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개인, 기관에 상관없이 모두가 가장 관심 있게 보는 부동산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가장 흔한 건물 타입이고, 무엇보다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어서 그런가 보다. (그래서 주식/채권보다 더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 오늘은 이 아파트 시장분석 시에 주로 보는 지표에 대해서 설명해보려 한다. 미국, 한국, 세계 어느 곳이든 고려해야 할 것들은 다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들어가기 전에 간단한 설명은, 미국에 아파트처럼 생긴 건물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콘도(Condominium)이고 두 번째가 멀티패밀리(multifamily)인데, 콘도가 우리나라의 아파트 개념과 더 비슷하다. 즉 각 호마다 개인 소유자가 존재하고, 같이 관리비를 걷어 운영하는 방식의 주거형태이다. 우리나라의 아파트와 다른 점이 있다면 콘도는 대개 딱 한 채, 평균 50-200세대 정도 있는 정도로 규모가 아주 크지는 않다는 점이다. 워낙 수 자체가 적고 영세하기 때문에 대개 주택시장을 이야기할 때 콘도는 포함시키지 않는다.
반면에 멀티패밀리는 회사가 건물 전체를 소유하고 운영하면서, 세입자가 들어와 사는 타입이다. 살다가 보니 마음에 든다고 개인이 거주하고 있는 호를 구매할 수는 없다. 이것은 마치 삼성이 래미안을 지어서 분양을 하는 게 아니라, 그대로 소유하면서 세입자에게 월세를 걷어서 운영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기업이 아파트를 렌트 목적으로 지어 운영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나마 있는 렌탈 사업이라면 아마 개인이 소유하고 방을 세 주는 다가구 주택정도일 것이다. 여기에서는 회사가 아파트를 몇 백채씩 소유하고, 운영을 하면서 월세로 돈을 번다. (예시로 Related나 Avalonbay 같은 기업이 있다)
이 멀티패밀리 시장을 분석할 때 보아야 할 몇 가지 주요 포인트가 있다.
1. 수요와 공급: 어떤 시장이든, 무엇을 분석하든, 큰 틀에서는 언제나 수요와 공급이다. 해당지역에 월세로 살려고 하는 사람의 수요가 어느 정도 되는지, 그에 비해 새로 짓고 있는 아파트의 수는 어느 정도 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렇게 보았을 때 공급대비 수요가 더 많아야 투자를 할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판단한다. 여기서 흔히 나오는 용어가 흡수율(Net Absorption)인데, 공급된 아파트가 얼마나 수요자들에 의해 “흡수” 되었는지를 측정한다. 이 흡수율이 만약 양수라면 일정 기간 공급된 아파트의 면적 대비 세입자가 들어와 사는 면적이 더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음수라면 공급대비 수요가 적다는 뜻이다.
2. 지역 내 기존 아파트들의 성과: 기존에 들어서 있는 아파트의 성과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주로 평균 월세 증가율, 공실률과 같은 KPI가 어떤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3. 집값의 적절함 (Home Affordability): 해당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집을 살만한 능력이 되는지에 따라 시장의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의 주변 주택 시세가 꽤 저렴해서 사람들이 그럭저럭 벌어도 집을 금방 장만할 수 있다면, 월세를 주고 굳이 아파트에 살려는 사람의 수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반대로 집은 너무 비싸 애초에 살 꿈도 못 꾸는 곳, 즉 Home affordability 지수가 나쁜 지역은 렌트 시장이 더 활성화될 수 있다. 개인한테는 주택 시세가 저렴한 것이 이득이지만, 렌탈 시장에 투자하는 기관에게는 월세를 내고 살 사람들이 많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좋은 시장이 아니다.
4. 일자리 현황과 주요 시설: 내가 진입하는 시장에 일자리가 많다면 세입자가 월급을 받는데 문제가 없고, 그러므로 월세를 밀리지 않고 꾸준히 잘 낼 수 있다는 좋은 신호이다. 또는 도로가 잘 뚫려있고, 근처에 큰 공항이 있다거나, 쇼핑센터/공연장 같은 문화 시설이 있는지도 보아야 한다. 당연히 학군이 좋은 지도 시장 평가에 큰 영향이 있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안전하고 좋은 동네' 인지를 판단한다.
5. 거래량(Transaction Volume)과 바이어의 수준(Buyer’s Quality): 거래량은 시장의 유동성을 나타내 주는 지표다. 만약 어느 기간 동안 $1 Billion 이상의 아파트들이 최근에 거래되었다고 하면, 굉장히 활발한 시장이고, 가지고 있는 자산을 쉽게 유동화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지금처럼 기준금리가 계속 상승해 온 상황에서는 모기지도 같이 비싸지므로 거래량이 감소하곤 한다.
바이어의 수준은 해당 시장에 주 거래자인 기관이 어디가 있는지를 주로 보는 것이다. 그 지역의 작은 부동산 회사일 수도 있고 이름만 들으면 아는 큰 은행일 수도 있다. 자금이 넉넉한 회사일수록, 더 안정된 기업일수록 더 좋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