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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 Lee Jul 20. 2016

자폐증 - 고지능 장애

인간의 지능을 너무 높이려는 진화의 부작용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자폐증!

Autism As a Disorder of High Intelligence


캐나다 브리티시 빅토리아 주에 위치한 사이먼 프레이저(Simon Fraser) 대학에서 생물 과학 및 인간 진화를 연구하고 있으며, 앞서 진화와 자폐증에서도 잠깐 언급된 바 있는 버나드 크레스피(Bernard J. Crespi) 진화생물학과 교수가 흥미로운 이론을 발표했다. 바로 "자폐증이 인간의 지능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진화과정의 산물"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또한 최근에 보고된 여러 연구들은 자폐증 발현 위험인자와 지능 측정에 사용되는 요소 간에 유전적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주목할 점은 유전체 내에서 하나의 형질을 나타내는 최소의 단위인 대립형질들(alleles)이 자폐증과 고지능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중첩되고 있어 이전까지 자폐증을 규정하는데 사용된 전반적으로 평균 이하의 지능지수(below-average IQ)라는 기준과 모순되고 있는 현상을 설명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크레스피 교수는 이와 같은 모순을 설명하기 위해 자폐증 원인을 밝히려는 병인학(etiology)에서 종종 보고된 자폐증에서 지능 구성요소가 향상되었지만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발견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가설의 핵심은 큰 두뇌, 빠른 두뇌 성장, 향상된 감각 및 시공간 처리 능력, 향상된 시냅스 기능, 향상된 집중력,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 보다 체계적인 의사결정 능력, 공학 및 물리 과학과 연관된 직업을 많이 갖는 것을 비롯하여 비슷한 지적 능력을 가진 배우자를 선택하는 경향과 같은 측면에서 자폐증과 고지능 개인 간에 다양한 연관관계를 보여주는 증거가 점점 더 많이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발견은 특히 인간의 진화 및 적응과정에서 핵심으로 볼 수 있는 고도로 발달한 지능에 나타난 조절곤란(dysregulation)이 자폐증 발현 위험성을 증가시킨다는 이론을 지원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그 결과, 지능에 관한 연구를 자폐증 연구와 통합하여 고지능을 유발하는 신경학적 및 유전적 원인 규명, 인지력 향상 및 인공지능 분야의 발전을 가져올 이해를 높이고, 자폐증과 정신분열증의 관계 규명, 자폐증과 지적장애 치료 등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자폐증과 지능의 유전적 중첩

Genetic Overlap of Autism with Intelligence


최근 표본수가 증가하고 표적 표현형(phenotypes) 분석의 확대, 지놈 전체 연관 연구를 위한 분석 방법의 개발 등으로 관련이 없을 것으로 보였던 유전자가 개입하여 발생한 다면발현(pleiotropy)과 연관불평형(linkage disequilibrium) 등으로 인해 지능과 정신질환의 위험성을 내포한 형질 사이에서 유전적 연관성의 신호와 강도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정신질환 유전체 연구단(Psychiatric Genetics Consortium, PGC)의 데이터를 이용한 자폐증에 대한 복합유전자에 걸친 위험성을 조사한 4건의 연구에서 자폐증 발현 위험 대립형질이 인지능력과 지능에 관련된 대립형질과 중첩되고 그 사례도 5000 건 이상 식별할 수 있었다. 


