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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코머핀 Jul 22. 2023

기회의 땅 (Opportunity Zone)

불평등에 대해 - 2

왠지 ‘약속의 땅’처럼 성경에 나와야 할 것만 같은 이 용어는 지역 간의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2017년 말에 등장한 미국의 투자 프로그램이다. Opportunity Zone (OZ)는 낙후되고 상대적으로 개발이나 성장이 뒤떨어지는 곳으로 지정된 지역을 말하는데, 이곳에 기업이나 개인이 투자하도록 해서 가난한 지역의 경제 성장을 돕는 것이다. OZ 지역 개발에 누군가 투자하고 10년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 다음과 같은 3종세트를 얻을 수 있다.


1. 10년 동안 자산을 소유하면서 얻는 현금흐름

2. 10년 후에 건물을 팔았을 때 얻는 시세차익 (capital gain)

3. 차익을 또 다른 OZ에 투자하면 면제되는 양도소득세 (capital gain tax)


주요 금융회사에 있는 Impact Investing 그룹이 하는 투자 전략이기도 하고, 간혹 투자 이민으로 미국에 들어오는 사람들 (EB-5 Investor라고 함)에게도 고려해 볼 만한 대상이다. 아무래도 이 프로그램의 취지가 저개발 지역 활성화여서 그런지, OZ 프로젝트 현장을 가 보면 빌딩은 삐까뻔쩍한데 주변은 허허벌판인 광경이 펼쳐진다.


OZ에 있는, 막 새로 지은 한 아파트의 화려한 입구. 럭셔리 호텔의 감성이었다.
그리고 아파트에서 길을 건너면 바로 옆에 있는 폐허 모텔...  


OZ의 선한 취지는 좋았지만 지난 몇 년간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딪쳤다. 예를 들어 개발을 하려는 땅에 이미 기존 건물이 있으면, 그 건물을 허물고 난 후 새로 건물을 올려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기존 건물에 상주한 입주자들을 내보내야 하고, 그 과정이 정말로 한 세월이다. 특히 코로나 기간에는 직업을 잃은 사람들이 월세를 내지 못해도 쫓아낼 수 없는 Eviction Moratorium이 있었기 때문에 세입자를 내보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러다가 올해 초에 이 모라토리움이 정지되고 이제는 쫓아낼 권리는 있지만, 세입자에게 통보를 하고 필요한 법적 조치를 내리는 과정 자체도 1년 넘게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니 2020년 초반에 시작하겠다고 호기롭게 외친 개발 프로젝트들은 아직 땅도 파보지 못한 채로 무한 연기되고 있다.


게다가 2017년에 소개된 프로그램이니 아직 아무도 결과를 본 적이 없다. 또한 젠트리피케이션 – 낙후지역이 활성화되면 기존에 살던 사람들이 밀려나는 현상- 은 어떻게 방지할지는 어디에도 계획에 없다. 불평등을 완화하고자 하는 의도와 세금 혜택은 좋은데, 아직 결과도 없고 보장도 없는 확인되지 않은 투자처다.


이런 프로그램은 항상 두 마리 토끼- 투자자에게 적절한 수익을 내주면서도 지역 경제를 살려야 함 – 를 잡아야 하는데 두 가지를 다 성공시키는 거의 불가능하다. 돈은 이미 돈이 되는 비싼 지역에 가기 마련이지, 좋은 일은 마음만 기쁠 뿐 돈벌이가 안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기업이 계속 ESG -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 와 같은 비재무적 요소를 강조하면서 우리는 이윤추구만이 아니라 사회에 공헌한다고 이야기하고 다니지만, 아직까지는 세일즈를 위한 발림성 멘트에 가깝다. 유럽은 조금 사정이 나은 것 같은데 미국은 아직은 그렇다.


그렇지만 성장하는 사회, 전체의 부가 증가하는 사회로 가려면 가지지 못한 자를 배려하는 것은 must이다. EBS 다큐멘터리로 나왔던 ‘자본주의’라는 책에서 본 구절에는 “진정한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려면 부가 가난한 사람에게 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왜냐하면 배부른 사람을 아무리 더 배부르게 한 들 증가할 수 있는 수요에는 한계가 있지만, 없는 사람에게 채워주면 그에 맞게 수요와 소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자연스럽게 전체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갈 길이 멀었지만 다른 어느 나라보다 심한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도 여전히 노력하는 중이다. 멀리 보았을 때 다 같이 잘 살려면 어려워도 해야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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