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란잔 Oct 08. 2016

다시 BORN '저수지의 개들'

한명의 씨네필이 위대한 씨네아스트가 되기까지


이 영화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그에게 칸의 영광을 안겨준 '펄프픽션'은 그의 영화인생의 교두보역할 한 것은 분명하지만,

한명의 씨네필이 위대한 씨네아스트가 되었노라 라는 전설을 완성하기엔 이 영화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가장 높다.


필자가 존경하는 정성일 평론가는 이렇게 언급했다.

펄프픽션이 칸의 그랑프리를 받은 것은 못마땅하지만, 저수지의 개들은 흥미롭게 보았다고.

여담으로 그는 킬빌이 개봉했을때

타란티노가 거장이 될 수 없다고 단언한 그의 과거의 과오를 정정하기도 했다.


   '저수지의 개들(Reservoir Dogs, 1992년 作)'



언제나 펄프스러운 대사를 즐기는 그의 특징은 영화의 초반 시퀀스부터 그대로 드러난다.

레스토랑에서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8인의 개들은 마돈나의 Like A Virgin의 가사에 대해 토론한다.

우리는 이 저질스러운 대사에 실소를 머금으면서도, 어느덧 8인의 캐릭터에 대해 파악하게 된다.

그의 표현력은 경제성과 재기를 동시에 취한다.


바로 다음 쇼트는 총에 맞아 피를 흘리는 팀 로스(미스터 오렌지 역)가 차 뒷좌석에서 절규하는 장면이다.

순간적으로 관객은 사건 속으로 빠저들게 된다.


그 이후는 타란티노가 짠 거대한 판 위에서 흥겹게 놀아나기만 하면 된다.

우아함과 경박스러움을 변주하는 그의 손놀림으로 쇼트들을 저글링하며 흥미로운 플롯의 영화를 만들어 낸다.


집단에서 개개인으로,

개인에서 집단으로,

현재에서 과거로,

과거에서 현재로,


인물, 시간, 공간을 경쾌하게 연주한다.


우리는 영화 속 공간의 변화가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심지어 그들이 강도짓을 하는 공간은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고,

그들의 대사와 이후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유추 할 수 있을 뿐이다.


이것은 물론 제작비가 적은 탓에 장소 섭외비를 줄이겠다는 경제적 측면의 고려도 분명히 있는 것이지만,

이렇게 설정함으로써, 우리는 모든 사건의 주 공간인 그들의 아지트에 더욱더 집중 할 수 있게 된다.

저예산 영화, B급 영화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는 보란듯이 설파한다.



도대체 프락치는 누구일까?

추리의 서스펜스는 극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키고, 개성강한 인물열전은 관객에게 연기보는 맛을 느끼게 해준다.

또 하나의 고급스로운 인스턴트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서두에서 언급했듯,

이 영화는 타란티노라는 씨네필이 씨네아스트로 등극한 것을 상징하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당시 비디오가게 주인을 하며 영화광이 었던 그가 글을 쓰고 첫 연출을 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영화광의 면모를 보이는 것은 그의 영화 속 수많은 오마주들이다.

표절로까지 보이는 쇼트들은 이제는 그의 영화의 하나의 개념이 되어 버렸다.

그의 킬빌시리즈는 홍콩 무협영화의 전설인 쇼브라더스를 오마주한 것이고,

이 영화의 마지막 쇼트,

말하자면,

서로가 서로에게 총을겨누는 장면은 영화 '용호풍운'을 표절했다는 논란이 아직도 지속된다는 점 또한,

이러한 필자의 의견을 조금 더 확신시켜주는 예이다.


Anyway

이러한 치팅의 집합이 단순한 이미지들의 집합이 되지 않고 하나의 예술로 뭉쳐 극을 완성해 나간다는 점에서,

그는 씨네아스트의 좋은 예라 할 수 있겠다.


진중권교수는 '새가 날기위해 조류학을 배울 필요가 있느냐?'며 예술을 하기위해 미학을 배울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말한 적이 있는데,

타란티노 같은 감독을 보면 영화를 만드는데 영화학을 배울필요는 없지만,

많은 영화를 탐닉하는 것이 영화의 질을 높이는데 일조 한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타란티노는 고어를 사랑하는 감독이다.

그가 '호스텔'과 같은 지독한 고어영화를 기획했던 것은 이러한 사실을 반증하는 예인데,

저수지의 개들부터 최근작 헤이트풀8 까지 그의 영화 속 고어는 단순한 자극을 위한 장치가 아닌 영화적쾌감,

즉, 씨네마틱 쇼크를 주기위한 양념으로 사용된다.

그의 영화 속 선혈은 이상하리만큼 우아하다.


이 영화 속 가장 충격적인 시퀀스 또한 고어를 사용할때 등장하는데,

미스터 블론드가 경찰을 고문하며 신체를 절단하는 씬이다.

그때 나오는 경쾌한 노래와 그 노래에 맞춰 추는 그의 춤사위는 이상한 엇박을 만드려 이 씬을 무시무시하게 만든다.


그의 영화를 보고 있으면, 등장하는 배우들의 연기뿐만하니라 그 촘촘한 서사에도 눈이 가게 되는데,

이것은 매우 흥미롭고 위대한 점이다.


필자는 언젠가 그의 영화가 아닌 쿠엔틴 타란티노라는 인간 자체에 대한 평론을 써볼 용의가 있다.


이 영화는 몇몇 부족한 점도 보이지만, 상관없다.

그는 지금 킬빌, 바스터즈, 장고, 헤이트풀8 을 만들며 거장의 반열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다음 영화가 기대된다.


                                                                                          ★★☆(별 3개 반)

씨네필이 씨네아스트가 된 가장 좋은 예



작가의 이전글 다시 BORN '세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