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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란잔 Jul 23. 2017

나는 왜 감흥이 없는가?

스타워즈 에피소드6 : 제다이의 귀환


이 시리즈를 보는 방법에 대한 의견은 크게 두 가지이다. 영화가 제작된 순서(4, 5, 6, 1, 2, 3)로 보는 방법, 스타워즈의 연대순(1, 2, 3, 4, 5, 6)으로 보는 방법. 왠지 연대순으로 보는 것이 큰 스토리를 따라가니 더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많은 팬들은 필자와 같은 시리즈의 입문자에게는 제작된 순서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 무엇보다 CG의 역변이 가장 큰 이유일 텐데, <스타워즈 4 - 새로운 희망, 1977년 作>, <스타워즈 5 - 제국의 역습, 1980년 作>, <스타워즈 6 - 제다이의 귀환, 1983년 作> 의 전기와 <스타워즈 1 - 보이지 않는 위험, 1999년 作>, <스타워즈 2 - 클론의 습격, 2002년 作>, <스타워즈 3 - 시스의 복수, 2005년 作>의 후기는 약 15년 ~ 30년의 세월 차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과연 조지 루카스가 이 거대한 이야기의 큰 판을 처음부터 짠 것이 맞는가?에 대한 의심으로부터 시작된다. 많은 팬들이 알다시피 그는 당시의 영화 기술력 부족으로 인해 4, 5, 6 편을 만든 뒤, 언젠가 기술력이 자신의 상상력을 따라왔을 때 1, 2, 3편을 내놓겠노라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했는데 필자는 이 지점의 사실 여부가 다소 의심스럽다. 많은 팬들 중에도 그의 얘기를 오롯이 신뢰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이 근거로 대는 것은 조지 루카스가 언급한 말의 시점이 4, 5, 6편이 다 완성된 후라는 점, 큰 판을 짜 놓았다기에는 에피소드 4가 한편의 단편영화로 봐도 될 정도의 스토리적인 완성도가 있었다는 점, 마지막으로 1, 2, 3편에 꼭 기술력이 따라야 할 CG가 필요한 장면이 없었다는 점을 꼽는다.


참고로 5편과 6편의 감독은 조지 루카스가 아니고 그는 각본에만 참여하였지만 기본적으로 <스타워즈> 시리즈의 랜드마크는 그이기에 그리고 큰 판은 그의 각본에서 나온 것이기에 필자는 지금부터 작성할 비평에 그의 이름만을 들먹이며 조명해보겠다.


이미 클래식이 되어버린 영화에 단순한 딴지를 걸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왜 필자는 이 시리즈의 전기(4, 5, 6편)를 감상 완료한 시점에서 이토록 무감하기만 한가?'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질문을 해소해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 (Star Wars: Episode VI: Return Of The Jedi, 1983년 作)'



1. 시즌 1의 결말?

필자가 자신에게 질문을 해보겠다. 시즌 1(전기에 해당하는 4, 5, 6 편)의 마무리가 못마땅했나? 많은 영화들은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해 영화 자체의 평가가 낮아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과연 스타워즈도 그랬기에 필자가 감흥을 느끼지 못한 것일까? 필자의 대답은 '아니오'. 물론 6편에서 보여주는 '화해와 용서'라는 마무리가 필자의 내면을 뒤흔들어 놓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결말은 뻔하고 다분히 할리우드스럽다고 평하는 게 오히려 맞을 정도로 진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스타워즈 전기의 마무리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이유는 조지 루카스의 기획 목적 때문이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만들고 싶었다'. 동화라는 것은 원래 교훈적이고, 티 없이 맑은 마무리를 갖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기에 '뻔함'이라는 속성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스타워즈> 시리즈가 진정 어른들의 동화가 되기를 원했다면, 당연히 결말이 동화적일 수밖에 없었을 테니 평화를 지향하는 이 영화의 결말에 불만을 가질 이유는 없다. 오히려 이 시리즈의 지향점과 같은 톤이었다는 입장이다.


사회적인 측면에서 고려를 해봐도 해피엔딩의 결말로의 귀결은 필수불가결한 것이었을 텐데, <스타워즈 6 - 제다이의 귀환>이 개봉한 해는 1983년이다. 베트남전 패전 이후 경제 대공황, 냉전 등 황폐해져만 가고 있는 미국인들이 막 다시 회복하려는 발길질이 보이는 시기이다. 이런 시기에 미국인들의 공허함을 달래주었던 이 시리즈가 비극으로 결말을 맺는 것은 어쩌면 그들에게 잔인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런 역사적 측면을 관통하는 맥락에서도 이 영화의 결말은 '그럴만하다'라는 게 필자의 입장이고 결론적으로 필자가 이 시리즈에 대해 감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결말의 유치함과는 무관하다.


2. 구식의 화면?

