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민혜 May 03. 2024

10년 뒤, 20년 뒤 내 모습이 저 선배의 모습이라면

(부록 3) 고래 사무관이 되었다 연재를 마치며



회사에서 고래 관련 업무는 일 년 정도 했던 것 같다. 당시에는 신입직원이었고 아는 것도 별로 없어서 이것저것 물어가며 일하던 시기의 업무였다. 그때를 떠올리니 나름대로 뭔가 해보고자 제법 허우적댔던 기억이 대부분이지만. 고래 업무를 하면서 처음 해보는 일들이 되게 많았던 것 같다. 관련 규정 개선 이후 세미나 발표도 하고 처음으로 국제회의에도 참석했었다. 일이 고됨과 별개로 와 이게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구나..! 깨닫는 일이 많았지 뭐. 




  다만, 일하며 나보다 더, 어쩌면 훨씬 더, 좋은 방향으로 정책을 변화시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기억에 남는 건 고래 박사님들과 고래를 치료해주시는 분들이 계시고, 격렬하게 정책을 비난하지만 어떻게든 좋은 변화를 이끌어 내고 싶어 하는 환경 단체도 있었고, 어구에 돌고래 탈출망 한 번 달아보자고 했을 때 그래해보자 하는 투박한 어업인 단체 대표님도 있었다. 




  분명 마지막 글을 발행하고 나면 시원한 마음이 들 테지만 막상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고백하건대 사실 이 글을 쓰면서 솔직한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쉽지가 않았다. 많은 부분 솔직하지 못한 곳들도 있을 것이다. 아마 휴직 기간이 아니라 일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 살짝 업무의 부담이 적고, 멀리서 내 일을 바라보니 어떻게든 쓴 거고. 특히나, 공공의 일을 하는 사람들은 직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항상 입조심을 해야 하는 것이 국룰이니.. 내 이야기의 조회수가 많이 나올 때는 제법 부담스럽기도 했다. 특별히 누가 뭐라고 하지 않지만 그래도 좀 찝찝한 어떤 마음은 남아있다. 




  하지만 나는 항상 조금 다른 방향성을 바랐고, 좀 더 표현해도 상관없지 않나 싶다. 요즘 기사에서도 많이 나오듯 MZ세대 공무원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조금 더 유연한 조직 문화가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나 같은 애도 있다는 걸 말해보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굳이 이름과 업무를 숨기지 않았고 그에 맞게 적절한 글들을 써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성공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겠나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다. 하지만 모두 다를지언정 각자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느리더라도 한 발씩 갈 수 있지 않을까? 





  마무리 글에서 조금 벗어나는 주제이긴 하지만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너무 실망스러워서 퇴사했다는 글들을 많이 본다. 특히나 젊은 공무원 후배들로 보이는 친구들의 글을 볼 때면 정말 아쉬운 마음이 든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더라면, 좀 더 잘 맞는 업무를 했더라면 또 다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내 경험에 한정하건대 내 삶의 방향성을 잡기에 내가 공직에서 만난 많은 분들은 충분히 존경스러웠다. 선배들을 보면서 내가 10년 뒤 저 모습, 20년 뒤 저 모습이라고 생각했을 때 나쁘지 않았다. 진짜 별로인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을 보고 배울게 아니니까. 좋은 사람들, 배울 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그걸 보고 그냥 가는 것 같다. 다른 소명이나 목적의식을 가지거나 나라를 너무 사랑해서라기보다는, 일을 여기서 시작했는데 하필 만난 사람들이 재미있고 일도 괜찮아서. 조금 더 해봐야지, 조금 더 있어야지, 좀 더 잘해봐야지 하면 10년 금방 갈 것 같다.




  연재의 끝을 자축하며. 이만 초 옹 총!



이전 13화 직장과 영혼의 교차로: MZ세대의 소명과 몰입의 고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