4건의 연구는 모두 다양하고 독립적인 인구표본을 대상으로 인지능력 측정 혹은 연관성 분석을 통해 수행된 것들로 지능지수(IQ), 지능측정계수 g, 아동기 IQ, 대학 진학률, 교육연수, 아동기의 인지기능, 학업성취도, 언어-수리 추리 능력, 교육수준 등에서 상당하고 실질적인 유전자에 기반한 비례 관계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연구들은 자폐증 발현의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복합유전자와 소범위에서 영향을 주는 대립형질이 정상적인 개인의 높은 교육수준 등과 관련된 고지능과도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자폐증을 보인 개인의 부모, 형제자매, 근친 중에서 지능 혹은 지능 구성요소가 대조군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가에 대한 연구가 아직 체계적으로 수행된 바 없지만 IQ 지수와 자폐증 위험성 간에 유전적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에서 보여준 다양한 결과를 살펴보면, 자폐증을 가진 개인은 블록짜기(block design), 모양맞추기(object assembly) 등에서 형제자매와 함께 높은 점수를 기록하는 반면 대조군에 비해 이해력 및 바꿔쓰기(coding)와 같은 영역에서는 저조한 점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폐성 장애아의 형제자매는 비사회적 목표에 대한 높은 암기력을 보였고 시각-운동감각도 뛰어남을 보여주었으며 자폐성 장애아의 부모도 잠입도형검사(Embedded Figures Test, EFT)에서 대조군보다 뛰어난 식별 능력을 나타냈다. 사실 카너(Kanner)와 림랜드(Rimland)는 자폐성 장애아의 부모가 대조군보다 높은 지능을 가졌을 것으로 생각했었지만 후속 연구에서 더 이상 채택하지 않았고 대부분의 경우 부모의 사회성 결여와 변화(alterations)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적어도 대부분의 표준검사에서 자폐성 장애를 가진 개인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IQ를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 높은 지능과 자폐증 발생 위험성에 유전적 연관성이 있다는 발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낮은 IQ를 보이는 모순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현재까지 이 질문에 대한 설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바로 이 대목에서 크레스피 교수는 그 모순을 설명하기 위해 '자폐증을 가진 개인은 높은 지능을 보이지만 그 지능을 이루는 구성요소에서 불균형이 나타나 비정상적인 지능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한다. 즉, 일부 혹은 많은 유전적 지능 구성요소가 향상되었지만 그 요소 간에 나타난 불균형으로 인해 자폐증의 표현형이 나타날 위험성이나 진단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 가설을 확대하면, 지능이 더 높아질수록 인지능력 및 그에 따른 결과에서 불균형이 나타날 위험이 더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즉, '바보와 천재는 백지장 한 장 차이'라는 말이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고지능 불균형(high intelligence imbalance)" 가설이 현재까지 습득한 데이터와 일치하며 앞으로 수집할 데이터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형태를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폐증과 지능 연관성

Autism and the Correlates of Intelligence


이처럼 "고지능 불균형" 가설은 표현형 수준에서 자폐증과 고지능이 연관되어 있음을 예측하고 있다. 이제 그 연관성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


두뇌 크기와 성장 속도

Brain Size and Growth


두뇌 크기와 머리 둘레는 성인과 특히, 아동의 경우 자폐증과 연관된 대표적 표현형으로 간주된다. 두뇌 크기는 더 많은 수의 신경세포(neurons),  더 두꺼운 피질(cortex), 늘어난 해마(hippocampus) 용적, 영아기의 빠른 두뇌 성장, 사춘기에 피질 감소율 증가 및 그 조합과 지역적이고 자세한 정보 처리 증가 등과 함께 자폐증의 위험성 증가와 관련되어 있다.


대체적으로 6~12세 사이에 피질 성장이 빠르게 증가한 후 12~18세에 빠르게 감소하는 것은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고지능 아동에서 관찰되는 현상이다. 아동기 중기에서 사춘기까지 두뇌 성장률이 증가한 것은 직접적으로 IQ와 관련되어 있으며 영아기의 성장률에서 차이를 제외하면 자폐증에서 나타나는 패턴과도 전반적으로 일치한다. 인간과 영장류에 대한 연구에서 두뇌 크기는 지능과 정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인간의 경우 신경세포 수에서 월등한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자폐증과 달리 정신분열증에서는 두뇌 크기, 해마 용적, 피질 두께 등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감소는 아동기 후기 및 사춘기 초기에서 두뇌 성장률 감소와 사춘기와 성인기 초기에 회색질 감소가 증가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아직까지 이런 두뇌 크기와 자폐증, 정신분열증 간의 유전적 상관관계는 자세히 밝혀진 바 없지만 한 사례를 들자면, DUF1220과 같은 단백질 영역 단위가 반복되는 것 등이 두뇌 크기, IQ 및 수학에 대한 태도, 다양한 자폐증 증상과 연관되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정신분열증의 경우 DUF1220의 반복수는 그 증상의 심각도와 반비례한다. 