그러면 단순하게 생각하여 화면의 촌스러움 때문일까? 물론 4차 혁명이 다가온다고 소란 떠는 시대에, 각종 히어로물이 극장가를 장악하고 이미 약 15년 전 <반지의 제왕>시리즈로 눈의 기준치가 높아져버린 시대에 <스타워즈>시리즈의 CG 등의 특수효과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라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 영화보다 약 50년은 오래된 D.W 그리피스의 <국가의 탄생>, <인톨러런스> 같은 영화 혹은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의 <전함 포템킨>같은 무성영화들에도 완전히 매료되어 큰 감화를 받은 이력이 있다. 물론 그 영화들은 CG라는 것 자체가 탄생하기 전에 영화들이기에 단순 비교를 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단순히 과거의 영화라는 이유는 필자가 이 영화에 대해 감흥을 느끼는 데에 하등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스타워즈> 시리즈의 화면에 거슬림이 없이 현대적이었다고 해도 과연 경이로움을 느꼈을까? 의심스럽다. 그러면 어떤 지점에서 필자는 불만이었을까?




3. 막장 드라마

막장 드라마라는 필자의 다소 거친 표현에 분개해 하는 팬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분들께는 죄송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관을 정리해본다. 이 의견에 대한 논거를 진행하기 위해 서두에 언급한 '의심' 중 하나를 다시 끌어온다. '진정 조지 루카스는 4, 5, 6 편을 만들면서 1, 2, 3편의 큰 그림을 그려 놓은 것일까?' 필자는 아니라는 확언은 못하지만, 의심스럽다 정도의 견해를 갖는다. 이유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에서 <스타워즈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으로의 연결에서 뾰족 튀어나온 전개 때문인데, 6편으로 오면서 더욱 복잡해지는 가족관계가 바로 그것이다. '레아 공주(캐리 피셔)와 루크가 알고 보니 남매였다?' 그냥 넘어가도 문제없을 이 설정을 필자가 다소 비판적인 시선으로 추론해보겠다.


첫째, 전 편에서 본 재미를 한 번 더. 5편에서 노출된 루크와 다스 베이더의 숨겨진 가족관계는 팬들에게는 엄청난 사건이나 다름없었다. 만약 필자에게 <스타워즈> 시리즈를 고전의 반열에 올린 단 한 장면을 꼽으라면 이 장면을 꼽을 정도로 전혀 정보 없이 보았다면 긍정적인 의미에서 어안이 벙벙했을 것이다. 아마도 조지 루카스는 이 숨겨진 가족관계라는 텍스트를 한번 더 이용하여 흥미 유발 거리를 제공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둘째, 레아 공주, 루크 그리고 한 솔로(해리슨 포드)의 관계 재정리. 필자는 두 가지 추론 중 이 의견이 좀 더 그럴듯하다고 여기는데,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에서부터 세 명의 중심인물은 마치 향후 스토리에서 삼각관계를 그릴 것처럼 관계도를 형성해 나아가고 있었다. 아마 이 애정 노선에 대한 명확한 정리가 필요했을 것이고 그 정리는 절대로 세 인물 중 한 명이 가슴 아픈 상황이 오지 않아야 한다는 가정하에 구성되어야 했을 것이다(물론 그것은 팬들의 기대 심리를 져버리지 않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한 인물을 영화 속에서 사망 시키거나 유배 보내거나 아니면 사랑이 불가한 존재(혹은 관계)로 만들어버리거나 일 텐데, 혹시 제일 마지막 방식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만약 필자의 이 비약 섞인 논거가 맞는다면, 조지 루카스는 큰 판을 처음부터 짠 게 아니거나 짰지만 중간에 계속 수정을 했거나 둘 중의 하나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둘 중 어떤 상황이었든 이 설정은 단순히 관객을 배반하지 않기 위해 짜낸 궁여지책이라는 뜻이 되고 결론적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예술적 감흥을 반감 시키는 눈에 띄게 불편하고 억지스러운 '클리셰'가 된다. 필자는 이런 맥락으로 영화를 바라보았기에 <스타워즈>시리즈 시즌 1의 마무리에 씁쓸한 입맛을 다시게 된 것이리라.


4.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I AM YOUR FATHER'는 곳곳에서 패러디가 되고 있고, <스타워즈>시리즈의 캐릭터들은 어디선가 다양한 방식으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해나가고 있다. 이 시리즈의 캐릭터 무비로서의 쾌거가 있었기에 훗날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시리즈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고, 여전히 매년 당양한 시리즈물이 등장하는 가장 큰 본질적 원인일 것이다.


모든 '종'들이 평화의 춤을 추는 시리즈 전기의 마무리. 이 평화로움은 당시의 미국인들에게는 꼭 필요한 위로는 아니었을까?


★★★☆ (별 3개 반)

나는 왜 아무런 감흥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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