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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코머핀 Mar 09. 2024

그놈의 화가 제일 문제

나의 삶을 바꾼 태도 #8

며칠 전 업무를 하다가 기분이 나빠진 일이 있었다. 다른 팀 동료 중 한 명이 원인이었는데, 그간에도 유독 '일을 같이 한다'는 느낌보다는 남이 열심히 해 놓은 일에 '코멘트만 한다'는 인상이 강한 사람이었다. (우리 팀 나의 상사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그날도 하루종일 작업한 업무를 공유했더니 5분도 되지 않아 A, B, C를 고치라는 지시를 달랑 담은 한 문장짜리 이메일을 보내왔다. 그것도 퇴근하기 딱 10분 전에.


이메일을 받자마자 분노가 확 솟아올랐다. 아무래도 나를 본인이 시켜 먹을 수 있는 아랫사람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으니 제대로 선을 그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 하필 그날은 또 금요일이었다. 한 주 내내 기다렸던 금요일 저녁은 온데간데없고, 나는 월요일이 아침이 돌아오기 전까지 '이걸 어떻게 싸워줄까'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주말을 보냈다. 덕분에 주말에 해 보려고 계획해 놓았던 즐거운 일들 - 미뤄둔 그림도 그리고, 오랜만에 외식도 하고 - 은 하지도 않았다. 그나마 몇 가지는 해보려고 하는 와중에도 집중을 할 수 없었다.


여기서 가장 어이가 없는 건 난 온전히 내 것도 아닌 회사일에, 중요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이렇게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신경을 끄려고 해도 그 문제의 결론?을 보기 전까지는 주의를 돌리기가 힘들었다.



하긴 화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마는 나도 분노를 너무나 싫어한다. 내가 분노의 감정을 왜 싫어하는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단순히 불편해서? 일그러진 표정이 너무 못생겨 보여서? 요즘엔 다른 것 보다,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 못하고 화가 난 그 시점에 그대로 나를 머무르게 하는 점 때문에 화를 싫어한다.


분노가 일면 대략 머릿속에서는 다음과 같은 과정이 펼쳐진다.

1. 혈압상승: 아니 얘는 뭐지 진짜? 장난하나?

2. 나의 입장을 정당화함: 이러이러하게 배려해 줬는데 나한테 뭘 더 어떡하라는 거지. 내가 그렇게 우습나?

3. 포기함: 아 다 필요 없다 아무런 의미 없어 지친다 지쳐.

4. 피로가 몰려옴: 열심히 해서 뭐 하니 다 부질없다. 오늘은 뭔가를 할 기분이 아니네 그냥 누워서 유튜브나 보다 자야지.  


즉, 화가 나면 주로 나는 '뭐라도 해보고 싶은' 상태에서 '다 집어치우고 싶은' 상태로 변한다.


화가 난 상태를 말하면 주로 왼쪽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실제 나의 상태는 오른쪽 이미지에 가깝다.


사람의 감정은 두 종류로 밖에 분류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 파워풀(Powerful)하거나 원시적(Primal)인 감정 딱 두 가지. 파워풀한 감정 안에는 호기심, 열정, 평온함, 감사함 등이 있고, 원시적인 감정 안에는 분노, 짜증, 슬픔, 무력감이 있다. 그리고 그 두 가지는 동시에 일어날 수 없다. 평온하면서 짜증이 날 수는 없고, 호기심이 가득한데 슬플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종류 안에 있는 감정은 함께 일어날 수 있다. 화가 나니 무기력해지고 만사가 귀찮다. 그렇다면 반대로 긍정적 감정 카테고리 안에 같이 있는 것도 비슷하다. 지금 무탈한 삶을 떠올리며 감사한 마음이 들면 평온함을 덤으로 받는다.


그래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나한테 진짜 중요한 것들에 집중하기 위해 기분을 일단 좋게 만든다. 과정을 거꾸로 생각해 보면 이렇다: 성공은 좋은 행동으로부터 나오고, 좋은 행동은 좋은 생각으로부터 나오고, 좋은 생각은 오로지 기분이 좋을 때만 난다. 그러니 기분이 좋으면 연쇄작용이 일어나 언젠가는 성공으로 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아래는 나에게 잘 맞는 기분전환 방법. 독자분들의 방법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새로운 향의 비누로 손을 씻는다. 향이 바뀌면 같은 장소도 신선하다. 그래서 일부러 비누나 샴푸만큼은 너무 큰 대용량 말고 가끔씩 다른 향으로 바꿔줄 수 있게 적절한 용량으로 산다.   

햇볕 쬐기. 안 좋은 일이 있어도 밖이 쨍쨍하면 기분이 좀 풀린다. 나가서 광합성을 하고 온다.  

누군가와 안부 전화를 한다. 기분이 안 좋은 어느 날 리서치 팀의 Ethan이 전화를 걸어왔다. 별 일 없이 오랜만에 하는 일상 대화였는데 끝나니까 기분이 나아졌다.   

새로운 음식을 먹는다. 평소에 보기만 해도 예뻐서 감탄하는 조각케이크나 타르트 같은 디저트를 사 먹어 본다. 뭔가 낯선 것, 새로운 경험으로 주의를 돌린다.   

귀여운 걸 본다. 짧은 영상으로 돌아다니는 뚱땡이 고양이 같은 것들 ㅎㅎ 산책하다가 만나는 동네 강아지들의 뒤뚱거리는 걸음을 보면서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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