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일한 지 이제 2년을 조금 넘기고 있다. 아직도 시작했던 첫 주의 목요일이 기억난다. 시작한 지 4일째라 큰 일거리가 없었고, 나의 매니저와 주변 사람들이 따뜻하고 같이 일하기 좋은 사람들인 것을 알았다. 이전 직장에서 사람 스트레스로 잠을 제대로 못 잤던 것에 비교하면, 내가 원했던 업무를 할 수 있는 데다가 동료도 마음에 들고, 참 여러모로 원했던 환경이 딱 그대로 이루어진 기분이었다. 해가 지기 전 6시쯤 나와 공원 산책을 나와 5월의 저녁 바람을 쐬면서 느낀, 모든 게 바랬던 대로 이뤄진 꿈같은 행복함이 아직도 생생하다. 정말로 은퇴할 때까지 다닐 거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하고 다녔던 회사였다.
그렇게 그대로이면 참 좋을 텐데 2년이 지나 지금 느끼는 감정은 조금 달라졌다. 내가 속해 있는 팀의 상황이 바뀌었고, 어느 조직에나 항상 있는 문제들 중에 그냥 넘길 수 없는 부분이 더 잘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장 크게는 새로 추진하던 펀드가 잘 되지 않아 중단되었고, 그로 인해 우리팀의 주요 일거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일이 줄어들었으니 한가로운 것은 좋은데, 문제는 이렇게 노는 부서가 있으면 미국 회사는 대부분 그냥 부서 전체를 통째로 날려버리기도 하니 마냥 편하게 농땡이를 부리다가는 한순간에 실업자로 전락할 수 있다. 사람문제만 해결되면 만사가 다 좋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직장생활을 이어가다 보니 수많은 이유로, 원하는 원하지 않든 이직과 면접을 계속하게 된다.
그러니 요새 미국의 밀레니얼과 Z세대의 이력서를 보면 2-3년 주기로 회사를 옮겨 다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전 세대하고는 다르게 한 직장에 은퇴할 때까지 뼈를 묻었다가는 물가만큼 따라 올라주지 않는 월급과, 필요가 사라지면 바로 해고해 버리는 구조로 개인이 노동자로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 되어버렸다. ‘메뚜기처럼 여기저기 옮기면 끈기가 없다’고 보았던 것이 이전의 관점이었다면, ‘단지 근속연수를 걱정하느라 성장이 없는 업무를 붙잡고 있는 건 시간낭비’라는 게 지금의 관점인 것 같다. 그래서 이전에도 필요했고 앞으로도 유용할 인터뷰 과정과 생각에 대해 정리해보고 싶었다.
일반적인 미국 회사의 인터뷰 구조는 크게 리크루터와의 인터뷰, 같이 일하게 될 매니저와의 인터뷰, 그리고 그 윗사람과의 인터뷰 세 가지로 나뉜다. 그 중에서 중간 단계, 즉 나와 매일 같이 일하게 될 사람과의 인터뷰가 제일 중요하다. 이 두 번째 단계는 매니저와 나머지 부서 동료와의 인터뷰로 몇 단계로 확장되기도 하고, 실무를 담당하는 직급의 경우 케이스 스터디(업무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하는 과제)가 추가되기도 한다. 그러니 인터뷰만 몇 달씩 하는 것도 흔한 그림이다. 각 단계별로 아래에 자세히 적어보았다.
1. 리크루터 인터뷰: 회사 내에 속해 있거나 외부 업체에 소속된 리크루터와 이야기하는 자리이다. 대개는 직접 만나거나 화상회의 없이 20분 정도 전화로 하는, 어쩌면 인터뷰 라기보다는 가볍게 기대치를 확인하는 자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맞다고 할 수 있겠다. 리크루터는 현재 사람을 찾고 있는 많은 일자리를 한꺼번에 보며 사람을 연결하기 때문에, 내가 지원한 그 회사의 그 자리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를 해당 부서만큼은 알지 못한다. 대신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력과 구직자의 경력이 키워드 위주로 일치하는지 검토하고, 기대하는 연봉이 적절한지, 이외의 기본적인 다른 조건 (ex. 다른 지역에 있다면 면접자가 이사할 의향이 있는지) 대한 간단한 확인을 위주로 하는 전화다. 내 이력서에 써 있는 경력을 요약한다는 생각으로 5분 정도 자기소개와, 연봉 기대치를 조사해서 준비해 놓으면 좋다. 뉴욕/캘리포니아 등 몇 개 주는 주 법에 따라 회사가 책정한 연봉을 잡 포스팅과 함께 공개해야 하므로 미리 예상 연봉을 알고 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2. 매니저와의 인터뷰: 위에서 말한 제일 중요한 인터뷰인데, 여기서 무슨 질문이 나올지는 포지션마다, 매니저 스타일마다 매우 다르다. 어떤 사람은 업무 관련 지식위주로만 질문을 하고, 또는 내가 면접 보는 자리가 조금 낮은 직급이라면 행동 관련 (팀워크는 어떤 스타일로 하는 편인가요 같은) 질문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이 단계에서 가장 쉽게 잊는 부분은 나도 면접자를 유심히 평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최근에 인터뷰를 보았던 한 회사는 예를 들어, 아는 사람도 있는 곳인 데다가 여러 부분이 마음에 들어 꼭 가고 싶은 자리여서 큰 기대를 했다. 그런데 막상 인터뷰에 가니 내 보스가 될 사람이 한 시간 내내 말을 계속 자르고 본인의 질문만 해서 끝에 흥미가 급격히 떨어져 버렸다.짧은 시간에 사람을 파악하는 게 완벽할 수 없지만, 매일 같이 일해도 괜찮은 스타일인지 잘 살펴보는 게 결국 나 스스로에게 도움이 된다.
3. 그 윗사람과의 인터뷰: 마지막 관문은 업무를 하면서 나하고 매일 보는 사람은 아니지만, 조직 내에서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과 한번 만나는 자리이다. 내가 속할 부서의 부서장과 이야기하게 되거나, 회사 규모가 크지 않으면 C-Level를 보는 경우도 있다. 내가 면접 보는 직급이 CEO 직속 정도의 아주 높은 자리가 아니라면, 내가 괜찮은 사람임을 증명하는 정도로 하면 충분하다. 가끔 괴짜 같은 사람들은 일부러 어려운 질문으로 힘든 시간을 주기도 하는데, 매니저와의 인터뷰가 괜찮았으면 그의 의견이 제일 크게 작용하므로 큰 걱정은 없다. 이 레벨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너무나 바쁘고 스케줄이 빡빡하기 때문에 시간을 잡는 것 자체도 오래 걸린다. 반대로 보면, 정말 확실한 후보만 스케줄을 잡아주므로 인터뷰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