두뇌 연결

Brain Connectivity


두뇌의 구조적, 기능적 연결이 지역적으로는 높지만 전역적으로는 낮은 현상은 다수의 연구를 통해 자폐증의 전형적인 특성으로 증명되고 있는 가운데, 그 원인은 아마도 두뇌 크기 자체가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능 모델 중에 하나인 P-FIT에 따르면, 효과적인 전역(global) 연결이 두정엽(parietal), 전두엽(frontal)을 통합하는데 필요하고 IQ를 결정하는 요소라고 알려져 있다[2]. 따라서 효과적인 패턴은 전역과 지역(local) 연결이 최적화된 상태로 볼 수 있으며, 그 결과 지능 측정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하게 된다. 이점을 감안한다면, 자폐성 장애인의 경우 일반적인 지능 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든 이유가 바로 이 부족한 전역 연결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전역 및 지역 연결에 따른 지능의 차이를 증명하고 대조군에서도 동일한 방법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필요가 있다. 


대조적으로 전역 연결이 감소하고 지역 연결이 증가할 경우 음감 인지(auditory pitch perception)와 같은 영역에서는 능력이 향상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일부 자폐성 장애인에게 나타나는 주목할 만한 요소로 특히 전두엽 피질의 지역 연결성 증가는 밸프로산으로 유발한 동물 자폐증에서와 함께 자폐증을 특정 짓는 현상이며 자폐증 병인학에서 말하는 "강렬한 세상(intense world)" 이론의 핵심이다. 자폐증과 연관된 강렬한 세상은 인지력, 주의력, 기억력 등이 너무 크게 향상된 나머지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두뇌 영역이 간섭을 일으키는 세상을 말한다. 이처럼 감각 영역에서 지역 연결이 크게 증가한 것은 감각적으로 매우 민감한 자폐증의 특성을 설명하는 기반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세부적인 것에 집중하고 체계화하는 능력의 향상을 보이는 것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함께 고려할 경우 증가한 지역 연결은 특정 능력이나 관심을 높이는 순작용을 하지만 전반적으로 고지능을 발휘하는데 필요한 지능 요소(g) 자체는 떨어뜨리는 역작용을 한다. 또한 두뇌 연결망의 변화는 두뇌의 모듈화 및 병렬처리 능력을 늘려 감각 능력, 인지-공간 능력을 높이지만 전역 연결 결여에 따른 전체 지능 하락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지역 연결이 감소하고 전역 연결이 증가하는 것은 아동기에 발현되는 정신분열증에서 볼 수 있고 다수 연구에서도 정신분열증의 특성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이 차이점은 보다 견고한 연결성 분석을 통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


신경세포 기능

Neuronal Function


신경세포의 연결부위인 시냅스의 가소성(synaptic plasticity)은 기본적으로 두뇌 작용의 핵심 요소로서 아동기에서 청소년기에 걸쳐 장기적인 피질 두께 증가가 지능과 연계된 것은 물론이고 수상돌기 가시(dendritic spines)에서 합성되는 단백질은 시냅스 가소성을 매개하고 인지, 학습, 기억 등의 측면과 다양하게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은 물론이고 다양한 동물 모델에서 수상돌기 가시에서 합성되는 단백질이 자폐증과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여러 증거가 있으며, 인지를 매개하는 핵심 분자의 기능이 활성화되거나 발현되는 것이 자폐증을 규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이론에서는 증가한 신경 가소성과 시냅스 리모델링을 이용해 인간과 동물에서 자폐증 발현을 설명하고 있다.


시냅스 가소성, 수상돌기 가시 합성 수준, 유연성과 안정성 등을 포함한 수상돌기 역학 등이 어느 정도로 신경 기능에 영향을 주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하지만 최근 전장 유전체 상관성(Genome-wide association, GWA) 분석을 통해 유동성 지능(fluid intelligence)은 시냅스의 효율과 관련되어 있으며, 결정성 지능(crystallized intelligence)은 신경성 우울증과 만성 우울증(long-term depression, LTD)과 많이 관련되어 있음이 드러났다.


