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느려도 괜찮아, 나는 나만의 속도로 가는 중이니까 (5-3)
- 배우자와 함께 성장하고, 두려움 너머로 나아가다
2024년, 나는 더 큰 도전에 나섰다.
작년보다 두 배, 1년간 200권 읽기였다.
알수록 모르는 게 많았고, 그만큼 세상은 새롭게 보였다.
그래서 책벌레가 되더라도 끝까지 읽어내자고 다짐했다.
"분명 하나라도 얻는 게 있을 거야."
그 믿음 하나로 시작했는데, 책을 펼칠 때마다 변화의 에너지가 몸속에서 꿈틀거렸다.
"작년에 해냈으니까, 이번에도 할 수 있어."
그리고 정말 해냈다.
틈날 때마다, 잠깐의 자투리 시간을 모아
육아와 집안일, 본업을 견디며 읽고 또 읽었다.
그 결과, 1년 동안 무려 203권.
그건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내 의지가 증명된 기록이었다.
같은 시간이었지만, 읽는 속도도, 몰입의 깊이도 달라졌다.
'독서 복리'라는 말이 실감 났다.
책을 덮을 때마다, 마음속에서 뿌듯함 이상이 피어올랐다.
"나도 이렇게 큰 목표를 해낼 수 있는 사람이구나."
그 순간, 나는 내 가능성을 확신했다.
"무엇이든 내가 진짜 원한다면 해낼 수 있다."
무엇보다 값진 건, 그 변화가 내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책으로 마음을 다잡는 모습을 지켜본 남편은,
바쁜 직장 생활 속에서도 틈틈이 책을 집어 들기 시작했다.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꾸준히 책을 펼쳤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각자의 속도를 존중하면서도
함께 성장하는 특별한 감각을 느꼈다.
책이라는 매개체 덕분에 우리의 대화는 달라졌다.
같은 문제 앞에서 함께 고민하고, 같은 기회 앞에서 함께 설레며,
두려움조차 나누게 되었다.
그 대화 속에서 우리의 관계는 단순한 '부부'를 넘어,
서로의 삶을 지탱하는 '동행자'로 깊어졌다.
하지만 독서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진 않았다.
현실 속에서 우리는 결국 돈과 투자라는 주제를 마주해야 했다.
ETF도 처음엔 벽처럼 느껴졌다.
화면 가득 알파벳이 쏟아지자, 외국어 시험지를 처음 마주한 기분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차이지?" 하며 멍하니 바라보다가,
웃어넘긴 날도 많았다.
운용사 이름까지 줄줄이 영어로만 적혀 있으니,
차라리 낯선 암호를 해독하는 게 더 쉬울 것 같았다.
나조차 겨우 이해한 걸 신랑에게 설명하려니,
결국은 둘 다 "이게 맞나?" 하며 웃고 말았다.
하지만 낯섦은 오히려 우리를 같은 출발선에 세워주었다.
우리는 망설임 끝에, 조심스럽게 첫 주식을 샀다.
단 1주로 커피 한잔 값이 늘어난 게 전부였지만,
그 순간 우리는 뜻밖의 기쁨을 느꼈다.
"이게 진짜 내 돈이 일하는 거구나."
작은 숫자에 불과했지만, 그 뿌듯함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점점 우리는 서로에게 '선생님'이자 '동료'가 되었다.
내가 먼저 책에서 배운 내용을 설명하면,
남편은 유튜브에서 더 쉽게 풀어주는 영상을 찾아 함께 보았다.
"이건 이렇게 이해하면 되네." "그럼 다음엔 이걸 해볼까?"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한 팀이 되어 갔다.
투자 공부는 둘이 함께 길을 만들어가는 여정이 되었다.
미래를 향한 준비는 점점 더 구체적이 되어 갔다.
5년, 10년, 15년, 20년...
우리는 연 단위로 목표를 세우고,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을 기록했다.
2024년 초에는 연간 수익 목표를 함께 정했고,
가계부를 넘어 가족 전체의 재무제표를 만들며
마치 '가정도 하나의 기업'처럼 재정을 관리했다.
우리 능력으로는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목표도 있었다.
하지만 "상상은 현실보다 크게 가지라"는 믿음을 붙잡고,
끝내 하나하나 종이에 새겨 넣듯 기록했다.
그리고 매일 긍정 확언을 나누며, 언젠가는 반드시 이룰 거라 서로를 격려했다.
1년의 끝자락, 우리는 결국 그 목표를 달성했다.
마치 상상과 말에 마법이 깃든 듯,
기회가 우리 앞에 걸어와 선 듯했다.
그 순간, 나는 온몸으로 느꼈다.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린다는 게 얼마나 강력한 힘을 주는지.
물론 지금도 조급할 때가 있다.
"미래를 위해 더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도 파이프라인 하나는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불안이 밀려오면, 나도 모르게 남들과 나를 견주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되뇐다.
이 불안조차 내가 선택한 길 위에서 마주해야 할 과정이라고.
성장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다.
걸음은 더디지만, 분명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작은 움직임이 내 삶을 바꿔가고 있다.
이제 나는 기회를 기다리지 않는다.
기회는 만들어가는 것임을 알게 되었으니까.
불안은 여전히 찾아오지만, 나는 더 이상 움츠러들지 않는다.
내가 걷는 이 길이, 언젠가 내 삶을 완전히 새롭게 바꿔놓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