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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란잔 Dec 15. 2016

다시 BORN '헤이트풀8'

취취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일단 음악부터 파보자.

스파게티 웨스턴의 아버지격에 해당하는 세르지오 레오네.

그와 학창시절부터 우정을 나눈 영화 음악계의 아버지 엔니오 모리꼬네.

세르지오 레오네의 거의 모든 영화의 음악은 엔니오 모리꼬네와의 합작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서부영화하면 떠올리는 <석양의 무법자> OST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는

이미 웨스턴이라는 나라가 있다면 그 나라의 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그렇게 웨스턴무비로 종횡무진하던 그들은 영화 <대부>가 나오면서, 슬슬 퇴행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이것은 웨스턴 장르의 퇴행길이지, 그들의 몰락은 결코 아니었기에,

우리는 세르지오 레오네의 <원스어폰어타임인아메리카> 를 볼 수 있었고,

엔니오 모리꼬네의 무수한 레전드 음악들을 들을수 있었다.


허나, 웨스턴과 모리꼬네 음악의 앙상블을 목도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고전영화에서나 가능한게 되어 버렸다.


그런데 웬걸?

20세기 말쯤 되자, 쿠엔틴 타란티노라는 이상한 씨네아스트가 나타나 헐리웃을 휘젓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는 모리꼬네의 음악을 사용하기 시작하는 것 아닌가?


모리꼬네는 탐탁치 않았지만, 일단 지켜보았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타란티노의 웨스턴 3부작의 첫번째,

그 유명한 <장고-분노의 추격자>를 보게되고,

세르지오 레오네에 대한 오마주를 이렇게 우아하면서 B급스럽게 만든 그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의 두번째 웨스턴에는 본인이 직접 음악감독을 맡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이고,

흉흉한 설원의 마스터쇼트와 그의 기묘한듯 리듬감 있는 음악이 만나 영화의 분위기를 지배하기 시작한다.


마치 '이 영화의 정서는 바로 퀘스쳔마크야! ' 라고 선언하는 것처럼.


그의 업적과는 배반적으로 아카데미 상복이 없던 모리꼬네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하였다.


'헤이트풀8(The Hateful Eight, 2016년 作)'

다음은 촬영이다.

타란티노는 이 영화에 <벤허> 의 그 유명한 전차Scene에 사용한, 울트라 파나비전70을 사용하였다.

이것은 화면의 크기를 2.76 :1 로 확대시켜 우리에게 시각적 쾌감을 증대시켜 주었다.

영화의 주 무대인 두 공간 

지옥행 마차가 달리는 서슬퍼런 눈밭과,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미니의 양장점에서 말이다.


디지털시대에 스탭들을 고생시켜가며 이 필름촬영을 강행한 타란티노의 모습은,

오마주라는 것은, 전통에 대한 존경의 표시는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 몸소 보여주는 것만 같다.


특히 본격적인 서스펜스가 시작되는 미니의 양장점에서의 인물들의 촬영은 예사롭지 않다.

실제보다 넓어진 공간에 광각렌즈까지 사용해, 각 인물들의 물리적 거리가 더 깊게 느껴진다.

결국 그것은 그들의 정서적 거리를 널찍하게 벌려놓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바람때문에 항상 못질을 해놓아야하는 그 죽일놈의 미니의 양장점 정문을 떠올려보자.

의자에 앉아있는 

팀 로스와 브루스 던 이 바라보는 시점쇼트 속 못질을 하는 그들의 모습은 왠지 멀게만 느껴진다.


그래.

이것은 비좁은 공간에서의 유대감이 쌓여가는 이야기가 아니야!

이것은 세상으로부터 잠시 단절된 공간에서 서로가 서로를 물고뜯는 인물들이 평행선을 달리는 이야기야!


타란티노의 오케스트라는 이제 시작 되었다.

<헤이트풀8>은 영화 중반쯤 다다라서야, 본격적인 서스펜스가 시작된다.

167분에 달하는 이 영화의 90분 가량이 되서야 선혈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 전까지의 거의 대부분은 인물들의 대사와 행동거지를 통해 캐릭터를 스케치하는 시간이다.


어쩌면 일군의 관객들에게 이 시간들이 지루할 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피의 시인 타란티노가 설마 그의 필모그래피의 첫번째 무혈영화를 완성한 것인가?'

라는 걱정을 하게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팬이라면 그의 말장난의 저글링까지도 사랑하게 된다.


이 영화는 그의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과 매우 닮아있다.

비좁은 공간에서의 추리극이라는 점과 그 출연진 그리고 스탭들 때문이다.

미스터 브론드 마이클 메드슨, 미스터 오렌지 팀 로스

전작 <장고-분노의 추격자>에서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던 윌튼 고긴스

무엇보다 <펄프픽션>, <재키 브라운>, <장고-분노의 추격자>의 사무엘 잭슨까지.

특히 영화초반 마차에서 턱을 괴고 공상에 잠긴 그의 연기는 압권이다.


아마 이런 이유로

김혜리 평론가는 둘이 보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저수지의 장고’ 라고 평했고,

박평식 평론가는 애거사 크리스티를 만난 ‘눈벌판의 개들’ 이라고 평했으며,

이동진 평론가는 미스터 블랙을 새롭게 데리고 처음으로 화끈하게 되돌아간 타란티노 라고 평했나 보다.

현상금 사냥꾼(사무엘 잭슨),  교수형 집행인(커트 러셀), 여죄수(제니퍼 제이슨 리), 보안관(윌튼 고긴스),

이방인(데미안 비쉬어), 리틀맨(팀 로스), 카우보이(마이클 매드슨), 연합군 장교(브루스 던)까지..


이 지리멸렬한 8인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양정점에서의 하루는 비극과 희극 중 어디로 수렴하게 되는 것인가?


<헤이트풀8>의 8이라는 숫자는 왠지

이 영화가 타란티노의 8번째 장편영화라는 것과 연관이 되어 있는 듯 보이고,

모두의 뒤통수를 치는 9번째 인물의 등장은 왠지 타란티노의 9번째 영화도 기대하게 만든다.


링컨의 편지에도,

미국의 남북전쟁 레퍼런스에도,


어설픈 의미부여 따윈 삼가하라.

그것은 오히려 쿠엔틴 타란티노에게 실례를 범하는 것이다.

그는 우리에게 감화를 줄 생각도,

내포된 숨겨진 의미를 찾는 수수께끼를 낼 생각도 없다.


다만 이제 비주류가 되어버린 그 시절 영화계 선배들에 대한 헌사를 바치고,

그 시절의 장르의 쾌감을 현대관객들이 깨달을 수 있는 가교 역할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예능 <무한도전> PD면접 특집에 하하가 이런 멘트를 날렸다.

'취취 여기는 정상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실제 산악인 고상돈 대장의 말)


인용한다.

'타란티노, 그는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 (별 5개)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쿠엔틴 타란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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