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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코머핀 Aug 19. 2023

하와이에 불이 났다

글로벌 보일링 시대

마우이는 하와이에 가 본 사람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던 인기 섬이었다. 그런데 지난주에 이 섬에 산불이 발생하여 최소 몇십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적지않은 사람들이 뜨거운 불과 연기를 피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었고, 몇 시간 이상 바다에서 표류하다가 익사 하거나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뉴스였다. 산불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조사에 들어갔지만 명확한 이유는 없었고, 그저 강풍과 매우 건조한 산 환경에 어쩌다가 번진 불로 추정되고 있을 뿐이다.


작년 6월에 인생 최초로 나에게도 하와이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학교에서 알게된 친구 고향이 카할라(Kahala)라는 와이키키 해변에서 멀지 않는 곳이었는데, 만나던 사람과 결혼하게 되어 때마침 결혼식을 하객으로 초대받아 가게 되었다. 아! 역시 생각만큼 아름다운 곳이구나. 날씨는 변동도 없이 우리가 있던 9일 내내 25-30도 사이를 유지했고 흐린날도 한 번 없었던 맑은 하늘이었다. 미국 영토이긴 하지만 50개 주 중에 가장 아시아와 가까운 덕분에 동양인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아 왠지 편안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게다가 한식/일식 맛집도 어찌나 많은지. 눈과 입이 내내 호강을 하고 왔다.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와이키키는 바깥에 나가면 한국어가 들릴 정도로 한국 사람도 많이 있었고, 저 멀리 호주에서 부터 관광하러 왔다는 사람도 있었다. 가는 곳마다 국적이 다 다른 사람들을 마주쳤다.


구름 한 점 없는 저 파란 하늘


과연 전세계인의 관광지답게 하와이는 어디를 가도 포화상태였다. 유명한 식당은 기본 1시간은 대기해야 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 무슨 활동을 하든 예약은 전부 꽉 차 있었다. 그 인기에 걸맞게 뉴욕보다도 비싼 물가와, 거의 쓰러져 가도 기본 20억은 되는 낡고 오래된 집까지. 또 마침 섬이라 공급에는 제한이 있으니, 기존 주택의 값은 저 높이 뛰고 있었다. 일주일을 갔다온 후 나의 꿈은 하와이에 별장을 사는게 되었다. 그래, 마침 한국하고 미국 딱 중간 지점이니 앞으로는 거기서 한국에 있는 가족과 매 해 모여서 연말을 보내면 더 없이 좋겠다는 기분좋은 상상을 하며.  


그랬는데 내 인생에 기후변화가 이렇도록 이미 영향을 주다니. 간직했던 하와이 별장 꿈을 다시 고민해봐야 할 정도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 때에도 고립된 섬 지역이라 공포가 증폭되어 굉장히 혼란스러웠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었다. 하와이 뿐 아니라 미국 본토의 캘리포니아, 애리조나등 남부 지역도 무섭도록 더운 날씨와 가뭄 때문에 고충을 겪고 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피닉스는 섭씨 46도. 이 정도면 집 안에 냉방 장치가 없으면 신체가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게다가 애리조나 주의 주 수원은 콜로라도 강인데, 강이 빠르게 말라가고 있어 수자원 절약을 위해 여러 산업에 제한을 두는 중이다. 자연 재해, 질병 등 예상에 없이 벌어지는 이벤트들로 사람들의 휴양지와 삶의 터전이 급격히 무너져가고 있다.


<요즘 인스타그램에 자주 올라오는 피닉스 사람들의 야외에서 계란 부치는 사진>


기후변화는 부동산의 가격 결정에도 큰 영향을 준다. 직관적으로 보아도 너무 덥거나 자연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인기가 떨어지기 때문에도 그렇고, 가치를 결정하는 방식이 미래의 현금흐름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오늘 어떤 빌딩의 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예를 들어 향후 1년 현금흐름을 예상할 경우, 앞으로 1년 동안의 운영 비용 또한 예측해야 한다. 그런데 기후변화와 함께 천재지변이 잦아지고, 부동산의 보험 비용이 예상 범위 바깥으로 급증하기 시작했다 (허리케인이 휩쓸고 지나간 플로리다의 지난 한 해 보험 프리미엄 증가는 거의 두 배). 예측이 되지 않는 비용 때문에 기관들은 매매가를 결정하지 못하고 손을 놓고 있는 상태이다. 투자의 세계에서 모두가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증가하였다.


UN은 23년 7월이 과거 12만년 동안 가장 더운 날씨였다며,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의 시대가 가고 지구가 끓는 시대(Global Boiling)가 도래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050년 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이 1.5도까지 가는 것을 막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손 쓸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 1.5도가 그리 큰 건가 할 수 있지만 실제로 지구의 역사중에 지금보다 평균기온이 4도 높았을 때는 악어가 북극에 살 정도였다고 한다. 큰 일이 났다고 다들 알고는 있는데, 막을 방법도 없는 채로 강건너 불구경중이다.


그래서 소심하게 나마 냉장고 냉동 온도를 5에서 3으로 바꾸어 본다... 뭐라도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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