잔 May 09. 2017

생물학보다는 사회학에 한 표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쯔욘의 영화한잔]

어쨌든 2편도 가족애(愛)다. 현재 할리우드 발(發) 전 세계 영화시장을 종횡무진하고 있는 마블 코믹스의 수많은 히어로물 중에서도 꽤나 독특한 영역을 담당하고 있는 이 시리즈의 기반은 가족 간의 정서(혹은 관계)이다. 전편에서 가모라(조 샐다나)는 이미 그녀의 양부와 어긋난 부녀지간이었고, 드랙스(데이브 바티스타)는 그의 처와 딸을 잃은 상실감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그려진지 오래다. 무엇보다 이 우주 방위대의 중심에 서있는 퀼(크리스 프랫)의 출생에 비밀에 대한 퀘스천 마크를 제시하는 것이 전편의 마무리이지 않았나?


2편의 주된 정서가 가족에 대한 것이라고 언급한 이유도 1편과 다를 바 없는 관계 형성들 때문이다. 차이가 있다면 2편에는 자매 간의 우애가 있고, '부녀'지간이 아닌 '부자'지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가디언즈의 전우애라는 측면에서는 1편이 그들이 가족이 되는 과정이었다면 2편은 관계를 돈독히 하는 과정 정도라고 볼 수 있겠다. 무엇보다 2편에서는 '생물학적 아버지와 사회적 아버지 중 당신의 선택은?'이라는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 더 깊은 의미에서 가족관계를 조명하고 있다. 영화는 퀼의 생물학적 아버지 에고(커트 러셀)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의 사회적 아버지 욘두(마이클 루커)에 대해 더욱 강조하고 있다는 것처럼 보인다는 뜻인데, 말이 나온 김에 이 딜레마를 한번 짚어볼 때도 되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Guardians of the Galaxy VOL. 2, 2017년 作)'



1편에서 가족을 이루었던 퀼, 가모라, 드랙스, 캡틴(브래들리 쿠퍼) 그리고 어려진 그루트(빈 디젤)까지. 우주의 악동들이 다시 뭉쳤다. 여사제 아이샤(엘리자베스 데비키)의 의뢰를 달성하고 떠나던 중 캡틴이 훔친 배터리가 발견되고 이들은 다시 쫓기는 신세가 된다. 이들에겐 역시 간지러운 영광보다는 우레와 같은 포탄이 어울리기는 한다지만, 시작부터 그들의 우주선은 다시 한번 걸레짝이 되어 산산조각 난다. 그리고 바로 이 시점에 자신이 퀼의 아버지라고 칭하는 에고가 등장한다.


애초에 <가. 오. 갤 2>가 부자 간의 신파가 목적이었다면 에고의 등장과 부연 설명이 이렇게 간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욘두의 의미가 중요했기에 스타카르(실베스타 스텔론)라는 눈이 가는 배우를 욘두의 스토리에 끼워 넣었음이 틀림없다. 필자는 서두에 이번 편이 멤버들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과정이라고 언급했는데, 2편의 크레디트가 올라가기 직전 자신들은 분명히 돌아온다고 장담한 가. 오. 갤 멤버들은 이번 이야기에서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팽하려는 것인가?


우선 관점을 잠시 돌려 <가. 오. 갤 2>는 전지전능한 능력(그러니까 인간적인 관점에서 권력)보다는 평범함이 더욱 비범한 것이라는 교과서적 교훈극으로 봐도 무방하다.(비종교적인 관점의 영화라고까지 비약해 볼 수도 있겠다). 혹은 세상이 점점 1인 가족시대가 되어가면서 변해가는 가족관계에 대한 제임스 건 감독의 의견 정도라고 생각해도 흥미롭다. 그런데 만약 이 영화가 필자의 관심점처럼 생물학적인 관계와 사회적인 관계의 딜레마에 대한 답을 찾는 영화라면 <가. 오. 갤 2>는 사회적 관계를 선택하는 데에 한 표를 던지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물론 이 한 표에는 전제가 깔려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걸어도 걸어도>나 조나단 드미 감독의 <레이첼, 결혼하다>의 영화들에서 묘사된 것 같이 가족이어서 좋은 경우가 아닌 가족이기 때문에 빼도 박도 못하는 그런 경우일 때 적용시킬 수 있다는 얘기이다.(말하자면 가'족'같은 경우). 본질적으로 들어가면 이 영화는 인간의 존재는 성선설, 성악설 등 선천적인 요인들에 의해 규정된다기보다는 성장하며 겪는 사회적, 환경적 요인(그러니까 후천적인)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고 제아무리 유전자라는 우주적인 요소가 인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들 결국 본인 의지가 자신의 운명을 좌지우지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기도 하다.

<가. 오. 갤>시리즈의 단점이자 장점은 전달해 주고 싶은 메시지를 우회하지 않고 인물들의 입을 통해 돌직구로 던진다는 점일 텐테, 단점인 이유는 세련되지 못하기 때문이고 장점인 이유는 그것이 이 영화가 시종일관 유지하는 태도와 맥이 닿아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런 이유로 답이 명확히 보인다. 가모라는 자신의 자매 동생 네뷸라(카렌 길런)와 절반의 화해를 이룩하게 되는데, 사실 그녀들은 혈연관계가 아니다. 퀼에게 진정한 힘을 전해 준 것은 영생을 준다는 에고의 설득이 아닌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힘을 컨트롤하라는' 욘두의 한마디였다. 심지어 욘두의 마지막 부성애는 <아마겟돈>의 클라이맥스가 떠오르면서 '그래도' 우리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연고 없는 제각각 루저들이 결국엔 가족을 이루게 되는 바로 그 사실이다. 이제 이들은 맨티스(폼 클레멘티에프)까지 얻어 감정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들의 3편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를 통해 복잡다단한 담론을 논의하는 것만큼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흥을 돋우는<awesome mix 2>와 재기 발랄한 캐릭터들 그리고 시종일관 킬킬대게 만드는 저질 유머가 뒤엉킨 매니아틱한 히어로물 그 자체로 즐겨도 충분히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힘이다.


★★★☆ (별 3개 반)

 생물학보다는 사회학에 한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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