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투자 관련 이야기 말고 가볍게 좋아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
그동안 내가 의도하지 않게 열심히 하고 다녔던 것이 생각해 보니 바로 집 보러 다니기였다. 처음에는 내가 거주할 방을 찾으러 보러 다녔지만, 방을 구한 후에도 집 구경하는 재미가 붙었는지 나중에는 시간이 비는 주말에 주변 중개인을 섭외해 동네에 매물로 나온 집을 보러 다니고 있었다. 직업도 부동산 관련인데 이제 취미까지 이쪽으로? -.-
미국 집과 건물들은 어쩜 다 그렇게 하나같이 다르게 생겼고 그래서 보는 재미가 있다. 서울의 아파트와 빌딩 안에서의 경험을 한마디로 '편리함'으로 요약할 수 있다면, 여기는 낡고 비효율적이긴 해도 독특한 공간이 많다. 대체 이런 건 왜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하고, 이런 아이디어는 정말 좋다고 생각하게 되는 곳도 있다.
내가 살거나 보았던 곳 중에 마음에 쏙 들었던 공간 세 가지가 있다.
1. 3면 창가
6년 전 유학을 와 첫 보금자리로 원룸을 구했다. 아래 사진에 있는 곳이 주거 공간이고, 사진을 찍은 나의 등 뒤로 부엌과 화장실, 옷장이 전부였던 아파트였다. 집은 룸메이트 없이 나 혼자 편하게 살고 싶어서 낡았지만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저 방을 골랐는데, 생각보다 좁지도 않고 아늑한, 아직도 생각하면 기분이 좋은 나만의 보금자리였다.
내가 저곳을 유독 마음에 들어 했던 이유는 특히 저 툭 튀어나온 입체적인 창가의 역할이 컸던 것 같다. 저렇게 바깥으로 돌출된 창문 형태를 베이 윈도우(Bay Window)라고 부른다. 첫 사진을 찍었던 시점은 이사 간 당일날이라 가구도 없어서 맨 카펫에 이불 시트만 깔고 지냈다. 나중에는 식탁을 창가 근처로 놓았더니 밥을 먹을 때마다 바깥을 자세히 볼 수 있게 되었다. 탁 트인 창의 크기만큼 실내 온도 유지는 따라주지 않아 좀 춥기는 했지만. 또는 좋은 일이 있을 때 저 창가에 바짝 다가가 서 있으면 왠지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2. 옥상 정원
미국 교외의 넓은 단독주택은 앞뜰/뒤뜰이 기본으로 갖추어져 있지만, 여기도 도심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집에 붙어 있는 옥외공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런 곳에 주로 들어와 있는 중간 형태의 주택이 바로 타운하우스나, 브라운스톤이다.
대개 3-4층으로 이루어진 이런 타운하우스는 끝 층에 옥상 테라스를 만들어 놓는다. 나만의 정원을 가꿀 수도 있고, 바베큐 기계를 올려놓고 고기를 구워 먹을 수도 있다. 가끔 주변에 새로 생기는 고층 건물이 시야를 가려버리는 처참한 사건! 도 벌어지지만, 밀도가 높은 도시에서도 분리된 나만의 외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좋아 보인다. 가구점에 가도 이렇게 야외에 늘 배치해 놓을 수 있는 라탄 소재의 소파코너도 따로 있다. 만약 나의 옥상정원이 주어진다면 나는 자주 먹는 채소(토마토, 파, 상추, 깻잎ㅎㅎ) 키우기에 도전해 보겠다.
3. 공용공간
콘도나 아파트 같은 공동 주거형태의 집에는 항상 2층이나 중간층 어딘가에 공용공간(Common Area)이 있다. 이곳에는 편하게 나와서 앉아 있을 수 있는 소파와 테이블도 있고, 부엌도 딸려 있어서 큰 모임이 있을 때 요리를 같이 해먹을 수도 있다. 여기서 한술 더 뜬 곳은 당구/탁구대도 배치해 둔다.
공용공간의 장점은 누군가를 만나고 싶을 때 굳이 집으로 부르지 않아도 내 아파트로 초대해 편하게 오래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는 바깥이 비가 오거나 추워서 나가기가 귀찮지만 집에서는 집중이 안 될 때, 잠깐 익숙한 집을 빠져나와 주위를 환기하고 싶을 때 최적이다.
4. 이외의 독특한 집의 일부분
간혹 200년 이상 오래된 집이나 해당 구역에 위치해 있는 집들은 보존해야 할 자산으로 등록이 되어있다. 그래서 아무리 소유자가 마음대로 하고 싶더라도, 기존 모습을 유지해야 하는 일종의 규제가 붙은 곳에는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집의 부분들이 있다.
한 예로 올해 초에 구경했던 아래 사진의 집은 거실 창 윗부분이 스테인드 글라스로 되어있었다. 아래 창문은 교체할 수 있어도 이 스테인드 글라스는 훼손해서는 안되게끔 되어있었다. 과연 보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거실에 있는 스테인드 글라스 너무 멋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