이런 발견은 지능과 신경 및 시냅스 기능이 강한 상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자폐증이 보다 향상된 두뇌 기능을 얻기 위한 신경 작용 과정에서 발생한 조절곤란과 연관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CYFIP1 유전자는 이런 현상을 보이는 뚜렷한 사례로 수상돌기에서 mRNA 전사를 조절하는 이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하면 자폐증이 증가하고 줄어들 경우에는 정신분열증과 특히 난독증(dyslexia)이나 난산증(dyscalculia)과 같은 저하된 인지능력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각 기능, 주의력, 특별한 재능

Sensory Functions, Attention, and Special Abilities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감각 기능과 감각 구분 능력은 고지능과 강한 비례 관계를 보인다는 가설과 지능 측정 증거를 갤턴(Galton)과 스피어맨(Spearman)이 처음으로 기술한 바 있다. 최근 들어 이런 뛰어난 감각 능력과 지능 간의 상관관계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왜 이런 상관성이 나타나는지 명확하진 않지만 불필요한 자극을 제외시키고 강한 집중력을 보이는 능력과 지능과 감각 처리 속도 간에 강한 비례 관계가 있으며, 감각 구분 능력과 지능에 작용하는 신경 진동 속도, 신경 처리 속도와 관련된 백질 구조, 건전성, 지역 혹은 전역 회백질 증가, 전반적인 인지 능력에서 감각 입력의 역할 등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 가설을 더 검증하기 위해서는 전장 유전체 상관성 분석과 신경과학 연구가 공동으로 수행되어 감각 구분과 지능 간에 보이는 연관성의 정도를 평가하고 일반화시킬 필요가 있다.


청각, 시각, 촉각 영역에서 예민한 감각이나 감각 구분 능력은 자폐증에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러한 증상이 IQ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아직 대체적으로 밝혀진 바 없다. 하지만 강한 위상 동공 반응과 연계된 시각 검색 능력은 집중력을 높이고 시각적 구분 능력을 원활하게 만든다. 세부적인 것에 대해 증가한 집중, 주의를 환기시키기 어려움, 물리적 환경의 특정한 측면에 과도하게 집착하는(overselectivity) 등과 같은 현상이 자폐증의 특성 및 진단 기준으로 활용된다는 점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자폐증 지수 평가, 고지능, 높은 가족 내 자폐증 발현 등을 자세히 분석해 보면 음악, 수학, 체스, 미술 등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아동 영재들이 많이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론-코엔(Baron-Cohen) 등은 이러한 세부적인 것에 집중하는 능력이 바로 향상된 감각 능력에 따른 것이며 높은 수준의 분석적인 능력을 통해 체계적인 인식을 가능하게 해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사바토스-디비토(Sabatos-DeVito)는 실험을 통해 자폐증이 신경과학 및 심리학적인 연관성을 공유하고 있음을 밝혔는데, 시공간(visual-spatial) 능력 검사의 하나인 EFT를 통해 자폐증을 가진 개인이 속도, 정확성, 혹은 두 가지 모두의 경우에서 더 뛰어난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 검사는 전통적으로 지역적 인지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EFT 능력은 유동적 지능과 높은 상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후속 연구를 통해 검증되기도 했다.


또 다른 연결성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로는 감마아미노부틸산(GABA) 수용체의 유전정보를 가진 GABRB3를 들 수 있다. 이 유전자는 감각 예민성, 자폐증 위험성, 지능 구성요소 등과 두정엽의 연결성을 보여주는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이 유전자에서 단염기치환(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SNP)이 발생할 경우 촉각 예민성, 아스퍼거 증후군 위험성을 비록하여 EFT와 회전자극 검사에서 이상 점수로 나타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폐증은 높은 수준으로 고도로 구조화되어 있으며 규칙에 기반한 정신 능력을 요구하는 일부 영역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능력인 달력 계산, 뛰어난 암기력, 수학적 계산, 음악적 기억, 사실적인 묘사 등으로 정의되는 서번트 증후군이 함께 나타나는 유일한 정신적 장애다. 서번트 증후군은 자폐증에서 나타나는 정신 능력의 불균형의 극단적인 예로서 일부 향상된 능력과 언어, 사회 능력의 감소로 특징될 수 있다.


