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와서 가장 예상에 없던, 어쩌면 조금 황당하다고 해야 하나 싶은 것은 지금 나의 사회생활이라고 하는 이 모든 일들이 거의 대부분 디지털 공간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나에게 주 5일 전부 사무실에 출근했던 시간은 딱 5개월 정도밖에 없었고, 그 이후로는 100% 재택근무를 2년정도 하다가, 최근에서야 주 2일 사무실/3일 재택으로 전환되었으니 말이다.
재택근무의 본격적인 시작은 코로나가 원인이었지만, 백신이 나온 이후에도 여전히 대부분의 회사가 이렇게 2-3일 정도만 사무실에 직원을 나오는 체제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하긴 아무리 직원을 다시 전부 나오게 하고 싶다고 한들, 이미 면적을 축소하여 작은 건물로 재계약을 했거나, 아니면 Wework같은 공용공간으로 이전을 했기 때문에 공간이 부족하여 그럴 수도 없을 것이다. 재미있는 건 그나마 요구되는 이틀 출근 조차도 딱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오로지 직원들이 나올 때는 사무실에 공짜음식이 있거나 연말파티 할 때 뿐 ㅎㅎ
일부 기업은 직원 모두에게 5일 전부 사무실로 출근하라는 공지를 했지만, 그런 경우 불만의 목소리가 아주 컸는데다가, 맘에 들지 않으면 재택근무가 가능한 곳으로 이직하는 것이 비교적 쉬워서 그런지 (72%의 직장인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으면 현재보다 적은 연봉도 고려하겠다고 한다) 미국 노동자들의 이런 ‘집에서 일하고 싶다’는 요구가 잘 반영되는 분위기다. 직업이 많고 고용/해고가 유연한 노동시장이어서 가능한 부분인 것 같다.
이렇게 절반은 집에서 일 할 수 있는 환경이 직장인으로 사는 많은 개인에게는 큰 만족을 불러왔지만, 반대로 사무실용도의 건물의 소유한 기업에게는 나쁜 소식이었다. 오랫동안 주택과 함께 주요 투자 타겟이었던 오피스는 이제 채워지지 않은 빈 공간을 감당해내지 못해 기울어가는 중이다. 그래도 비교적 최근에 지은 새 빌딩은 좀 타격을 덜 받았는데, 좀 더 오래 전(80-90년대)에 지은 건물은 손해규모가 크다. 2015년 이후에 지은 맨하탄 미드타운의 사무실이 그래도 20% 정도만 비어있는 정도라면, 변두리에 있거나 옛날 스타일의 사무실은 50%도 채우지 못해 모기지 디폴트의 위험이 갈수록 증가하는 중이다.
이렇게 넘쳐나는 사무실 공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계속 제시되고 있는데, 우선은 아파트로 개조해서 주거용도로 사용해 보려는 시도가 가장 흔하다(Office-to-Resi Conversion). 그런데 두 종류의 건물은 워낙 다른 구조라 – 층고차이, 공조, 전기배선 등등 - 개조자체에 드는 돈, 시간, 에너지를 들일만한 가치가 있을지 아직은 확실히 검증되지 않았다. 그나마 이 방법은 실행할 수만 있으면 주택부족 해결에 도움이라도 되지, 다른 용도로 변경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 보인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사무실을 창고로만 쓸 수도 없고, 산업용도로 쓰자니 위치가 너무 시내라 교통 등 여러면에서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시대마다 계속 비슷한 고민거리가 있었다. 한참 온라인 쇼핑이 많아지던 2010년대 후반에는 오프라인 상점이나 쇼핑몰은 희망이 없다고 했지만, 지금은 또 플래그십 스토어같은 경험위주의 상점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조금 나아지기도 했다. 사무실도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해결 될 문제 같기도 하면서도, 이대로 영영 저물어가는 부동산 타입이 될 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사람이 사는 모습이 바뀌면서 영원히 그대로 일 것 같은 건물도 계속 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