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코머핀 Mar 16. 2024

고통이 나의 목적

마치는 글

요새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인 데이비드 고긴스(David Goggins)의 책, Can't Hurt Me (아무도 나를 무너뜨릴 수 없다)를 읽었다. 한국에서도 이 책을 구할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누구든 지금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면 꼭 한 번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



데이빗은 미 해군 특수부대(US Navy SEAL)에서 오랜 기간 복무한 후 은퇴한 군인이다. 불우한 환경에서 돌봄도 거의 없이 자라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고 비만인 청년 시절을 보냈지만, 이후 군인이 되기 위해 자신을 이기는 연습을 수 없이 하며 살아왔다. 특수부대면 더더욱 체력적으로 철저히 준비되어 있어야 하니 그는 거의 매일 달리기 연습을 했는데, 울트라 마라톤 100마일 (160Km)을 24시간 쉬지 않고 내리 달린 믿어지지 않는 기록도 가지고 있다. (나는 3km도 겨우 달리는데??) 그는 달리기 및 여러 가지 훈련으로 스스로를 챌린지하는 과정을 거치며, 인간이 생각했던 한계를 넘어 이룰 수 있는 것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데이빗의 인터뷰 - 유튜브 링크


이미 백만장자로 은퇴하고 여러 방송에 불려 다니는 그를 인터뷰 한 장면 중, 쇼 진행자가 질문을 했다: "당신의 요즘 일상은 어떤 모습인가요?"


그랬더니 그가 말했다.


"사람들이 성공한 사람의 일상은 매일이 여유롭고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저의 하루는 정말 구립니다 ("My days suck"라고 했는데, 이 표현은 한국어로 구리다가 가장 정확한 번역일 듯 하하). 그래서 딱히 보여주고 싶은 행복한 일상 같은 게 없어요. 아직도 매일 하기 싫은 운동을 하고, 내일이 시험날인 것처럼 공부를 합니다. 내 일상을 보여준다고 해서, 누구도 따라 하고 싶지는 않을 겁니다"라는 말을 했다. 은퇴한 이후에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음에도 데이빗은 여전히 하기 싫고 귀찮은 일을 하며, 평범하게 살아간다.


데이빗의 저 말에 깊은 울림이 있었다. 우리가 막연하게 꿈꾸는 삶은 사실 거의 정 반대이기 때문이다. 아래처럼:

'바다가 보이는 럭셔리 호텔에서 휴가를 즐기고, 매일 출근을 하지 않아도 돈 걱정 없이 사고 싶은 건 다 사며, 만나기 싫은 사람은 만나지 않는 자유가 주어진 삶'

매일 계속 쳐다보는 핸드폰에도 끝없이 이렇게 놀고먹는 법 시리즈가 마구 쏟아진다. 뭔가를 '쉽게' 얻는 법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결과를 '빨리' 봐야 한다는 강박도 적지 않다. 1년 만에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법 이라던지, 혹은 일주일 안에 8kg 감량 도전 같은.


놀고 먹는 인생을 떠올리면 매번 내 머리속에 등장하는 해변가의 풍경


살아가면서 요령은 필요하고 모든 것에 스트레스받아가며 살아갈 필요는 없지만, 다시 멈춰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왜 내가 매일 좋은 걸 누려야만, 편하게 쉬어야만 잘 사는 것인가? 그런 편안한 인생을 누가 나에게 당연하게 얻어야 한다고 얘기했을까? 수도꼭지를 열기만 하면 손을 씻을 수 있는 깨끗한 물이 나오는 곳에 이미 살고 있으면서. 더 편하고, 더 멋진 뭔가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간 살아왔다.


즐거움과 편안을 추구하는 삶을 볼 때 '좋아 보이네' 하고 느낀다면, 고통을 기꺼이 지고 사는 사람은 리스펙을 불러온다. 편안하기 위해서 사는 인생이 아닌, 고통 그 자체를 삶의 의미로 만드는 마음가짐. 인간이기에 매일 주어지는 숙제를 끌어안고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점에 의미가 있다.


나의 일상에 연결 지어 실행력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이 부분을 나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생각하는 걸 실천하는 건 어렵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 과정 자체가 내가 살아가는 의미라고 받아들인다면 훨씬 더 쉬워질 거라는 것 말이다. 내가 사는 이유는 이 어려운 걸 다 한 후에 얻게 될 보상 때문이 아니라, 매일 하고 있는 지루하고 어렵고 힘든 일상 그 자체가 아닐까! 그러니 오늘 주어진 나의 고난에 감사하며.




이전 09화 그놈의 화가 제일 문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