의사결정

Decision-Making


의사결정 혹은 반응 선택(response selection)은 P-FIT 모델의 4단계에 해당하는 능력이다. 최근 연구에서 자폐성 장애인은 보다 왜곡과 오류가 낮고 빠르고 직관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지만 가끔은 비이성적인 결정도 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지 왜곡에 대한 감수성을 고려한다면, 이런 장점은 IQ 측정에 있어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일부 영역에서는 자폐증으로 향상된 지능 구성요소의 역할마저 크게 약화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결과와 대조적으로 어떤 경우에는 "결론으로 건너뛰고," "상반되는(disconfirmatory) 증거에도 불인정 편향을 보이는 것" 등과 같은 특성은 정신분열증에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유사한 경우를 살펴본다면, 아이오와 도박(Iowa Gambling) 실험에서 정신분열증에서는 계속해서 나쁜 카드를 선택하는 나쁜 의사결정 사례를 보였지만 자폐증의 경우에는 대조군에 비해 향상된 의사결정 능력을 보였다.


더 깊이 있거나 향상된 의사결정은 그 자체로 보다 지능이 높다고 할 수 있지만 그에 따른 어떤 대가를 지불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인가는 불분명하다. 예를 들면, 더 신속하고 보다 직관적인 의사결정은 많은 사회적 상황에서 선호되는 특징이며 보다 이성적으로 보이고 적어도 지능적인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회경제적 지위

Socioeconomic Status


사회경제적 지위, 지능, 교육 수준 등의 요소가 자폐증에 구체적으로 어떤 작용을 하는지 파악되지 않았지만 서로 비례적인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연구는 이런 현상이 주로 유전적인 것임을 보여주고 있으며, 많은 수의 대립 형질의 다면발현적(pleiotropically) 영향이 사회경제적 지위, 지능, 교육 수준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것은 역시 유전적인 측면에 많은 영향을 받는 자폐증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후손에서 자폐증이 나타날 위험성을 설명하는 가설에는 부모의 높은 지능, 사회적 지위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 시초는 1943년에 자폐증을 처음 기술한 리오 카너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그는 자폐성 장애아동에 대한 기술에서 높은 지능, 교육수준, 사회경제적 지위, 직업적 성취를 가진 가족들에게서 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설은 자폐증을 인구통계학적으로 연구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자폐증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 후속 연구에도 찾을 수 있다.


최근 사회경제적 지위와 자폐증 간의 상관관계를 다룬 연구에서는 사회경제적 지위와 비례하거나 반비례하거나 혹윽 독립적인 것 등 다양한 결과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아직까지는 왜 강한 연관성이 나타나는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한편, 중간 이하의 지능을 보이는 지적 장애와 정신분열증의 경우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와 연관성을 보인다는 현상은 주목할 만하다.


자폐증 발현 위험성이 지능, 교육수준과 관련된 유전자와 강한 연관성을 보인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사회경제적으로 높은 지위를 가진 경우, 자폐증에서 보다 긍정적인 유전적 연관성을 보여 높은 지능을 가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가설은 직접적인 유전적 검사를 통해 공통요소와 내부연관 특성을 검증하고 유전적, 표현형적 관계를 밝힐 수 있어야 유효하다.


직업

Profession


바론-코엔 이론을 따르면, 개인이 전문분야, 직업 등에 보이는 관심과 자폐증 간의 상관관계는 높은 수준의 "체계화(systemizing)"와 연결된 낮은 "공감화(empathizing)"로 기술된다. 즉, 비사회적이며 수학적, 규칙 기반의 시스템을 다루는 영역에서 높은 능력을 보이는 반면 대인관계, 사회적, 감정적 접근이 필요한 영역에서 낮은 적응력을 보이는 것이다.


이 가설에 따르면, 고자폐성스펙트럼 특성을 보이는 개인이 어떤 것을 계획하고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지도 예측할 수 있는데, 특히 공학 및 물리, 수학, 기술 과학 등이 많이 포함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 예측은 완전한 지지를 받지는 못했으나 관련 연구에서도 그 유효성이 확인되고 있다.


