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여기에서 자리를 잡고 사는 과정 중에 가장 전문가로 거듭난 분야는, 다른 것도 아니고 '취업 그 자체' 인 것 같다. 대학교 때는 마냥 어렵기만 한가보다 하고 처음부터 무서워서 도전을 하지 않았고, 다시 오면서는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안 되더라도 직접 확인 해보고야 말겠다는 결심을 하고 왔다. 정말로 예사롭지 않았던 과정을 지난 5년간 겪고 나니 내가 배운 것들, 새로 도전하는 분들이 미리 알면 좋을 것들을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정리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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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취업 성공에는 세가지 요소가 있는데 첫째가 업무와 관련된 지식이나 경력이고, 두번째가 네트워킹이고, 세번째가 비자/일할 수 있는 신분(일할 수 있는 퍼밋이나 비자)이다. 아래 다이어그램에 세번째 비자문제를 작은 동그라미로 그려 놓은 이유는, 사실 앞의 두가지가 잘 갖춰져 있으면 비자문제는 아주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렇다. 비자 스폰서를 해 주면서 외국인을 고용하는 회사는 많지 않지만, 찾으면 반드시 있다.
그런데 이 작은 세번째 문제가 앞의 두 개를 쌓는데 장벽이 된다. 일단 비자 지원을 해 주는 일자리가 많지는 않으니 최대한 범위를 넓혀서 지원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남들은 집중해서 한 분야를 공략하는 동안 나는 그물을 넓게 던져 많은 분야, 많은 자리를 한꺼번에 다 준비해야 했다. 당연히 준비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선택과 집중을 잘 할 수 있는 미국 사람들에 비해 어려운 싸움이 된다. 이어지는 글에 하나씩 자세히 적어보았다
1. 비자
이 모든 것의 가장 큰 문제는, 외국인 신분으로는 ‘시간제한’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학생들에게는 OPT를 제공하는데, 졸업 후 1년간 회사의 visa sponsorship 없이 학생들이 일을 할 수 있게 해 놓은 제도이다. 그런데 그 1년을 사용할 수 있으려면 1년안에 ‘무직일수’가 90일을 넘으면 안 된다. 그러니 졸업을 하고 학생 비자로 무직인 상태에서 90일안에 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이미 받아 놓은 오퍼가 없으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인터뷰만 1달이상 하는 것도 흔하고, 실제 시작일까지는 2달 이상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시간을 확보하고 충분한 기간을 두고 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흔한 방법이 일반 OPT대신 STEM OPT를 받을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해서 3년동안은 비자 없이 일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것이다. OPT 시작 후 90일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지 않기 위해 졸업후에도 학교에서 계속 파트타임으로 일 해서 직장이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방법도 있다.
‘졸업 이후에도 내가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면 내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할 수 있지만, 공고가 언제 어느곳에서 나고 내가 갈 수 있는지는 아무도 컨트롤 할 수 없는 문제이다. 특히 공채 같은 건 거의 없고 대부분 그 직종/직무에 수요가 있어야 채용을 하기 때문에 원하는 자리에 원하는 시간에 맞춰 가는 것은 나만 노력해서 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모든 협상에서 시간은 반드시 확보해야 할 요인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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