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 MBA로 유학을 와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이어 나간지가 이제 4년이 다 되어간다. 사실 예전부터 석사로 학위를 하나 더 갖는 것에 대한 의견은 긍정적이지는 않았다. 학교에 돌아가 있는 시간동안 소득이 없어져야 하는 것도 크고, 학비도 비싼 데다가, 그것이 주는 실제 이득이 - 그 돈으로 배당주라도 사면 배당이라도 주는 데에 비해 - 아주 확실하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내 이력서에 번듯한 학력이 추가되면 자신감이 붙기는 하지만 말이다. 결국에는 비자 문제를 해결하기가 만만치 않고, 학교를 거치는 것이 이민의 가장 수월한 방법이었기 떄문에 유학을 선택하였고, 감사하게도 무사히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MBA를 하며 잃은 것과 얻은 것을 기록해본다.
1. 잃은 것: 학비, 가족과의 시간
미국의 가장 큰 단점 중의 하나인데, 학비가 정말 비싸다. 나는 돈을 굉장히 잘 안 쓰는 편인데도 유학을 올 때 6년간 일해서 모았던 저축을 전부 다 털고, 남편에게 돈을 좀 더 빌리기도 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그 때 저축한 걸 유학하는데 쓰지 않고 계속 어디에 투자할 수 있었다면 지금보다 자산 현황이 좀 더 앞서 나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아쉽고, 가장 후회할 것 같은 부분은 한국에 있는 부모님과 자주 보지 못한 6년동안의 시간이다. 여기에 올 때는 ‘내가 하고 싶은 것’, ‘나의 욕심’이 눈을 가려 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는 시간을 길게 내어 태평양을 건너 집에 갔다 오는 것이 진짜 쉽지 않아졌다. 게다가 2020년 코로나 이후로는 한동안 격리문제 때문에 비행기를 타 볼 생각도 안 하다보니, 2018년 이후로 한국에 갔다오지도 못하고 있다. 부모님의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긴 비행기는 나도 힘든데 하물며 부모님이 오시기조차 체력적으로 참 힘들다. 가족과의 잃어버린 시간은 앞으로 더더욱 마음에 무거움으로 남을 것 같다.
2. 얻은 것: 달라진 인생, 연봉
돌아보면 나는 어쩜 그렇게 무모한 선택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아찔하다. 흔히들 MBA를 할 때 세가지 - 지역/산업분야/직무- 중 한가지를 전환하려고 온다는데 나는 세가지를 전부 다 전환하려고 왔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다보니 다 이루어진 것도 신기)
그렇게 직업도 인생도 전부 달라진 이유에는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달라져서가 크다. 나의 가치는 내 주변에 있는 다섯사람의 평균이라는데, 학교안에서 훌륭한 사람을 많이 만났고, 나도 그들의 한 무리가 되었다.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되지만 살아 보니 사람에게는 각자 수준이라는 게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그 중에는 좋은 집안에서 자라 잘 닦여진 길을 걸어온 사람도 있었고, 자기 힘으로 사업을 일궈낸 사람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그 사람이 하는 생각, 행동들을 옆에서 보고 있으면 나도 비슷하게 행동하게 되고, 불가능 하다고 여겼던 것들도 어느새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순간이 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돈 얘기를 하자면, 나는 몇 년 전까지도 지금 내 연봉을 회사에서 받을 수 있는 금액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내가 졸업 후 2019년 뉴욕에서 받았던 starting salary는 내가 2016년 서울 대기업에서 받았던 금액의 3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돈이라는 건 참 오묘하다. 가치를 교환하는 중요한 매개이지만 인간이 만든 것이고 절대 가치는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있을 때 회사에서 “이정도 벌면 괜찮은 거지”라고 했던 금액이, 사실 바깥으로 나와보니 그건 그냥 회사와 사회가, 평균이 정해주는 액수이지 나의 가치가 그것 뿐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물론 시간차가 있고, 뉴욕이 워낙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완벽한 비교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내 가치는 내가 정할 수 있다는 큰 자신감을 주었다.
얻고 잃은 것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운이 작용한 부분도 크기 때문에 각자가 판단해야 할 결정이지만, 그게 MBA든 뭐든 새로운 시도는 참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