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도 그런가는 잘 모르겠지만 올해는 내 맘대로 되는 것이 별로 없었던 해였다. 날이 쌀쌀한 겨울도 이제 슬슬 다가오고, 경기가 좋지 않은 외부적인 환경 때문에 더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직장에서도 친한 사람이 해고가 되기도 하고 (미국 회사들은 고용과 해고가 유연하다. 따라서 재취업도 쉬운 편이지만 그래도 좋은 소식은 아니니), 나 역시도 업무적으로 이런저런 부분에 대한 변화가 있었으면 했는데 생각만큼 결과가 따라주지 않았다.
한마디로 나름 노력은 했는데 변화는 없는 상황이 이어지는 중이다. 사람이 그런데 일종의 보상이 없으면 기운이 자꾸 빠진다. 작게라도 성과가 있으면 좋으련만. 어쨌든 계속 노력은 해야 언젠가는 무엇인가 나타날 텐데, 하도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 가끔 우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 무기력함을 어떻게 할까?
돌아보니 나에게 참 잘 통했던 방법은 "해 봤자 뭐 하겠어" 하는 그 행동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었다.
인간에게는 판단능력이 있다고 하지만, 우리의 상상과 현실은 사실 매우 다르다. 하다 못해 어느 날 친구 모임에 오랜만에 나갈 때 '오늘 모임은 이렇게 흘러가겠지' 같이 미리 예상해 보는 생각조차 틀린다. 여행을 갈 때도 시간 단위로 가볼 장소, 먹어볼 것 들을 아무리 열심히 계획해 놓아도, 예상에 없는 다른 일은 항상 일어난다. 그래서 '해봤자 별 거 없을 테니 안 하고 말지' 하는 그 생각은 나 자신이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고 과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이것은 우리가 무엇을 할 때 무의식적으로 '의미'를 찾으려 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어떤 행동이 나에게 가져다주는 확실한 이득이 있거나,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고 판단이 될 때만 실행을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 것 같다. 그렇지만 딱히 의미가 없다 싶은 것들을 하나둘씩 거르다 보면 사실 아무것도 남지 않고,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시점이 온다. 어차피 죽을 건데 뭔들 의미가 그렇게 크게 있겠는가. 그렇게 인생무상 주의에 물들다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기력하고 회색 같은 삶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어떤 것을 할 때 의미를 찾기보다는, 대신 '그 행동을 하면 나에게 기쁨이 될까?'를 고민해 보기로 했다. 그러면 의미는 별로 없을지라도 소소한 기쁨을 주는 것들은 참 많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예시로 나에게는 그것이 그저 브런치에 와서 글도 쓰고, 물감을 사서 그림도 그리고 - 잘 되고 안되고 상관없이 그저 시작한 취미 활동이었다. 돈이 되는 건 단 한 개도 없었고, 요새 유행하는 것처럼 부업해서 월 천만 원 버는 그런 대단하고 멋진 건 없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찮게 보이는 것들이 나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하기 전에는 모르다가,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또는 붓을 드는 때부터 갖게 되는 몰입의 즐거움이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다. 당장은 아무리 작아 보여도 이어가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좋은 생각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좋은 생각은 결국 좋은 결정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 삶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는 기분이 좋아지는 작은 무엇인가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