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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코머핀 Apr 02. 2023

자신감에 관하여

오래전에 적어두었던 2018년 여름 인턴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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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인턴 생활도 마무리 되어가는 8월에는 다시 슬슬 네트워킹 이벤트도 가고, 뉴욕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소개 받아 만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하다 보면 한번씩 꼭 필요한 조언을 듣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지난 주말이 그랬다.


연초에 두어 번 이미 날 만나주었던 뉴욕의 큰 부동산 회사에서 일하는 Vivien이, 나에게 앞으로 뭘 하고 싶은 지, 여름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고 내 대답을 듣더니 이런 말을 했다. “네가 겸손한 사람이라는 건 잘 알겠어. 사람 대 사람으로는 너무 스윗하고 좋은 거지. 그런데 이 일은 너를 잘 포장하고 부풀려서 표현해도 너를 뽑아줄까 말까 한 분야야. 없는 걸 만들어 내서라도 계속 너를 증명해야 돼”. 들을 땐 아프지만, 사실은 아무나 해주지 않는 주옥 같은 말이었다.


그리고 그 얘기가 자꾸 떠올라, 오늘은 내가 가진 자신감에 대해서 돌아보았다. 늘 ‘자신감’이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나 개인 보다는, ‘한국 여자’라는 카테고리에 대해 더 질문하게 된다. 왜 자신이 어디가 부족한지를 계속 따져보게 되고, 나란 사람이 얼마나 괜찮고 능력 있는 사람인지를 드러내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지를 생각해보면, 자라온 문화 + 성별로 오묘히 나뉜 교육 환경이기도 한 것 같다 (남자는 울면 안 된다던지, 여자는 드세면 안 된다와 같은). 내가 가진 기준으로 ‘그래 이 정도면 나를 잘 표현한 거겠지’ 백 날 생각해봤자, 남들의 기준에선 한참 멀었다.


안 그래도 성격이 도와주지를 않는데, 여기에 심지어 동양인/외국인인 것까지 더해지면 사실은 마이너리티로 살아가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지금껏 차별을 받았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지만, 부당한 대우가 있었을 때 한번쯤은 자격지심처럼 ‘내가 외국인이고 여자여서 그런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앞으로 이 곳에서 한동안 인생을 보내 보기로 결심한 이상 일상의 사소한 일들이 나를 갉아먹지 않도록 마인드 컨트롤을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여기가 아니라 서울에서라도 같았을 것이다. 어디에서나 잃지 않는 스스로에 대한 충분한 프라이드를 가지는 게 내 영원한 목표다. 적어도 어제보다는 오늘 더 나은 사람이 되어있기를!

인턴 출근의 마지막 날은 피자와 맥주로 마무리 하였다. 나를 그저 다를 바 없는 직원으로, 좋은 친구가 되어준 팀 사람들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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