자폐증과 기술적 전문성 간의 연관성은 자폐증이 지능과 관련되어 있다는 맥락에서 IQ 검사로 측정되는 지능이 전문 분야별로 다르게 측정될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 주제에 대한 연구에서는 모든 경우에서 공학, 물리과학, 수학 등과 같은 보다 기술적인 전문분야나 직업군에서 더 높은 지능 지수 혹은 지능과 관련된 연관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심리학적, 사회학적, 경제적 원인은 불분명하다고 해도 자폐증과 직업적 상관관계를 고려한다면 자폐스펙트럼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능의 형태와 관련이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동질혼

Assortative Mating


동질혼 경향은 상대적으로 유사한 표현형을 가진 개인들이 짝을 이루는 현상으로 유사한 대립형질을 보유한 후손을 생산하는 유전을 통해 대렵형질이 나타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특히 인간에서 동질혼 경향이 높게 나타나고 지능적인 측면을 고려한다면 0.4~0.6 정도로 동질혼이 많이 일어난다. 따라서 지능이 높은 남녀의 동질혼은 지능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영향을 더욱 확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자폐증이나 자폐스펙트럼에서도 동질혼의 영향이 나타나는가에 대한 연구에서 자폐증의 특성인 체계적인 심리과학적 특성이 높은 부부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는 증거가 제시되고 있다. 실제로 자폐스펙트럼 장애아를 둔 부모는 모두 체계적인 것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 경우가 많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 자신에게서도 자폐증의 표현형인 높은 EFT 능력이 나타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인 증거는 자폐스펙트럼장애로 진단받은 성인끼리의 혼인이 다른 장애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난다는 것을 보인 연구다. 앞에서 기술한 것처럼 자폐증은 고지능을 보이는 구성요소와 관련된 것이라는 것과 함께 자폐증에 연관된 유전적 현상을 이해한다면, 지능 그 자체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지능 불균형 가설에서 자폐증은 하나 혹은 그 이상의 지능 구성요소에서 발생한 조절곤란이 유발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가설을 보다 깊이 연구한다면, 어떤 경우에 동질혼으로 인한 자폐증을 유발하는 인지 표현형이 발현될 것인가를 밝힐 수 있을 것이다.



1. http://journal.frontiersin.org/article/10.3389/fnins.2016.00300/full

Autism As a Disorder of High Intelligence

A suite of recent studies has reported positive genetic correlations between autism risk and measures of mental ability. These findings indicate that alleles for autism overlap broadly with alleles for high intelligence, which appears paradoxical given that autism is characterized, overall, by below-average IQ. This paradox can be resolved under the hypothesis that autism etiology commonly involves enhanced, but imbalanced, components of intelligence. This hypothesis is supported by convergent evidence showing that autism and high IQ share a diverse set of convergent correlates, including large brain size, fast brain growth, increased sensory and visual-spatial abilities, enhanced synaptic functions, increased attentional focus, high socioeconomic status, more deliberative decision-making, profession and occupational interests in engineering and physical sciences, and high levels of positive assortative mating. These findings help to provide an evolutionary basis to understanding autism risk as underlain in part by dysregulation of intelligence, a core human-specific adaptation. In turn, integration of studies on intelligence with studies of autism should provide novel insights into the neurological and genetic causes of high mental abilities, with important implications for cognitive enhancement, artificial intelligence, the relationship of autism with schizophrenia, and the treatment of both autism and intellectual disability.

journal.frontiersin.org

 

2. P-FIT: 두정엽 전두엽 통합 이론(Parietal Frontal Integration Theory) 지능 모델 중에 하나로 그림과 같이 두뇌 영역과, 일시적 단계 등으로 표현된다. 자폐증에서는 이 활동에 변화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단계에서는 두뇌에 들어오는 감각 정보를 처리하고 2단계에서 상징화(symbolism), 추상화(abstraction), 정교화(elaboration) 등이 이루어진 후 3단계에서 가설 검사가 수행되고 4단계에서 반응을 선택하는 두뇌 전체적인 작용을 통해 지능 활동이 완성된다는 모델이다.



Image Credit:

http://www.scoop.it/t/feed-the-love/p/4009949813/2013/10/26/how-to-detox-your-mind-4-lessons-on-how-to-stop-overthi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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